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으흐... 으흑... 아, 대체 뭐냐 히끅... 고...으으으..."

집에 돌아오자 마자 눈물바다였다.

"흑흐.... 나쁜 노옴...히끅..."

끝까지 다이만 나쁜 사람이였다.
왜 항상 먼저 사과하는지...

그리고
왜 항상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지.

믿지 않는 걸까, 무얼 혼자 끌어안고 있는 걸까.
산을 믿고 싶었기에 이 상황이 아팠다. 너무나.

"내가... 흑.... 내가 뭐... 히끄... 많은 걸 바랬냐고오..."

[반짝반짝 작은 별...]

억울하고 화나서
한탕 울려고 하니 울리는 전화였다.

'신가빈'

"가...흐끅... 빈아..."
-...뭐야? 너 울어?

가빈의 목소리를 듣자 더 울컥해버렸다.

"가빈아아...흐아앙~"
-잠깐만 야 한다이, 왜 그래? 울지 말고 말해봐!

가빈은 계속 우는 다이에 어쩔 줄 몰라하며
목소리를 올렸다.

-야, 한다이, 왜 그러는데?
-나아... 나아...
-응, 너가 뭐, 왜?
"또 싸워써어어... 흑...흐...히끅"
-...왜? 어제 강 산이 엄청 멋지게 끌고갔잖아. 난 너희 잘된 줄 알았는데?

엄청 멋지긴 개뿔.
멋지게 끌고 가면 뭐에 쓰나. 계속 클럽 다니겠다는데.

"걔가... 걔가아..!! 계속옥... 클럽 히끅.. 다닌다고오..."
-아이고, 클럽 다닌다고 찬거야?
"그게에..."
-어휴, 잘했는데 왜 울어! 그 새끼는 왜 그렇게 클럽에 살아서 이 지경을 만들어?!

그게 내 말이라고 생각하는 다이였다.

"흐으... 히끅 몰라아...히끅"
-그만 뚝 그쳐. "가빈아, 여기 주문!" 아 네!! 미안, 다이야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어...? 가비...."

바쁜지 뚝 끊겨버린 전화기를 붙잡고 다이는 엉엉 울어재겼다.

"뭐야아.... 왜 끊어어....흐어엉...히끅."

그리고 밤새도록 목 놓아 운 다이였다.



-



[야, 너 괜춘?]
[작가님! 작가님! 전화요!!]
[작가님 일어나세요!!!]
[큰일 났어요!! 오늘 회의라고요!!!]

아침부터 온 회의라는 카톡에 가빈이 보낸 카톡도 보기만 하고 정신을 놓은 듯
시간을 봤다.

"아, 미친거 아냐? 야 이!! 미친 한다이!!!"

그리고 절규했다.
미친 듯이.

"지각이드아아!!!"

바로 튕기듯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반짝반...]
"여보세요..?"
-작가님... 회의 어떡해요... 다들 기다리는데요...?

오 마이 갓.

오늘은 작품 출시 날이였다.

다이의 직업은 작가였다.
그것도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잘 나가도 너~무 잘나가서 글만 쓰고 회사는 안나가고 집에서 글만 쓰다가...
이런 작품 출시 날만 나가 회의만 참가했었다.

덕분에 주위 동료들한테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건만...

오늘은 회의까지 안나갔으니...!!
온갖 눈쌀을 맞게 생겼다.

[아 죄송해요... 어제 너무 삘 받아서 새벽 3시까지 글쓰다가 일어났더니... 좀 늦을 거 같으니 먼저 시작하세요.]

물론 울다가 새벽 3시에 잔거지만.
그리고... 글도 지금 손도 못 댄 상태였다.

-...알겠어요. 빨리 오세요!

미안하게도 다이가 도착하기 전까지 눈쌀받는 건 다이의 즉속 후배
정우였다.

[미안해 정우야. 나중에 커피쏠게!]
[네...]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나가야 했다.
이별의 아픔에 젖어 있을 시간은 없었다.

"빨리!! 고데기! 아니, 옷옷!!"


고데기
구두(딱 한 달에 한 번 신는다.)

"헉... 회의 도서가...! 도서가!! 어디갔지!?!?!"

전혀 정리가 안된 방에서 책 한 권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였다.

