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이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나를 알던 모든 이는 사라졌다. 내가 누군지. 어떤 이의 자식이고, 어떤 이의 친우이고, 어떤 이의 연인이었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그냥 죽고 싶었다.그러나 나는 죽을 수조차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는데, 사람들에겐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다.
구원자, 사람들이 날 부르는 칭호였다. 그들은 내게 부르짖었다. 당신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이곳에 남겨진 마지막 희망이라고. 이곳을 구원한, 그리고 구원할 구원자라고.
사람들은 구원받았다, 구원자라 불린 이의 손으로. 그러나 정작 구원자가 구원하고자 한 이들은 구원받지 못하였다. 전부 불타고 갈기갈기 찢겨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다.
내가 지키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던가, 또 무엇을 위해 지키고자 하였던가.
그것 또한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