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Y 5-2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릿속을 한 순간에 밝은 생각으로 가득하게 만드는 제임스의 미소를 카일은 언제까지고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편, 파티 회장은 자잘한 사건이 생겨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 찬 소란스러운 장소로 변해있었다.


"이거 놔!"


콜린의 손에 끌려가던 빅토리아가 돌연 크게 소리쳤다.

파티 회장의 거의 한 가운데에서 갑자기 저항한 것은 참석객들의 시선이 집중되게 하기 위함일 것이리라.

빅토리아의 의도를 알아챈 콜린은 더이상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놓았다.

이 이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콜린은 더이상 빅토리아를 몰아붙이지 못하고 급하게 그 자리에서 빠져나갔다.

빅토리아의 주변에서 뻗혀나간 소란은 급격하게 파티 회장 전체에 영향을 미쳤지만 곧 새로 등장한 인물로 인해 회장 안은 금새 조용한 활기를 되찾았다.


"리처드씨 아니십니까."

"올해는 참석하셨군요."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모든 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인물은 입구에서부터 중앙까지 빠르게 이동하여 순식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리처드 크리스토퍼. 카일의 친부이자, 브라운 가문과 쌍벽을 이루는 크리스토퍼 가문의 수장인 그는 오늘 파티의 알려지지 않은 주인공이었다.

카일과 마찬가지로 파티에 참석하지 않기로 유명한 그가 나타나자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은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리처드는 여유로운 몸놀림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피하며 목적지로 향했고, 그곳에는 그의 오랜 경쟁자이자 친구인 로버트 브라운이 있었다.


"로버트, 잘 지냈나."

"하하. 좀처럼 얼굴을 보이지 않는 자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나."

"자잘한 파티들에 참석할만큼 여유로운 일정은 아니네."

"뭐, 그렇겠지. 노력가인 자네에게 실례했군."


언뜻 보기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하는 것처럼 친근한 모습으로 서로를 대하는 그들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거리감은 항상 유지하고 있었다.


"카일은 어디에 있나."

"내 딸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묻지 말게."

"뭐, 이만한 인파 속에서 찾는 건 어렵겠지. 때 되면 찾아올테니 그동안 못한 이야기나 하지."


기업을 유지하고, 크게 키우기 위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두 사람은 곧 파티 회장과 떨어진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리처드의 옆에는 평소 카일의 비서로 일하던 로베르트가 함께였고, 로버트의 옆에는 방금 전 도착한 콜린이 함께했다.

하지만 방에 들어간 것은 리처드와 로버트 뿐이었고, 곁에 함께했던 로베르트와 콜린은 안내 역을 마치고 방문 밖에 서있었다.

전에 몇 번 얼굴을 본 것이 고작인 둘은 어색한 침묵을 유지하며 망부석처럼 서 있었는데 사교성 좋은 콜린은 오히려 그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다.


"전에 10주년 기념 파티에서 보고 처음뵙네요."

"네."

"하하, 카일처럼 파티는 별로 안 좋아하시는가 보네요."

"네."


사람 좋은 웃음과 밝은 성격으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친한 관계를 맺는 콜린에게 있어 로베르트는 공략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콜린을 마음에 안 들어 하거나, 그와 친해질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단답으로 대답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 생각하는 것을 입밖으로 잘 내뱉지 않는 성격인 로베르트는 그 성격으로 인해 평소 주위에 오해 사는 일이 많았고, 그 때문에 새로운 사람과 사귀는 일에 능숙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콜린은 조금 거북한 상대였다.


"안경 잘 어울리시네요. 저는 안 어울려서 렌즈를 착용하는데 부럽네요."

"저도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닙니다."


평소 안경 때문에 불편한 일이 많은 로베르트는 안경이 잘 어울린다는 말에 조금 불쾌해져 콜린을 쳐다봤다.

하지만 콜린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로베르트는 그에게 겨눴던 날카로운 시선을 거둬들였다.


계속해서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는 콜린과 계속해서 단답으로 대답하는 로베르트는 몇 분이 지나도록 그 상태로 의미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열고 나온 리처드와 로버트의 존재로 인해 두 사람의 대화는 일단락되었고, 로베르트는 다음 파티 때부터는 콜린과 단 둘이 있는 상황을 피하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아까 파티 회장에서 이상한 소문이 들리던데."

"소문? 자네는 그런 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리 소문이라지만 너무 허무맹랑해서 말이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말을 멈춘 리처드는 곧 파티 회장에서 들려 온 소문에 대한 것을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내 아들이 파혼 당한다는 소문이었지."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의 눈동자는 마치 맹수처럼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기에 순식간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카일과 빅토리아의 약혼은 브라운 가문과 크리스토퍼 가문의 완충을 위해 정해둔 규약이었기에 결코 쉽게 파혼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파티 회장에서 가쉽거리처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었으니 리처드가 화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단순히 장난으로 하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로버트가 잠시 숨을 고르고 리처드를 바라봤다.


"말도 안돼. 어떤 바보같은 녀석이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군."

"하하, 뭐 그저 떠도는 소문이니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지."


리처드의 말대로 그들 사이에서 떠도는 파혼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과 무관한 내용이었다.

한 시간 전쯤에 카일이 파티 회장에서 소란을 피웠던 일에서 만들어진 소문은 빅토리아가 다른 남자와 함께 어딘가로 갔다는 이야기와 카일이 빅토리아와 함께 간 남자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는 두 가지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허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카일이 직접 파혼의사를 표하는 그 순간부터 그 소문은 실제가 되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그것을 아는 것은 카일, 제임스, 빅토리아 셋 뿐이기에 공론화되지 않았지만 오늘 파티가 끝나기 전까지는 꼭 밝혀질 내용이었다.


둘 만의 이야기를 마친 로버트와 리처드는 파티의 중앙에 마련된 커다란 분수대에 가서 사람들의 중심에서 이야기 했고, 콜린은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카일을 기다리며 조금의 불안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불안은 곧 얼마 지나지 않아 해소되었다.

카일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약혼녀인 빅토리아와 함께 등장해야 할 카일의 곁에는 외소하고 소심해보이는 남자가 함께였다.

카일의 곁에 선 남자의 처음 보는 얼굴에 모두의 시선이 단숨에 제임스에게 모였다.

어느새 다시 말끔하게 옷을 차려입은 제임스는 불안한 듯 카일의 뒤쪽에 바짝 따라붙어 걸었지만 그 눈동자는 망설임 없이 정면을 향했다.

때마침 카일을 보고 눈을 옆으로 돌린 리처드와 눈이 마주친 제임스는 다른 이들보다 더 짙고 깊은 눈을 가진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딘지 카일과 닮은 얼굴을 하고 있는 남성이었기에 제임스는 어딘지 친근한 느낌을 받았지만 곧 자신의 오른손을 잡는 손길에 놀라 카일을 바라봤다.

한 마디쯤 더 긴 따뜻하고 큰 손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느낌으로 제임스는 어깨에 잔뜩 줬던 힘을 풀었다.


"카일!"


제임스의 손을 잡은 카일을 보고 어느새 뒤따라온 빅토리아가 소리쳤지만 카일은 멈추지 않고 걸음을 옮겨 리처드와 로버트의 바로 앞에서 멈춰섰다.


"빅토리아와 파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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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14 21:05 | 조회 : 1,104 목록
작가의 말
거짓말너구리

파티에 온 목적은 원래 파혼하기 위해서였죠!! 이번화는 끊기 신공 잘 된 거 같아요ㅎㅎ 하트 주시고 읽어주신 독자님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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