"...아 안되는데!! ... 아 여기있다!"

가까스로 책을 찾은 다이는 차로 뛰어갔다.
맨발로.

"역시 구두 신고 뛰는 건 무리라고오!!"

그러다...
계단에서 넘어지기 일보직전.

"꺄악...!"
"아...!"

커다란 손이 다이의 허리를 잡았다.

"아아! 가... 감사합니다아!"

너무 바쁜 와 중이라 감사인사도 대충하고
다시 계단을 뛰어내려 갔다.

[반짝반짜...]
"여보세요!!"

바쁜데 누구야!
하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야. 너무 뛰지 마. 넘어져서 무릎 깨지면 볼만 하겠다."
"오빠?"
"뭘 멀뚱하게 봐?"

거의 1년 만에 보는 다이의 오빠 다우였다.

"오빠!"
"회의 늦은 거야?"
"응!"

근데 첫마디가 회의 늦은 거냐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바쁜 와중에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차 태워줄게 가자."
"응!!"

차라니...! 차라니!! 살았다는 마음에
바로 오빠 차에 뛰어들어갔다.

"아... 오빠 덕분에 살았어!"
"아침부터 뛰다가 넘어지려 하지 않나, 회의에 늦질 않나. 참 대단한 동생이야."
"진짜 오빠 밖에 없어. 나 진짜 죽을 뻔."

오늘만큼은 오아시스 같은 오빠였다.
평소에는 재수없지만.

"언제는 재수없다면서?"
"그 때는 내 입이 잘못했네."
"그게 뭐야."
"근데 면접에서 바로 합격하고, 좀 지나고 이사직 땄다고 했을 때 솔직히 좀 재수없었어."
"그래? 내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평범한 남매에 디스 섞인 대화가 막바지에 이를 때 즈음
도착했다.

"오오, 여기서 내려줘!"
"잘 갔다와."
"응! 고마워, 나중에 술 살게!!"
"그래, 오늘 사라."
"오! 오늘 여기 있으려고?"
"응. 저녁이나 같이 먹자. 나중에 연락할게 빨리 가."
"어어!"

빨리 튀어 회의장에 들어가자 다들 따가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그것도 모자라..

"작가님, 오늘 너무하시네요! 베스트셀러 작가면 단가.."
"회의도 늦고, 정신이 있으세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사장님까지 참석하셨는데. 일개 작가가..."

익숙한 독설이 좔좔 흘려 들렸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할 말은 없었다.
지각한 것도 사실이고.

"괜찮아요. 우리 한작가 덕분에 매출이 2배로 뛰었는데. 이정도야 뭐!!"
"아..."

매출 때문에 산 건가.

"하하하!!"
"아니, 사장님 그래도..."
"맞습니다! 매출만 오르면 됬죠!"

하,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여기 앉으세요 작가님."
"미안해 정우야."
"괜찮아요. 안 혼났어요."

정우는 살짝 피곤해 보였다.
그리고 동료를 보니

역시 동료들이 다이를 보는 눈은 그리 곱지 못했다.

"아... 어이없어."
"그 놈의 베스트셀러."
"..."

익숙한 반응이었다.

흔한 자격지심들이라 생각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유명한 작가님 이시라면 의견이나 하나 내보시죠! 이번 작품 내용이요."

대놓고 견재하는 사람도 있었다.

뭐 이정도면 애교라고 생각해도 되겠지만.

"아, 그거 어디까지..."
"여기요 작가님."
"고마워."

''삶에 지친 어른들을 위한 책.''

삶에 지쳤다라.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렸다.

로맨스도 괜찮고, 다큐 쪽도 좋으려나? 아니. 가벼운 쪽이 좋을 것 같은데...

"저는 역시..."
"아, 참고로 저희는 로맨스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로맨스라..."
"사장님도 찬성이시죠?"
"괜찮은 것도 같네만. 한작가는 어떠나?"

다 정해놓고 물어보고 있어.
마음대로 하라고 말해버릴까 하다 물을 좀 먹여보기로 했다.

정우를 위한 복수를 해야했다.
감히 내 후배를 건들여? 이런 거 였다.

