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녀의 마을(2)

“진짜......은비 누나라고?”

그게 말이 된단 말인가? 어떻게? 나는 지금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그렇다면 지금 내 모습은 왜 이런 거지?

그런데 그 때 내 궁금증을 해소라도 시켜 주려는 듯이 그녀의 뒤에서 온라인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상태창이 떴다.


---------- 마왕 서은비(가명) ----------
LV: 907 (황혼의 저주에 걸려 디버프된 상태입니다.)
HP: 42060/117800 (황혼의 저주에 걸려 디버프된 상태입니다.)
MP: 3027948/3130000 (황혼의 저주에 걸려 디버프된 상태입니다.)
힘: 728 (황혼의 저주에 걸려 디버프된 상태입니다.)
근력: 655 (황혼의 저주에 걸려 디버프된 상태입니다.)
민첩: 2945 (황혼의 저주에 걸려 디버프된 상태입니다.)
지능: 14120 (황혼의 저주에 걸려 디버프된 상태입니다.)
지혜: 7588 (황혼의 저주에 걸려 디버프된 상태입니다.)
운: -120 (역(易)의 저주에 걸려 디버프된 상태입니다.)

특능:
1) 마리오네트 (아귀(我鬼)의 저주에 걸려 제한된 상태입니다)
2) 차원 간섭 (아귀(我鬼)의 저주에 걸려 제한된 상태입니다)
3) 사령술 (아귀(我鬼)의 저주에 걸려 약화된 상태입니다)
4) 용안

(불사의 저주에 걸린 상태입니다. 이 저주에 걸린 대상은 스스로의 목숨을 끊을 수 없으며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게 죽임을 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죽을 수 없습니다.)
(사의 저주에 걸린 상태입니다. 고통을 동반하며 생명력이 지속적으로 줄어듭니다. 생명력이 0이 되면 죽게 됩니다. 또한 만약 ‘죽을 수 없는 상태’ 라면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속박의 저주에 걸린 상태입니다. 저주를 건 상대가 지정한 일정 장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정신붕괴의 저주에 걸린 상태입니다. 자아를 점점 상실하게 하고 죽음에 대한 갈망이 생기게 합니다. 이 저주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하여 위력이 강해집니다.)
(......저주에 걸린 상태입니다. ......)
(......저주에 걸린 상태입니다. ......)
(......저주에 걸린 상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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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차원에 단 7명만 존재하는 마왕 중에 한명. 마족의 한 갈래인 마녀들을 다스리며 현존하는 마왕들 중에 가장 오랫동안 살아왔다. 수천 년 전에 있었던 아포칼립스 전투에서 마왕 칼립과 전투를 치렀고 승리하였지만 수많은 저주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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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도대체 이게 뭐에요? 이 상황은 뭐고요? 나는 왜 이 모습인거죠? 누나는 또 왜 그런 모습이고?”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당황한 나는 빠르게 질문을 쏟아냈다.

“그게... 어... 듣고 너무 당황해 하지는 마. 알겠지?”

이미 내 몸이 여자가 된 것부터 봐도 이보다 나를 더 당황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은비 누나는 그렇게 말하고 다음 말을 꺼냈다.

“일단 지구에서 있었던 차 사고로 우리 둘 다 죽었어.”

“네?”

더 당황해버렸다.

죽었다니? 그런데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지금 엄청 당황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다 설명해줄게. 아마 너는 지금 내 머리위에 뜬 투명한 창이 보일거야. 맞지?”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믿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보이는 그대로 나는 마왕 중에 한 명이야. 여기는 지구와는 다른 차원에 있는 세계고.”

“그, 그러면... 내가 지금까지 지구에서 봐 왔던 은비 누나는 어떻게 거기 있었던 거예요?”

“창에 다 뜨겠지만 내가 걸린 저주 중에는 속박의 저주라는 저주가 있어. 그 저주 덕분에 나는 이 근처에서 떠날 수가 없지. 똑같은 장소에서 지내는 것이 백년 이백년도 아니고 수 천년이 되니까 견딜 수가 없겠는 거야.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내 마리오네트와 사령술을 이용해서 다른 차원으로 가는 거였어. 아예 다른 차원으로, 그것도 마리오네트를 이용해 영혼을 보내는 방법이라면 속박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거든. 하지만 아귀의 저주로 인해서 내 능력이 많이 제한된 상황이여서 다른 차원으로 아무런 능력도 가지고 갈 수가 없어. 그냥 그 차원의 사람처럼 평범하게 살다가 미리 지정해놓은 수명이 다하거나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 그 인형과 내 영혼은 돌아오는 거지.”

은비 누나가 잠깐 망설이더니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 너랑 내가 동시에 죽으면서 어떤 문제가. 아마 내게 걸려 있는 수많은 저주들 중에 몇 개가 복합적으로 발동돼서 이루어진 것 같은데 네가 죽으면서 네 영혼이 내 인형, 그러니까 그 세계에서 쓰고 있던 내 모습으로 들어왔어. 그리고 미리 정해져 있던 대로 너의 영혼이 들어 있던 인형과 내 영혼이 이 세계로 돌아왔지. 그러면서 너의 모습이 지구에서의 서은비가 된 거야.”

