17.


“혹시 오늘도 많이 바쁘십니까...?”

“예?”

“아니...오늘부터 축제기간입니다. 그래서 같이 보러가지 않으시겠냐고 물어볼려했는데..바쁘시면 이만 돌아가보도록하겠습니다.”

시아가 시무룩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표정은 간식을 빼았긴 고양이같은 주제에 몸은 차렷자세를 유지한 완벽한 기사의 자세였다.
‘...귀엽다...’
이제 루엘디움은 자신은 시아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고 인정하기로했다.
이 말을 들은 제이클란이 가슴에 양팔을 교차하고 뒤로 물러나긴 했지만, 그는 그런 사소한건 신경쓰지 않기로했다.

“루엘..?”

시아의 의아한 목소리가 루엘디움을 다시 현실로 끌어당겼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뇨! 마침 다 끝났습니다. 같이 축제구경하러 가실까요?”

“네!”

아직 쌓여있는 서류가 많고 많고 많지만 중요한건 이미 다 처리해뒀다라고 생각한 루엘디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흰셔츠에 검은바지만 입고있어서 사람들 틈에 녹아들기 딱 좋았다.
시아도 루엘디움이 못간다면 혼자라도 갈 생각이었는지 간단한 복장이었다.

“그런데 루엘...”

“네?”

“3황자 저하께서 루엘의 외출을 허락하실까요?”

“...아”

“저는 사실 디엔에게서 도망쳐나왔습니다. 혹 루엘도 도망쳐야하는 상황이라면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그럼...그 방법으로 나가도록하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시아가 갑자기 성큼 다가오더니 루엘디움의 무릎밑에 손을 넣고 공주님안기를 시전했다.

“시아..!!!”

루엘디움이 순간 당황해 버둥거렸지만 힘으로 시아를 이길 순 없었다. 루엘디움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시아! 내려주세요..!!!”

“쉬잇. 3황자저하가 들어오시겠습니다. 잠시만 이대로 있으십쇼. 아, 제 목에 팔을 두르시면 편하실 겁니다.”

시아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루엘디움은 결국 씨벌개진 고개를 숙이며 시아의 목에 팔을 둘렀다.

“그럼 가시죠.”

“도대체 어떤 방법이길...!! 농담이죠 시아? 아니라고 말해주실래요?”

시아가 테라스 난간에 발을 올리자 루엘디움이 기겁했다.
지금 그들이 있는곳은 영주성 꼭대기층의 집무실. 어마어마한 높이였다.

“괜찮습니다.”

후욱
시아는 루엘디움을 안고 그대로 테라스 밖으로 뛰어내렸다.
휘이이이이익
거센바람에 높게 묶고있었던 시아의 머리가 풀어져 노을이 지고있는 하늘을 수놓았다.

“!!!!!”

루엘디움이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있을때 시아는 그의 희게 질린 표정을 보며 미소지었다.

“괜찮습니다.”

땅이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지자 루엘디움은 눈을 질끈 감았다.
사뿐

“도착했습니다 루엘. 눈 뜨셔도 됩니다.”

소리없이 착지한 시아가 루엘디움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슬그머니 눈을 뜬 루엘디움은 곧 민망해졌는지 얼굴이 다시금 달아올랐다.

“크흠...! 시아, 괜찮은겁니까?”

“하하하 전 멀쩡합니다 루엘. 이정도 높이는 가볍죠.”

“이제는 정말 비센테가문의 정체가 궁금해지는군요.”

“제국의 검이죠.”

“아...네...”

잠시의 침묵끝에 정신을 차린 루엘디움과 시아가 자리를 뜨려는데 저 위에서 제이클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어디가십니까! 일 하셔야죠!”

“루엘...다했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하하..빨리 가죠 시아.”

루엘디움은 시아의 눈초리를 피해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시아는 긴머리를 손으로 한번 슥슥 빚고 총총총 루엘디움을 따라 성 밖으로 향했다.
성밖 번화가에 나온 그들은, 특히 시아는 매우 신이났다.

“루엘! 여기 이 꼬치좀 보십쇼!”

“루엘! 이것좀 보십쇼 금붕어가 루엘 머리보다 큽니다!”

“루엘! 이것좀..!!”

“루엘!”

루엘디움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
축제를 별로 좋아하지않는 그지만, 시아의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니 덩달아 신이나서 시아를 졸졸 쫒아다녔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던 그들은 문득 화려한 가판대 앞에 멈춰섰다.

“루엘! 이 활로 저기 과녁을 맞추면 인형을 준답니다! 혹시 인형좋아하십니까?”

시아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루엘디움을 올려다봤다. 그 모습을 본 상인이 허허웃었다.

“아 거참 애교많은 여자친구를 두셨어! ”

헤일론에서 장사하는건 처음이고 아직 변성기가 오지않은 목소리와 예쁜 얼굴때문에 시아를 여자로 오해한 상인이 루엘디움에게 부럽다는 말투로 말을 걸었다.

“!!!!”

루엘디움은 귀끝까지 새빨개져서 시아를 돌아봤으나 이미 인형에 정신이 팔린 시아는 상인의 말을 못들은듯 했다.

“저기 아저씨”

“음?”

“저 활 주세요. 루엘! 기대하십쇼 저 곰인형을 바치겠습니다!”

“하하하 아가씨! 이 활은 남자들도 낑낑거리면서 겨우 당기는 활이야! 차라리 여기 남자친구에게 부탁하지 그래?”

껄껄 웃으며 자연스럽게 루엘디움에게 활을 넘기려는 상인을 부루퉁하게 쳐다보던 시아가 활을 뺐어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허허 아가씨 힘들대ㄷ...!!??”

콰앙
손쉽게 시위를 당겨 쏜 화살이 과녁 한 가운데를 부수고 지나갔다.

“...후, 활은 처음쏴보는데 생각보다 쉽네요. 인형 주세요 아저씨!”

“....”

“....”

두 사람은 말을 잃었고 고개를 갸우뚱한 시아는 상인이 반응이 없자 가판대의 인형을 루엘디움에게 안겨주고 그의 손을 붙잡았다.
‘...!!’

“가죠 루엘. 고마워요 아저씨! 많이 파세요!”

가판대에 돈을 지불하고 과녁을 보며 허탈한표정을 짓는 상인을 뒤로한채 루엘디움의 손을 잡아끈 시아는 어디론가 성큼성큼 걸어갔고, 얼떨결에 인형을 품에 안은 루엘디움은 어미닭 쫒는 병아리마냥 시아에게 이끌려 걸어갔다.

“손....”

“? 불편합니까? 놓을까요?”

“아,아닙니다! 잡고가죠...사람도 많은데..”

루엘디움은 시아가 품에 안겨준 싸구려 곰돌이 인형을 꼬옥 끌어안았다.
오늘부로 그 곰돌이는 루엘디움의 보물 1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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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11 16:37 | 조회 : 1,035 목록
작가의 말
킴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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