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한다이! 너 미쳤어?"

헤어지고 첫 날
친구를 만나 처음 들은 소리는 미쳤냐는 거였다.

"아 뭐."
"너가 어떻게 강 산을 차!!"

어떻게 차긴 어떻게 차...
시원하게 이별선언했지.

그리고 어제 저녁에는 한참 울긴 했지만.
근데 그 새끼는 연락 한 번 없더라...
내가 연락하지 말라고 하긴 했지만, 진짜 안하냐고.

"걔가 먼저 약속안지키고 클럽갔잖아. 한 번도 아니고."
"아니, 그래도 그렇지 4년 간에 정이 있지..."

있던 정 없던 정 다 떨어져 가는 마당에
못 찰게 뭔가 싶다.

"정은 무슨..."
"그리고 말이야. 너 이제 다음달이면 30대다? 다시 어떻게 남자친구 만들려 그래?!"

그래... 다음달 다이는 생일 지나면 30살이였다.
그래서...

뭐!!!!

"지금 30살이 문제야?"
"문제야 이뇬아! 아이고..."
"아니, 나도 왠만하면 계속 사귀었지. 근데 약속을 안지키잖아. 우리 아빠가 약속 안지키는 사람이랑 사귀지 말랬거든?"
"니가 애냐? 약속을 못 지킬 이유가 있었겠지!!"

약속을 못 지킬이유?
그런 이유가 있었으면 제대로 설명했으면 됬을 것이다.

하.지.만

강 산 그 자식은 한 마디 얘기도 없었다.
나쁜 놈

"됬어, 그런 술꾼 내 쪽에서 사양이야."
"에효... 너한테 뭘 바래. 너 이제 이번 주 일요일 날 어쩔건데. 남자친구도 없는데..."
"일요일에 남자친구 없는데 왜?"
"미채린 결혼식 혼자 가려고?!"

아, 미채린 결혼식.

"아... 나 미친 거 아냐?"
"잘~ 하는 짓이다. 너 혼자가면 미채린이 참~ 좋아하겠네."
"아 나 어떡해...!"

미채린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일명 이 구역의 미친년이다.

여우짓하기.
꼬리치기.
잘난 척하기.
비꼬기.

미채린이 제일 잘하는 것들이였다.
이러한 미채린이 제일 만만하게 여기는 사람, 그게 다이였다.

"에고, 난 모르겠다. 산이랑 다시 사귀든지 다른 남친을 사귀던지, 아님 그냥 철판깔고 가던가."
"아 어떡해에에에!!!!"

다이가 혼자 가면 미채린은 끝까지 비꼴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걸 다 듣다간 열이 받쳐 미채린의 머리를 쥐여뜯을 것이 뻔했다.

그러면...
다이는 다른 의미로 민폐 하객이 되는 것이었다.

"아, 난 이만 가야겠다. 남친 콜왔어. 한다이 파이팅~"
"아아... 가빈아아아아!!"
"수고해~"

비상사태.
당장 어떤 방법을 짜야했다.

"....어쩔 수 없지. 뭐든 해야겠어.

기왕이렇게 된 것.
뭐든 해보기로 했다.

예쁜이 민폐하객이 되던가.
어디 하나 부러져서 아프단 핑계를 대던가.

잔머리를 쓸 궁리를 하고 있는데 가빈이 좋은 생각이 났다며 계획을 읊었다.

"야, 이왕 이렇게 된 것 우리 클럽에서 잘 생긴 남자 꼬셔서 데려가! 너 옷 사고... 풀메랑, 머리정리까지 하러가야겠다."
"뭐? 싫어. 내가 왜?!"

헤어진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무리 미채린 때문이라지만...
그딴 클럽 가고 싶지 않았다.

"이 언니는 너의 의견 들을 맘없다."
"뭐야?!"
"난 미채린을 이겨야겠어."

가빈은 그렇게 다이를 끌고 나갔다.

"야아, 하지마!"


-


"-완성입니다."

원래 수수한 매력이 넘치는 다이였지만
꾸미니까 정말 연예인 뺨쳤다.

"정말 이쁘시네요!"
"아, 고마워요..."

오늘 돈 쓴게 2달 치 생활비다.
사실 이것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왔다.

그것도 겨우 미채린 때문에라고 생각하면 피눈물도 나올 것 같았다.

"하아.... 싫어라..."

그 끔찍한 클럽에서 남친을 사귀라니.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가빈이 때문에 가기는 하지만...
솔직히 안 되면 그냥 나올 생각이다.

"다음에 또 오세요!"

그렇게 옷가게를 나서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
"여보세요?"
-다이야, 너 지금 어디야? 다 챙겨 입었어?
"나 옷 가게인데..."
-좋아. 당장 내 나이트클럽으로 튀어와.

칼을 간 듯 단호한 말에 다이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아.. 응."
-빨리 와!!!

