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여전히 그의 집은 평범하고 깔끔했다. 적당히 어질러지고 적당히 치워진 그 집은 이상하리라고 생각 될 만큼 주방과 화장실만 깨끗했다.

“싱크대가 왜 이렇게 깔끔해요?”
“나 원래 부엌이랑 화장실이 더러운 걸 못봐서…”
“와 진짜 정리 잘 했다.”


싱크대 뿐만 아니라 선반에 올려둔 접시들도 깔끔하게 정리를 다 해놨다. 종류 하나하나 생각해서 정리해 둔 티가 났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잘하는 거 해줘요. 아무거나.”
“그냥 간단하게 볶음밥 해줄까?”
“좋아요.”


재료를 꺼내는 이훈, 손질하는 이훈, 밥 볶는 이훈 뒤에 찰싹 붙어있었더니 결국 폭발했다.


“저리 좀 가!”
“왜!”
“불편하잖아!”
“아 난 좋단말이야…”


계속 뒤에서 앉고 있으니까 그가 결국 포기하곤 요리를 했다. 밥을 볶지 않는 한 손으로는 허리를 감싼 내 손을 잡아주면서.
이러고 있으니까 제법 우리도 연인 티가 나는 것 같아서 뒤에서 이훈의 볼에 쪽, 뽀뽀를 했다.

당연히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어쩐지 가만히 있길래 더 참지 못하고 여러 번 했다.

“왜 화 안내요?”
“왜 화내?”


다정하게 왜 화내냐고 묻는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나른하게 귓가로 퍼지는 게 꼭 나를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오늘은 정말 못 참겠다.


“야…! 너….!”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자 간지러운지 나를 떼어 내려고 한다. 나는 더욱 그에게 달라붙어서 이리저리 매달렸다. 목을 입술로 간질간질 괴롭히자 그가 결국 포기한 듯 힘을 뺐다.


“키스해도 돼요?”


접시에 음식을 옮기는 그를 돌려세우고 눈을 맞췄다. 날 올려다보는 눈빛에는 약간 당황이 서려있다.

그렇게 우리의 첫번째 키스도, 두번째 키스도 그의 집에서 맞이했다.

섣부르게 입을 맞췄던 첫번째와는 달리 더 머뭇거리고 긴장했던 키스였지만, 그는 그런 나도 받아주었다. 그는 눈빛 뿐만 아니라 입술도 따뜻한 사람이었다.


“이제 됐, 아..!”


이훈은 금방 입술을 뗐지만 나는 더 참기가 힘들어서 그를 다시 몰아 붙였다. 식탁 위로 허리가 꺾인 채 계속 키스를 했다.

머뭇머뭇하던 분위기와는 달리 그를 더 갖고 싶은 마음에 더 서투르게 입을 맞췄다.
입술 근처로 침이 묻을 만큼 마음이 급한 게 느껴졌다. 이훈은 당황했는지 나를 밀어내려 했지만 나는 그를 결박 시킨 채 계속 밀어붙였다.


“재현..아.”


그가 작게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 숨을 고르는 이훈의 목덜미에 다시금 입술을 파묻었다. 쇄골 근처를 잘근잘근 깨물며 놓아주질 않았다. 당장 그를 끌어안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만 같다.


“미안, 미안해요.”
“…….”


그는 조금 복잡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허락을 받기도 전에 그를 당겨 침대 위로 쓰러졌다. 위에서 내려다 본 이훈은 훨씬, 훨씬 예쁘다.

손가락으로 만지면 어떨까 싶어 입술을 쓸어보았다. 말랑거리고 부드럽고 또 지금까지 키스하느라 조금 촉촉하다. 한입에 머금어버리면 어떨까 싶어 입술을 다 먹어버렸다. 잘근잘근 씹으면 또 그대로 씹혀버릴 것만 같아 조심히 혀로 입술을 문질렀다.

말캉한 혀가 내 입안으로 들어올 땐 까칠한 손 이훈은 없고 오직 본능에 충실한 손 이훈만 있을 뿐이다.

이미 만들어진 볶음밥은 조금씩 식어갔지만 우리는 반대로 더 뜨거워졌다.
안 그래도 더운 여름, 우리는 서로에 의해 더 달궈졌다. 손을 반팔 안으로 넣어 등을 쓸자 이훈이 움찔거리며 몸을 떤다. 나는 그 작은 몸짓 하나에도 바스라질까 싶어서 더 조심스럽게 굴었다.
쇄골까지 쭉 타고 입을 맞췄다.

입술이 내려온 길 중 발갛지 않은 곳이 없다.

나의 모든 것을 주기에 완벽한 타이밍.


4
이번 화 신고 2019-07-10 00:06 | 조회 : 1,630 목록
작가의 말
천재일우

많이 봐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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