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Y 5-1

"에반..."

"안녕, 카일. 오랜만이야."


카일은 오랜만에 마주하는 익숙한 얼굴에 조금의 친근함을 느꼈지만 이 이상한 상황에는 대해서는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제임스를 찾았다는 안도감에 얼굴을 밝히던 것도 잠시, 정신을 잃고 누운 그를 본 카일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해갔다.


"카일, 괜찮아? 안색이 안 좋은데?"

"아, 괜찮아."


선량한 미소를 띠며 안부를 묻는 에반을 바라보던 카일의 뒷머리에 식은땀이 맺혔다.

빨리 제임스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오랜만에 마주한 친우와의 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기에 카일은 빨리 이 대화를 끝내고 싶어했다.


"미안하지만 그 사람은 내 일행이야. 신세를 졌던 것 같은데 대신 사과할게."

"흐음... 카일의 일행이었구나. 지쳐서 잠깐 잠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어가는 에반은 제임스를 침대 위에 올려두고 곁에 있던 자켓을 집어들어 카일이 들어왔던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대화도 제대로 못했네. 나중에 연락할게."

"응."


에반은 딱딱하게 굳은 카일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가 곧 느린 걸음으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제 카일은 방 안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닫고 조심스레 제임스가 누워있는 침대의 곁으로 다가섰다.

무슨 얼굴로 제임스를 마주해야 할 지 생각 하지 못한 그는 그저 죽은 듯 잠에 빠진 제임스의 오른손을 움켜쥐고 목 안에서 울컥 쏟아져나오려는 무언가를 가까스로 막은 채 누구에게 하는 지 모를 감사의 말을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였다.

어깨를 비롯한, 뛰어나와있는 몇몇 신체 부위에 커다란 멍자국이 가득한 제임스의 비쩍 마른 몸은 너무도 가냘퍼 힘주어 쥐면 부서져버릴 것만 같았기에 카일은 놓치지 않을 정도로만 힘을 주어 맞닿은 부분에서 미약한 체온을 느꼈다.


"미안해요, 제임스..."


눈물을 삼키느라 더욱 괴로워진 심장을 움켜쥔 카일은 제임스가 일어나기 전까지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켰다.

물론 현재 카일은 제임스를 찾았다는 것에 안도하여 에반과 제임스가 어떠한 경유로 만나게 되었는지는 생각하지 못했고, 더 나아가 에반이 어떻게 이 자리에 있는 것인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 정도의 시간이 흘러 제임스가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선 천장의 형태와 고개숙인 카일의 머리를 본 제임스는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카일...?"

"제임스!"


그저 서로의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눈물이 새어나왔다.

아직도 누운 상태인 제임스를 끌어안은 카일은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가슴 속에서부터 끌어오르는 환희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자잘한 떨림으로 흐느끼는 카일을 달래듯 그의 등에 팔을 두른 제임스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현재 자신이 카일의 품 안에 안겨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왜 그 낯선 공간에 혼자뒀는지, 왜 빨리 구하러 와주지 않았는지, 하고 싶은 말들은 많았지만 그런 말들은 필요없을 정도로 제임스는 카일의 품에 안긴 지금을 행복하게 느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울지 말아요."

"미안해요, 제임스. 당신을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괜찮아요. 울지 말아요."


강하고 다정하던 카일이 어린 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모습에 또다시 눈물이 나온 제임스는 가만히 그의 등을 쓸여주며 조금씩 마음을 진정시켰다.

빅토리아에게 끌려가 못볼 꼴을 보고, 정신없이 쫓기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별 일 없이 다시 카일의 곁으로 돌아온 제임스는 현재 상황에 안도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없어진 하나의 기억을 찾지 못해 위화감을 느꼈다.

그들에게 덮쳐졌을 때 누군가의 등장으로 인해 상황이 종료되었던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제임스는 그 뒤로의 기억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카일이 구해줬을 것이라 여기고 이어지던 의심을 지웠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죠?"

"한 시간 정도 지났을 것 같은데요."

"빨리 준비해요. 오늘 목적은 이게 아니잖아요."


카일의 손을 떼어내고 급하게 옷을 입는 제임스의 모습에 순간 멍해진 카일은 곧 엉성하게 양복을 갖춰입은 그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힘든 일을 겪었는데도 언제 그랬냐는 듯 언제나의 모습으로 돌아온 제임스가 카일에게는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제임스, 또 넥타이 모양이 이상하잖아요."

"아, 또 부탁드려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릿속을 한 순간에 밝은 생각으로 가득하게 만드는 제임스의 미소를 카일은 언제까지고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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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13 23:46 | 조회 : 1,189 목록
작가의 말
거짓말너구리

드디어 재회했습니다!! 제임스 찾기 오래걸렸네요ㅎㅎ 저번주 댓글주신 만나서반가워님, 에붸백님 감사드립니다! 하트주시고 꾸준히 읽어주시는 독자님들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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