제멋대로였다.

"어휴...."


-


인 럽 클럽.

"다이야! 여기여기!"
"아...?"
"여기 앉아."

가빈이의 손짓에 다이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앉았다.
남자가 잔뜩 있는 자리가 너무나 어색했다.

알고 온 자리이기는 했지만, 참 부담스러웠다.

"완전 이쁘게 하고 왔네?"
"아... 아니, 그게..."
"자! 여기 있는 제 친구 어제 헤어져서 남친 대모집중 입니다!"
"아 뭐야...! 야 신가빈..."

쩔쩔매는 다이와는 상반되게 앉아있던 남자들은 눈을 밝혔다.
늑대같이.

"와~ 이렇게 이쁜데 왜 헤어졌어요?"
"남친이 별로였어요?"
"너무 이쁘시네요."

모두 다이를 한 번 노려보겠다는 반응이였다.

"그...그게."
"자자~ 한 사람씩 물어보세요."

덕분에 시끄러웠던 자리가 가빈이의 한 마디에 정리되었다.

"그럼 제가 먼저. 몇 살이에요?"
"29살 이에요..."
"아직 파릇파릇하네요~"

꽤 정상적인 질문이구나... 싶었다.

"남자친구랑 몇 일 갔어요?"
"4년이요..."

여기까지도 괜찮았다.

"에? 오래갔네요?"
"네.... 뭐"

여기도 괜찮았다.
근데...

"왜 오래갔을까나~?"
"남친이 밤 일을 잘했나?"

대놓고 조롱하는 발언이었다.

"나도 꽤 잘하는데 말이죠."
"오오~"
"저기, 이제 그만...!"

소리지르려던 참이였다.
그 때

다이의 손목이 잡혔다.

"누구..."
"등장이시네."

다이의 손목을 잡은 그 손의 주인은...
강 산 이었다.

"...설마 저보다 잘하실 리는 없겠죠. 나이도 있으신데."

말도 안돼.
정말 강 산이야...?

"뭐...뭐야?!"
"가빈누나, 이만 제 여자친구 데리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잘 가."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것같은 가빈에게 인사한 산은 다이의 팔을 이끌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한다이, 이러려고 나 찼어?"
"...강 산."
"이렇게 이쁘게 입고 누굴 꼬시려고? 다이야... 다이누나."
"..."

할 말이 없었다.
비록 원래 이러려던 건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로 누굴 꼬시려 자리를 마련한 듯 보였으니.

그래도.
그렇다고 해도.

"넌... 넌 나한테 말할 자격없어!"
"...한다이, 나 피말려 죽일려고 작정했냐?"
"놔! 나 다시 내려갈 거야!"

산은 말할 자격이 없었다.

"놓으라고! 강 산!!"

필사적으로 나가려는 다이를 보고있자니..
산이는 열이 받친듯 소리를 질렀다.

"누나!!"

큰소리에 놀란 듯 다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강 산... 너 지금 나한테 화낸거야? 너가 뭔데 나한테 화를 내? 너 이거 폭력이야. 알아?"
"하... 나 누나 이러라고 누나랑 헤어진 거 아냐."

헤어지고 전화 한 번 없던 강 산이였다.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은 산이었다.

"나 누나 진짜 화난 거 같아서 누나 말 듣고 미안해서 전화 한 통 못했어. 내가 무슨 이유에서든 약속 안 지킨 건 잘못한 거 아니까 제대로 얼굴보고 사과하려고 했어. 근데... 근데..."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

"누나는 나한테 왜 그래."
"...강 산."
"누나가 나한테 화난 거 알아. 클럽 다니는 거 마음에 안들어 하는 거 알아."
"근데 왜..."
"근데 왜 계속 클럽 다니냐고?"
"..."
"누나, 미안한데 그건 말해주기 싫어. 근데, 믿어주라 바람피는 건 아니야."

지금 이 말만 하지 않았어도 다시 용서하고
사귀었을 지도 모른다.

산을 아직 사랑하니까.
그때의 산을 아직 믿고싶으니까.

근데 지금 이 말은 클럽을 계속 다니겠다는 거 아닌가.
무슨 이유에서든. 연인사이에 이런 비밀은 없어야 한다.

"...그게 너의 최선이라면, 다시는 나한테 참견하지 마."

그렇지 못할 것이라면.

다시는 나한테 참견하지 말고
다시는 내 눈 앞에 띄지 말아야 했다.

...상처받은 눈을 하는 산을 뒤로하고
다이는 스르르 떨어지는 산의 팔을 제치고
걸음을 돌렸다.

"그 놈의 이유. 잘 이해해 주는 여친 만나."
"...말도 안돼. 누나... 누나!"

두 번째 이별선언.

그 어느 날 보다 쌀쌀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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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6 15:38 | 조회 : 548 목록
작가의 말
현과연(다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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