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Y 7-2


"제임스, 어서 집으로 가요. 여기에서 할 일은 이제 없어요."

"네."



둘을 파티 회장으로 데려왔던 운전사의 차에 타 돌아오는 길은 비가 왔다.

겨울이 조금씩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되어 제임스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애초에 제임스가 카일의 집에 머무는 조건은 '겨울이 끝날 때까지'였다. 그 기간이 끝났으니 이제 각자의 위치를 찾아갈 때가 온 것이었다.

카일은 차에 타고 차에서 내리기까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로버트와 빅토리아가 파혼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콜린이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날이 따뜻해졌다는 이야기까지, 그는 따뜻한 겨울 비에 들뜬 아이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제임스는 차에 타고 나서 단 두마디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카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는 것도 잘 하지 못했다.

잔뜩 들뜬 카일이 문을 열어주고, 익숙한 집으로 들어서기까지 제임스는 무겁게 닫힌 입을 열지 않았다.


"제임스, 집에 오니까 좋죠?"


환하게 웃는 카일을 바라보자 입을 여는 순간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제임스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았다.


"네... 그렇네요."


하지만 이미 한계점에 도달한 눈물은 카일을 본 순간 어찌할 수도 없을 정도로 왈칵 쏟아져나왔고, 제임스는 황급히 뒤를 돌아 눈물을 숨기려했다.


"제임스! 왜 그래요?"

"아무...아무것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왜 이렇게 우는 거예요. 이쪽 봐요."

"싫어요."


자꾸만 고개를 돌려버리는 제임스의 양 볼을 붙잡아 눈을 마주했을 때, 쉴 틈 없이 눈물이 흐르는 눈동자가 보였다.

카일은 당황하면서도 마음이 아파 제임스를 달래기 위해 머리와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제임스는 그 넓은 가슴에 파묻혀 울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 손을 들어 카일의 몸을 밀어냈다.

의아해하는 카일을 바라보며 제임스는 마지막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 담긴 의미를 본능적으로 알아챈 카일이 일그러진 눈동자로 제임스의 모습을 쫓았지만 이미 그는 현관으로 걸음을 옮긴 뒤였다.


"이제 작별이예요."

"제임스, 왜 그러는 거예요. 어디 가려고 하는 거예요."

"겨울이 끝나기 전까지만 함께하기로 했잖아요."

"그런 거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밖은 아직 추워요. 빨리 이쪽으로 와요."


금방 울 것처럼 눈망울을 적신 카일이 양 팔을 벌리며 필사적으로 제임스를 불렀지만 그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잘 있어요."

"제임스!"


묵직하게 열린 현관문 밖으로 거대한 어둠이 제임스를 삼키며 그를 데려갔다.

카일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만 보다가 문이 닫힘과 동시에 정신을 차려 황급히 제임스가 사라졌던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급하게 신발을 신으려니 발도 들어가지 않아 카일은 맨발로 추운 바닥에 걸음을 내딛었다.

그 짧은 사이에 사라진 제임스는 이미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카일은 미친듯이 계단을 뛰어내려가 금새 1층에 도착했다.

적막만이 가득한 그곳에는 제임스의 모습이 없었고, 카일은 또다시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발이 시려운 것도 느끼지 못하고 정신없이 눈동자만 굴리던 카일이 아파트 밖까지 이동해왔을 때, 그는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제임스는 이제 이곳에 돌아오지 않는다.

그 사실만이 머릿속에 남아 카일은 더이상 굳은 발을 움직이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무엇이 그를 떠나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봐도 나오는 대답은 없었다.

추운 겨울 바람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가도 카일은 추위도 느끼지 못한 채로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켰다.

집으로 돌아오면 제대로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함께 살자며 가벼운 키스를 하고 싶었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며 가볍게 머리를 쓸어주며 함께 침대에 누워 손을 잡고 사이좋게 눈을 감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잠이 덜 깬 눈을 한 그를 마주보고 싶었다.

그런 자잘한 바람들이 한순간의 꿈처럼 추운 공기에 휩쓸려 사라지자 카일은 다시금 눈물을 흘렸다.

처음에는 눈물만 나오던 울음이 나중에는 서러움을 품어 목구멍이 타들어가듯 아팠다.

카일은 제임스와 함께했던 일주일간의 일들을 되돌아보다가 그를 처음 만났던 날의 일들을 떠올렸다.

금방 꺼져갈 것 같던 생명이 따뜻한 온기를 품어 자신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던 날을 생각하던 그는 목이 매어 긴 한숨을 토해낸 뒤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제임스가 갑자기 떠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미 떠나버린 그가 이곳으로 돌아오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내일을 위해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꽁꽁 얼어붙은 몸을 따뜻한 물 속에 넣어 녹이고, 밥까지 챙겨먹은 후에 카일은 널찍한 침대에 누웠다.

그 안락함에 몸을 기대어 잠을 이루려던 것도 잠시, 희미하게 남은 제임스 향에 다시금 또렷하게 정신이 든 카일은 급하게 눈을 다시 떴다.

제임스가 있을 리 없는 자리를 괜히 손바닥으로 쓸어보던 그는 손끝에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다시금 제임스가 떠났음을 인지했다.

다시 돌아올 기약도 없는 제임스를 기다리는 것은 오늘까지만 하기로 다짐한 카일은 내일을 위해 서둘러 잠을 청했다.

제임스와의 인연을 이것으로 끝맺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정당한 이유 정도는 들어야 제대로 된 이별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기에 카일은 내일부터 제임스를 찾아 거리를 배회할 것이었다.

제임스가 떠난 밤은 그에게는 춥고 고달파 카일은 그 날 몇 번이고 잠을 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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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27 20:29 | 조회 : 1,283 목록
작가의 말
거짓말너구리

짠내나는 카일...ㅠㅠ 제임스가 드디어 가출을 했습니다! 뭔가 흥미진진해지지 않았나요??ㅎㅎ 저번화 댓글 남겨주신 Nickel님 감사드리고 하트주시고 글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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