"...로맨스 좋죠! 전 정말 좋아해요. 아, 저는요."
"한작가...?"
"근데, 로맨스는 취향 많이 타잖아요, 남성분들도 읽는 로맨스는 잘 만들어지지 않기도 하고. 제가 생각하기에는 가벼운 힐링 시가 어떨까 생각해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가끔 읽을 수 있는 힐링 시.
그럴 듯한 의견이었다.

적어도 로맨스보다는.

"오, 그렇긴 하네요. 중간중간 끊어 읽을 수도 있겠고.."
"그... 그렇지만. 시의 내용은..."
"요즘 재미있는 시가 많더라고요. 예를 들면... 겨울님이 쓰신. 진짜 인상깊게 봤어요."
"오! 요즘 잘나가는 겨울시인 말인가. 나도 봤네, 정말 재밌더군."
"네, 그렇게 삶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잠시 웃음을 줄 수 있는 책. 그런 책이 좋을 것 같아요."

다들 호응하는 듯 했다.

몇몇을 빼곤.

하지만 그들이 어쩔 것인가. 사장님께서 좋다시는데
억지로라도 따를 것이 분명했다.

"그럼 그렇게 하고... 작품 출시 기간 말인데...."



-



"흐어어... 끝났다."

길고, 피곤한 회의가 끝나고 휴식시간.

"정우야, 미안해~"
"됐어요."
"삐졌어?"
"아니거든요. 그나저나 빨리 글이나 넘겨주세요. 출판사에서 아주 난리가 났어요."
"아, 글 넘겨 줄 때 됬지."
"7일 안에 넘겨주세요. 그 이상은 안돼요. 어제 글 못써서 늦게 일어났다는 거 뻥이죠?"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눈치 100단. 아니 10000단 이였다.

"고마워어~! 우리 정우 밖에 없다."
"빨리 집에 가세요. 안녕히가세요."
"후후. 고마워~"
"네."

정우를 보내고 노트북을 든 채 카페로 가는 길.

[반짝반짝 작은....]

회의 끝난 건 어떻게 알았는지.
가빈이가 칼 같이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가빈..."
-너!! 왜 읽씹해!!

대뜸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잠깐 전화기를 귀에서 떼었다.
목소리 한 번 짱짱했다.

누가 시끄러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 아니랄까봐.

"미안미안."
-이별에 아픔에 안좋은 선택한 줄 알았잖아!! 집에 갔는데 집에도 없고!
"아, 오늘 출근했어,"
-오늘 회의였냐?
"응, 오늘 지각해서 눈쌀 때매 죽을 뻔, 아. 맞다. 나 지금부터 글 써야 되. 7일 안에 넘기래. 끊어. 지금 카페들어와서 작업할 거야."
-이별에 아픔에 아파하기도 전에 일에 치여 죽겠네.

사회생활에 휴식이란 어려운 거니까...
어쩔 수 없었다.

일은 일, 이별은 이별.

성인이란 이런 것이었다.

"그러니까.."
-열심히 하고, 나중에 보든가. 나는 아직 일하는 중이라. 확인만 해봤다.
"응. 고마워."

전화가 끊기고, 다이는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주문하시겠어요?"
"아, 네 아이스초코랑 허니브레드요."
"네."

단 거 먹고 열심히 작업해야지.

"아이스초코랑 허니브레드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자, 그럼 작업을 시작해 볼까!"



-



저녁 7시.

하루종일 카페에 죽치고 있었다.
사장님께서 다이랑 친해서 다행이지 아니였음 쫓아내도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여기서 일주일에 몇 만원을 쓰기도 했으니 된 거지만.

"오늘도 감사했어요. 사장님!"
"네, 다음에 또 오세요. 다이씨."
"네!"

카페에서 나오니 차가운 바람이 몰려 들어왔다.
얼어죽을 지경이었다.

"춥다."

손을 비비며 열을 내고 있는데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반짝반....]

다우였다.

"여보세요?"
-한다이, 밥먹자.
"사줄거면 갈게. 오빠."
-아오, 양아치냐? 알았어. 오기나 해.

까칠해도 해줄 건 다해주는 다우.

"어디로 갈까?"

그 덕에 차가운 바람이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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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6 15:39 | 조회 : 476 목록
작가의 말
현과연(다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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