정말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하지만 내가 은비 누나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하나는 그냥 여기 근처에 있는 마녀 마을에서 편하게 사는 거야. 만약 그 선택지를 고른다면 내가 너의 가족이 되어서, 끝가지 같이 있어줄게. 이 세상에서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 나 때문에 원래 살던 세계에서 이런 낮선 세계에 오게 된 거잖아.”

“나는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요. 만약 돌아간다는 선택지를 고르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은비 누나가 싫은 건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나는 은비 누나가 좋았다.

하지만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곳에도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그 세계가 나에게는 고향이었다. 지금까지는 실감하지 못했었지만 이렇게 다른 세계에 와 보게 되니 원래 살던 장소, 익숙한 장소라는 것이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별로 따뜻한 부모님은 아니었지만 가족이 있었고 4년 전에 알게 된 귀여운 여동생도 있었다.

“그러면, 정말 많이 힘들어질 수도 있는 그런 여정이 될 거야.”

“힘든 여정이요....?”

“너를 돌려보내기 위해서라면 지금의 나로는 불가능해. 타인을 이동시키는 것과 내가 이동하는 것은 다르거든. 잠시나마라도 내 저주가 풀어질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드래곤 하트 정도는 필요해. 그런데 지금 이 세계에서 남아 있는 드래곤은 딱 한 마리밖에 없어. 타락한 흑룡 루카스. 오천년을 넘게 살아서 무지막지하게 강해진 녀석이지.”

그제야 나는 은비 누나가 왜 힘든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지 깨달았다.

“그럼 내가 루카스라는 흑룡을 잡아야 된다는 말이네요. 그게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누나는 이 지역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했으니까.”

“그렇지. 그건 어찌 보면 불가능 할 수도 있을 거야. 사람이 오천년 묵은 드래곤을 잡아야 한다는 거니까. 그리고 그 드래곤은 흑마법사들의 신으로 군림하고 있어. 너는 단지 드래곤과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니야. 사람들과도 싸우게 되겠지. 그건 어린 너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 될 거야. 그래도 집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니?”

그 말을 들으니 갈등이 일었다. 하지만 내 결정은 변하지 않았다.

“...네. 가능하다면요.”

내 대답을 들은 은비 누나가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내 볼을 잡고 쭉 잡아당겼다.

“아아악! 아파요!”

“짜식, 심각하기는. 앞에서는 절망적인 얘기만 잔뜩 했으니 이제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 줄게, 잘 들어. 알겠어?”

“네으에.......”

나는 볼이 잡아당겨져진 상태로 대답했다.

“있잖아, 선우 너는 천재야. 전 차원을 통 틀어 봐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천재. 단지 아직은 그 재능을 깨우지 못했고 지구라는 차원에 태어나서 마법적 재능을 가지지 못하고 태어났을 뿐이지. 하지만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육체는 마법을 배울 수 있게 해 주고 그 성장 속도를 높여 줄 거야. 그리고 내가 도와줄게. 네가 반드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강하게 만들어 줄께.”

“그런데 돌아가는 게 너무 오래 걸려서 지구로 돌아갔더니 아무도 날 기억 못하게 돼 있으면 어떡해요?”

내가 볼 맨 소리로 투덜거렸다.

“크크크, 내가 누군데! 바로 마왕이야, 마왕! 전 차원 들어서 7명밖에 없는! 저주만 풀리면 그런 것 아무 것도 아니지. 우리가 사고 났던 사실마저도 무효로 만들 수 있다고!”

지구에 있을 때 자주 들었었던, 생긴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은비누나의 말투가 들려왔다. 아, 진짜 은비 누나였다. 모습도 목소리도 달랐지만 지구에서 알고 지냈던 은비 누나였다.

이상하게도 처음 보는 세계로 와서 느꼈던 긴장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내 볼을 잡고 있는 누나의 보드라운 손도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래, 마왕이면 어떻고 사람이면 어때. 은비 누나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그러다가 나는 내 머리에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저... 은비 누나? 그러면 저는 앞으로 이 세계에 있을 때 계속해서 여자로 살아가야 하는 건가요?”

여장까지는 내가 어떻게든지 참아 보겠다만 여자로 살라니! 안 돼. 내 성 정체성이 위험해. 나는 ‘내가 고자라니----!’ 같은 대사는 외치고 싶지 않단 말이야!

“저... 누님...?”

나는 아무 말 없는 은비 누나에게 불안감을 느끼면서 다시 한 번 누나를 불렀다. ‘님’자 까지 붙여가면서. 하지만 누나는 그저 심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볼 뿐이었다.

설마.... 설마...

나는 내 직감이 틀리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다행히도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린 은비 누나를 보며 내 직감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지구에 있던 네 육체를 카피하여 가져와서 지금의 네 육체에 마법으로 링크를 걸어 놨거든. 원할 때 마음대로 겉모습은 바꿀 수 있어.”

휴, 다행이다.

“그런데 어차피 곧 강제적으로 여자 모습으로 있게 될 건데 너무 신경 쓰지 마.”

“에...?”

네...? 뭐라고요?

뭔가 앞으로의 삶이 너무나 평탄치 않을 것 같다는 불기한 생각, 예감이라고도 하는 그것이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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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1 23:00 | 조회 : 850 목록
작가의 말
nic95032082

대표이미지가 루카스에요 (소곤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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