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드래곤이 왜 여기에? 아니 왜 내가 못느꼈지?’
시아는 당황했다. 시아의, 정확하게는 엘의 힘이 미치지 않는 드래곤같은건 없다. 아니, 없어야했다. 엘은 ‘왕’이니까.

“엘...일단..돌아가서 대책을 마련하던 토벌단을 꾸리던하자. 지금 무턱대고 돌입해봤자 헤일론이 위험해져.”

시아는 날을 바짝 세우고 으르렁거리는 엘을 어르고 달랬다.

[크르응]

계속 전투태세를 유지하던 엘은 시아의 부탁에 그대로 뒤를 돌아 전속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쐐애애애액
엘의 날개가 바람을 가르며 끝도없는 마물의 무리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않아 그들은 헤일론의 성문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성벽위에 안착한 시아는 순찰 결과를 들으려 다가오는 기사에게 명령했다.

“특무단 단장의 권한으로 지금당장 황자저하들과 부단장, 경비대장은 대회의실로 모일것을 명합니다. 급한 사항이니 빨리 전달해주세요!”

“ㄴ,넵 명을 받듭니다!”

당황한 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지고 시아도 엘을타고 그대로 영주성 대회의실로 향했다.

“엘, 넌 레어에 가있어. 불안해하지말고, 응?”

[큐우우우우...]

시아를 성앞에 내려둔 엘은 꼬리를 축늘어뜨리고 레어로 향했다.
‘엘도 심란하겠지...자신의 통제가 먹히지않는 드래곤을 마주친건 오늘이 처음일테니까..’
엘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쳐다본 시아는 그대로 대회의실로 들어갔다.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회의실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가장 상석에 앉은 시아는 정확히 15초 후에 상석에서 퍼뜩 일어났다.

“어휴, 큰일날뻔했다.”

열흘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가장 상석에 앉아야하는 사람이었겠지만 지금은 루엘디움과 제이클란이 있었다. 시아는 다시금 누가 보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머쓱하게 일어나 3번째 자리로 갔다.
끼이이익
정확히 시아가 의자에 앉자, 문이 열리며 루엘디움과 제이클란이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이쪽으로.”

시아의 안내를 따라 상석에 자리잡은 루엘디움은 급하게 왔는지 거친 호흡을 고르며 시아에게 질문했다.

“무슨일인가요 시아? 갑자기 회의라뇨.”

“일단 모두 도착하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곧 한손에 서류뭉치를 든 디엔과 루엘디움이 황도에서 이끌어온 기사들의 대장, 헤일론 성벽 경비대장, 헤일론 치안대 단장이 회의장에 들어서 앉았다.
모든 인원이 모인걸 확인한 시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회의를 소집해서 죄송하고, 또 이렇게 금방 모여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시아가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하자 시아 특유의 왕의 분위기에 압도된 사람들이 긴장되는지 침을 삼켰다.

“이렇게 모인 이유는 오늘, 제 드래곤과 순찰을 돌다 토벌대의 활동범위 2셀론 밖에서 고위급 마물들의 무리를 발견했기때문입니다.”

“!!!!”

디엔은 무심코 손에 쥐고있던 서류를 놓칠뻔했다. 루엘디움은 목이 탔는지 마시려 입을 댄 차를 뿜을뻔했고, 치안대 단장과 성벽경비대장은 턱이 빠질것같이 입을 벌렸다. 이 상황에서 평정을 유지하는건 제이클란과 시아뿐이었다.

“고위급 마물은 단체로 행동하지 않는다 들었습니다 비센테경. 어찌된 일입니까?”

제이클란이 모노클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시아는 한숨을 짧게 들이마쉬고 대답했다.

“그렇죠. 고위급마물, 아니 중상위급만되어도 개체별로 넓은 영역이 있기때문에 번식기를 제외하면 무리지어 행동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지금은 번식기도 아니고요.”

“그럼...!!”

“허나, 고위급마물보다 더한 상위개체가 명령한다면, 따를 수 밖에 없겠지요. ”

담담히 이어지는 시아의 어조와는 다르게 그 내용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답지않게 당황한 디엔이 흔들리는 눈으로 시아를 바라봤다.

“단장...상위개체라뇨 있을..수 없습니다. 3년전 대토벌때를 잊으셨습니까!”

3년전 최고위급마물 소탕작전, 일명 ‘대토벌’은 아직 어린 신임단장이었던 시아와 엘을 대륙 최강의 기사로 만들어준 전투였다.
3년전 시아가 단신으로 최고위급 마물 수천마리를 도륙내고 엘이 휘하의 드래곤들을 지휘해 마물들을 쓸어버려서, 북부의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바로 그들이 섬겨야할 주인이라는걸 각인시킨 전투. 분명 그때의 전투에서 최고위급 마물들은 모두 씨가 말랐었다.

“아닙니다.”

“..예?”

“최고위급마물이 아닙니다. 모인 마물들의 끝에는 드래곤이 있었습니다.”

푸흐ㅡㅂ-!
잠자코 그들의 심각한 이야기를 듣고있던 루엘디움은 결국 차를 뿜었고, 치안대 단장과 성벽 경비대장도 마찬가지였다. 회장이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그와중에 제이클란이 질문했다.

“드래곤이라면 경의 드래곤으로 통제가 가능하지 않습니까?”

“예. 그래야지요. 하지만 통제가 먹지않았습니다. 소리조차 들을 수 없고 시야공유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 어찌해야...”

회의장이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던 루엘디움의 입이 열렸다.

“일단...토벌대를 준비시켜야겠군요. 시아, 전투가능한 인원은 몇명입니까?”

“저까지 포함한 특무단원 16명, 아 전원 마스터입니다. 그리고 대마물전투 전문 병사 200, 루엘의 기사단 15명, 병사300입니다.”

“생각보다 적군요. 큰일났는걸요...”

“디엔에게 특무단 지휘를 맏기고 저 혼자서 반정도는 상대 가능합니다.”

“전혀 적지않군요. 문제 없네요.”

“네.”

루엘디움의 고운미간에 주름이 졌다.

“그...드래곤은...”

“엘이 상대할 겁니다.”

“...그렇군요”

생각보다 토벌대의 규모가 작았지만 전투력은 상상이상이었다.
‘토벌대 전투력의 50%가 시아라니...’
루엘디움의 눈이 디엔과 토벌단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아를 담았다.
‘저 작은 몸에서 그런 힘이 나온다니..’
루엘디움이 보기에 헤일론의 시아는 든든한 아군이자 고고한 지배자 그리고...
‘언제까지 혼자...모든걸...’
...위태롭게 홀로 모든걸 떠안고 서있는 기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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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01 00:27 | 조회 : 1,247 목록
작가의 말
킴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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