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녀의마을(1)

나는 천재였다.

내가 21세기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 아닐까. 후훗.

처음부터 이런 말로 시작하면 재수 없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천재인 것은 엄연한 사실!

지금 나는 13살의 나이로 초등학교 6학년을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S대의 1학년으로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작년 수능 만점자였다는 것은 안비밀?)

그렇다고 학교에서 소외되거나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고?

나는 귀여우니까!

...죄송합니다.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도 대학교에서 형 누나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나는 천재라고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편한 대학 생활과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 모두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생각해 봐라! S대학교에 13살짜리 천재가 들어왔다는 소리를 뉴스로 지겹도록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괴감이 들었겠지. 나는 초중고 12년 동안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이 대학교에 들어왔는데 13살짜리 꼬맹이가 수능 만점으로 S대학교에 들어왔다고? 하는. 그리고 누군가는 내가 괘씸하다고도 생각했을 것이다. 날 때부터 타고난 머리를 가지고 태어나서 삶이 편하겠다고.

어쩌면 나에 대해서 이런 저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어린 녀석이 머리가 이렇게 좋으면 분명히 오만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는.

아니,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가 아니라 분명히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저번에 수능을 치고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그 나이에 수능 만점을 맞으셨나요?” 하는 질문에 “모르는 문제가 없었어요. 수능은 처음이라 조금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이번 수능은 쉬웠던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라고 대답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해 수능은 최근 10년 동안의 최대 난이도를 자랑하며 불수능이라고 불렸던 것을 알게 된 이후 나는 밤새 내 곰돌이 인형을 때리며 그렇게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서 후회했었다. 아 나는 전국의 수능 응시생 60만 명을 적으로 만들었구나 하고.)

뭐, 아무튼 그런 생각을 가지고 대학교에 들어와서 나를 딱 같은 과에서 만난 것이다!

저 아이랑은 불편해서 어떻게 지내지? 라고 생각하고 있을 쯤, 내가 활짝 웃으면서 인형 같은 얼굴로 먼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저는 윤선우라고 해요. 제가 아직 어린데 이렇게 대학교를 들어오게 되어서 아직 많이 어색하고 부족해요. 그래도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부끄러운 듯이 말을 살짝 흐리면서 볼을 붉히고 마지막에는 수줍은 웃음을 건네는 것은 점수를 얻기 위한 치밀한 작전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인사를 받은 같은 과 누나들은 어머어머, 귀여워하며 나를 정말 동생처럼 귀여워 해주기 시작했고 형들 또한 인사도 잘 하고 평범한 얘들 같이 귀찮게도 안 할뿐더러 자신들을 먼저 챙겨 주려고 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나를 좋아해 주었다.

추가로 나는 정말로 귀여운 편이었다. 심지어 머리카락만 길면 여자아이보다 예쁘겠다는 소리도 벌써 여러 번 들었다.(그래서 가끔씩 같은 과 누나들에게 붙잡혀 여장을 당하고는 했다. 흑흑. 아무리 그래도 같은 학번인데!)

결국 내 소문은 대학교 전체에 퍼지고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내가 대학교 안에서 걸어 다닐 때마다 다들 나를 쳐다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형 누나들 거기에 심지어 선배들에게까지 웃으면서 예의바르게 대꾸해주었다.(물론 내가 아무리 잘 해 주려고 해도 나를 싫어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는 아예 상종을 말아야 하는데. 휴.) 그러다 보니 나는 S대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다섯 명 중에 들어가게 되고야 말았다

또, 이건 얼마 전 일이었다.

“선우야, 빨리 해봐!”

“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이제 와서 뭘, 이미 여장까지 하고 있으면서! 빨리 해봐.”

나는 제발 도와 달라는 눈빛을 해민이 형에게 보냈다. 그리고 바로 외면을 당했었다.

“뭘, 그러고 있으니까 되게 귀여워서 여동생 삼고 싶을 정도인데. 어서 해봐라.”

“일...일 더하기 일은 귀요미!...”

나는 부끄러워서 두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는 볼이 잘 익은 홍시처럼 빨개졌었다. 아무리 내가 어려도 남자로 살아온 세월이 13년. 그런데 이렇게 여장을 하고 애교를 부리고 있다니!

“으아으...”

“꺅! 귀여워!”

“우리 선우, 진짜 너무 귀여운 것 아니야?”

저 누나들은 내 마음을 짐작도 못하는지 귀엽다고 깔깔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단지 해민이 형만이 나를 보고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아니, 그러니까 이해를 하면 애초에 내가 이런 짓을 안 당하게 막아 달라고!

뭐, 그래도 모두들 나를 사랑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이러한 느낌은 평생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학교생활이 마음에 들었고 이러한 생활을 더 유지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미 대학교 3학년 과정까지 완전히 숙지했지만 여전히 1학년에서 다른 수업을 모두 듣고 있었다.

그렇게 나름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내던 나에게 그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이었다.


