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후회돼요?”


왠지 그의 입으로 듣고 싶어서 물어봤다. 정말 날 만난 걸 후회해? 나랑 이런 사이가 된 걸 후회해?

그는 이불을 끌어 입을 가리고 끙하는 소리를 냈다. 부끄럼을 타는듯해보였다.
그의 하얀 손끝마저 발개져 있었다.
나는 괜히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불을 끌어 내렸다. 하얀 그 몸이 드러나자 나는 아직 채 사그라들지 않은 내 페니스가 다시금 굳어지는 걸 느꼈다.


우리의 가빴던 숨은 방 안 공기를 덥게 만들었고, 우리의 바빴던 손길은 어질러진 이불이 되었다. 한차례 폭풍처럼 휘몰아친 우리의 열기가 조금 사그라들었을 쯤, 그제야 그 사람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인식한 것 같았다.


“아, 저...”


주저하며 여는 입술이 불안하다.
나는 그의 대답을 먹었다. 다시금 내 입술로 틀어막혀진 그의 입술은 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열린다. 아, 미치겠다.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된 건지 모르겠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당장 손이훈이 내 아래에서 저런 표정을 짓고있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한 번 더... 해도 돼요?”


허락인가?

내가 말해놓고도 어이가 없었다. 이미 내 혀는 그의 가슴까지 내려와 잘근잘근 그의 예민한 부분을 물고 있었다.

허리를 비틀며 완강하게 나오던 그는 이내 체념을 한 건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말로 해줘요.”
“...해주세요.”


짐짓 놀란 표정을 짓자 그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나도 좋았어요.”


낮게 읊는 그 말에 내 아래는 터질 것 같이 커졌다. 솟구친 두 개의 페니스는 이제 웬만한 자극으로 가라앉히기가 힘들다.

가뜩이나 예민한 그곳을 자꾸만 마주하는 탓에 정신이 희미해질 지경이었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다시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처음에는 바짝 긴장한 티를 내던 손이훈은 그래도 이번엔 조금씩 힘을 빼며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인데 그래도 두 번째가 훨씬 수월했다.
손이훈은 이불을 움켜잡으며 나름대로 의사표현을 했지만 날 밀어내진 않았다.

손가락을 밀어넣으며 입으로는 그의 얇은 가슴을 핥자 그는 옅게 신음했다.
혀로 똑똑 노크할 때면 그는 신음으로 입술을 활짝 열어주곤 했다.


“하읏...응...”
“아...”


진짜 못참겠다. 정확히 그가 열 번째 신음했을 때, 나는 견디지 못하고 자세를 바꿨다.

손이훈은 내 아래에서 조금 겁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 순응적인 태도가 나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원래 당신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나는 차라리 그가 내게 욕하고 하지 말라고 발악했으면 정신을 차렸을텐데, 이렇게 고분고분하게 나오니까 정신이 안차려졌다.


“아..!!”
“하...윽...”


빡빡하게 꽉 조여오는 느낌이 들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그 기분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런 거구나. 이렇게 좋은 거구나.

조금 넣었을 뿐인데 그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나는 아예 한번에 넣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허리를 바짝 붙였다. 처음으로 손이훈이 크게 아픔을 표했으나 이미 늦었다.


“아... 좋아..”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나는 안도하고 조금씩 허리를 움직였다.
작은 몸짓에도 크게 반응한다. 나는 조금만 비틀어도 꽉 조여오는 느낌에 당장이라도 안에 싸버릴 것만 같았다.

간신히, 간신히 버티면서 어느정도 적응이 됐을 때에야 비로소 편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한껏 경직되어 있다가 조금 풀어지니까 그제야 흥분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온몸으로 느낀다는 것이 이런거구나.
나는 손이훈의 몸 안에서 내 전신으로 쓸어오르는 오르가즘에 내가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손이훈이 내 아래에서 어떤 표정으로 날 보고 있는지도 흐릿하게만 인식됐다.


손이훈이 허리를 좀 더 들어서 내게 바짝 붙였을 때, 그 때 정말 참지 못하고 밖에다 사정을 했다.
얼마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절정에 이르렀다는 것이 얼떨떨해서 나는 조금 멍한 표정이었던 것 같다.

내 멍청한 표정을 보고 손이훈이 피식 웃었다. 민망함에 이번에는 내가 이불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미안해요.”
“뭐가?”
“그... 너무 좋아서.”


내 사과에 손이훈은 다시 한번 픽 웃더니 괜찮다며 앞머리를 쓸어줬다.
내 방식대로 밀어붙여서 화가 났을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잠깐 쉴까?”


더웠던 공기가 이제는 뜨거울 지경이다. 건조하게 마른 목구멍은 물을 찾았지만 나는 물대신 손이훈의 입술을 선택했다.
입안이 다시 축축해진다. 나는 까끌해졌던 속 마음이 다시 싹 풀리는 것을 느꼈다.


“나, 정말 진심이야.”
“.......”
“단 한 번도 당신 가볍게 생각한 적 없어요.”


이제와서 이런 말 하기도 참 남사스럽지만, 일단 말해둬야 할 것 같았다.
내가 한 번 자보려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게 아니란 걸 알아줬으면 싶었다.


“지금 당장 대답해달라고 안 해요.”
“.......”
“그러니까 그냥... 알아달라고.”


말주변이 없는 게 이런데서 티가 나는구나. 나는 뒷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아무렇게나 누웠다. 손이훈은 잠시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수긍의 의미인지, 아니면 좀 더 생각해보겠단 말인지 잘 못알아들었으나 굳이 되묻고싶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나를 받아들여준 것만으로도 나는 황송할 노릇이었다.
그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의식하고 있는 이 분위기를 그런 순진한 질문으로 깨고싶지 않았다.


“좋아해요.”


하지만 이 말은 꼭 해야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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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1-18 16:37 | 조회 : 1,556 목록
작가의 말
천재일우

자꾸 수위만 올리게 되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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