...


“선우야, 잘 지냈어? 오랜만이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고 길에서 걸어가고 있는데 아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 은비 누나?”

이 누나를 알게 된지는 2달이 조금 넘었다.

은비 누나는 대학교 2학년이었는데 두 달 전 내가 학교에서 약간 떨어진 카페에서 대학교 3학년 책을 보고 있는 것을 우연히 보고 나에게 말을 걸었었다.

‘어? 너 혹시 우리 학교 다니는 얘 아니니? 나 S대 다니는데.’

‘에... 맞기는 맞는데요.’

‘와, 그런데 벌써 이렇게 어려운 책을 보는 거야? 천재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는데.’

‘하하... 그냥 이해하는 정도에요’

‘이해하는 정도? 그것도 엄청 대단한 건데? 너는 수학과라고 알고 있는데 나도 수학 관련과거든. 혹시 내가 공부하면서 잘 모르는 부분 있으면 물어봐도 될까?’

그때 나는 이 누나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자신 보다 훨씬 어린 상대에게 무언가 지식적인 측면에서 물어 본다는 것은 자존심 때문이라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그렇게 은비 누나와 친해진 얼마 후에 나는 그 누나가 대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5명 중에 한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왠지 13살인 내가 봐도 지나치게 예쁘더니만.

“요즘에는 얼굴보기가 너무 힘든 것 아니야?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에... 딱히 하고 다니는 건 없어요. 그냥 같은 과 누나들에게 잡혀서 여장과 애교를 강요당하는 정도...?

나는 은비 누나의 질문에 쓸쓸하게 대답했다. 나를 예뻐해 주는 것은 좋지만 솔직히 너무 부끄러웠다! 그 뿐만 아니라 내 (여장)사진이 어떻게 된 건지 대학교 내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풋. 나도 네 사진 봤어. 내 친구가 이것 좀 봐 보라고 귀엽다면서 보여 주더라. 정말 귀여웠어.”

“네?...왜 제 사진이 다른 학년에게 까지 퍼진 거죠? 제 초상권은요!”

“그게 유명인의 운명 이란다. 크큭.”

은비 누나가 또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나에게 대답했다.

“아...”

단지 말 한마디 내뱉었을 뿐인데 나의 허탈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했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 신호등에 초록색 불이 들어오자 나와 은비 누나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오싹한 한기가 느껴지더니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응? 뭐지? 뭔가 근처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주위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꺄아악!”

“사람 둘이 트럭에 치였어!”

“빨리 119불러, 빨리!”

그 말을 들을 때 쯤 나는 정신을 잃었다.


...



“응......?”

눈이 서서히 떠지면서 주위에 있는 나무들이 보인다. 줄기는 보라색이고 이상하게 꼬여 있는 모양이었으며 나뭇잎은 하나도 달려 있지 않았다. 그리고 하늘 또한 이상한 색깔이었다. 주황색과 군청색, 보라색이 섞인 색이라고나 할까.

“뭐, 뭐지.... 여기는 어디고?”

나는 몸을 일으키면서 중얼거렸다. 분명히 은비 누나랑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그나저나 은비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은비 누나? 어디야?”

어...?

“누나...?”

이거 뭐야...?

실수로 레고를 밟았을 때나 느낄 수 있었던, 정신이 확 깨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 내 몸이 뽀얗고 비율 잡힌, 그런 몸이 돼있었다. 그리고 단지 헐렁한 셔츠 한 장이 걸쳐져 있었다. 이상하게도 내가 보는 내 모습인데 야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내 얼굴, 얼굴을 봐야 했다. 나는 주위에 얼굴이 비칠 만할 것이 없나 정신없이 돌아보았다. 그리고 바로 저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샘을 찾을 수가 있었다.

나는 샘을 찾자마자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내 얼굴을 그 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나는 내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은비 누나...”

은비 누나였다. 이건, 틀림없이 은비 누나였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이야? 내가 왜 은비 누나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그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야, 깨어났네?”

그곳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누나가 서있었다. 할로윈 날에 마녀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입은 것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점이나 뒤를 따라서 쫄랑쫄랑 따라오는 귀여운, 하지만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애완동물이 따라오는 점은 분명히 눈에 뛸 만한 요소였다. 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그 누나는 예뻤다. 아니, 아름다웠다는 말이 더 어울리라나? 붉은빛을 띠는 길고 찰랑거리는 머리는 아무 이유 없이 만지고 싶었고 어떤 연예인도 이 누나보다는 예쁘지 못할 것 같았다.

“은비 누나?”

그래, 분명히 한 번도 없는 누나였다. 심지어 목소리도 은비 누나와 완전히 달랐다. 그런데 나는 왜 은비 누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을까?

잠시 나는 도리질을 했다. 정신 차리자.

그러고 있는데 그 누나가 대답했다.

“헤헤... 눈치 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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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1 22:56 | 조회 : 947 목록
작가의 말
nic95032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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