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과거사


"어....저 뭔가 실수라도…?"

어색해 미치겠네. 왜이런 반응인거야.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이는 잠시 굳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니 내 팔을 잡아챘다.

"…?!"

"역시…"

카이는 내 뒷목을 바라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그와 동시에, 병사들의 창이 내게 향했다.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좆된것같다.

***

소년은 고개를 들었다. 그런 소년의 손에 쥐어진 것은 책 한 권 이었다. 책의 표지에는 '인크로아스' 라는 제목이 멋들어지게 적혀 있었다.

"…이게 이 세계의 결말인가요."

신전에 조용히 소년의 말소리가 내려앉았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소년은 재차 입을 열었다.

"제가, 제가 이것을 막을수 있을까요."

소년의 손이 떨린다. 숨이 거칠어져간다. 그런 소년의 몸에서 흰 색의 마나가 일렁거렸다. 그와 동시에, 소년의 뒷목에 새하얗게 열쇠가 그려졌다. 희미하게 일렁거리는 그 무늬는 소년의 마나와 함께 사라졌다.

"…신님, 대답해 주세요."

고개를 숙인 소년은 책을 신전의 제단 위에 놓았다. 책 위에 문자가 떠올랐다가 일그러졌다.

[SyTEm : 못막. 아]
[mAsTEr : 막을수. 있 다.]

두 개의 대답이 다시 일그러졌다. 소년은 볼수 없는 창이 여럿 떳다가 사라졌다.

[주인공에게 페널티를 내립니다.]
[(미정)에게 특성을 내린다.]
[주인공에게 페널티를 내립니다.]
[(미정)에게 특성을 내린다.]
.
.
.
[주인공에게 신의 권능을 내립니다.]
[(미정)에게 특성을 전달한다.]

소년은 제단에서 책을 끌어네렸다. 그런 소년의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의 정성에 감동하여 신이 당신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주인공이 권능, '검술' 을 습득하였습니다.]
[신, '순결' 이 당신을 향해 미소짓습니다.]
[신, '탐욕' 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신, '오만' 이 당신을 내려다 봅니다.]
.
.
.

"…"

소년은 신전을 빠져나왔다. 소년은 허름한 집에 들어섰다. 집 안은 온통 엉망이었다. 그런 집 안에서는 간간히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아, 아이야…왔느냐…?"

침대에 누워있는 노인을 바라보던 소년은 근처에 굴러다니단 목검을 들고 노인에게 겨눴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노인은 싱긋이 웃었다.

"제 진짜 이름은 무엇입니까."

"아이야, 네게 이름은 없단다."

"…그럴리가 없습니다. 생명의 신께서 저만 이름을 내려주지 않으셨다는 건가요?"

"그렇단다, 아이야."

소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던 소년은 계속 쥐고 있던 책을 노인에게 내밀었다.

"…신께 받은 책 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 저라는군요. 분명 이 책에는 주인공의 이름이 있습니다. 이 이름이 제 이름이 맞습니까?"

소년은 조용히 입을 열고는 책을 노인에게 건넸다. 노인은 천천히 자리를 잡고 책을 읽어내려갔다. 책의 마지막장이 덮혔을때, 노인은 소년을 바라보았다.

"이 책에서 네 이름은, 그래."

노인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리베라(libera : 자유)라는구나."

소년의 금빛 눈동자가 어두운 방 안에서 형형히 빛났다. 그런 소년을 마주보던 노인은 소년에게 책과 함께 편지 하나를 내밀었다.

"니플헤임 학교의 추천서다. 이걸 가지고 가면 바로 입학할수 있을게다. 책에서처럼 다음년도 겠지만."

"…이번년도는 안되는 겁니까."

"될게다. 한번 해보려무나."

"감사합니다, 아버지."

"눈이나 잘 숨기거라."

노인은 소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소년은 노인에게 인사를 하곤 밖으로 나왔다. 소년은 뒤짚어쓴 망토로 쉽게 눈을 가렸다. 책에 적힌 대로, 눈색을 바꿔주는 아티팩트 - 마법이 담겨있는 물품. - 를 구하러 가야한다.

"…이 세계의 멸망은, 절대 안돼."

소년은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

몇백여년 전, 전 세계의 신전에서 하나의 신탁이 내려왔다.

[금빛 눈동자를 가진 이는 이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다.]

이토록 누군가를 콕 집어 말하는 신탁은 없었기에 모두들 그 신탁을 믿었다. 사람들은 금빛 눈동자를 지닌 이들이 모두 죽기를 바랐다. 그리고 가장 먼저 죽은 이는, 다름아닌 한 제국의 황녀였다.



허리께까지 자라 바람에 흩날리는 긴 흑발을 하나로 묶은 여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입을 열어 마지막 인사를 말했다. 금빛 눈동자가 물기를 가득 머금고 반짝였다.

'잘가, 내 사랑.'

그녀의 신형이 밑으로 사라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던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눈물에 젖어 반짝였다. 남자의 손이 여자가 있었던 곳을 살짤 더듬는듯 하더니 이내 천천히 내려졌다.

'…내 꼭, 너를 되찾고 말리라. 너의 환생이라도 찾아서…'

남자는 이루어질수 없는 다짐을 하며 주먹을 쥐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한 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브를 두른 이들은 아기의 몸에 상처를 내고 무언가를 집어넣고 있었다. 검붉은 피와 같은 액체는 아이의 몸 속을 비집고 들어갔다.

알수없는 글자들이 솟구쳐 올라 아이의 몸을 뒤덮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졸려.'

아이는 피가 가득 묻은 손으로 눈을 비볐다. 금색의 눈동자가 흐릿해졌다가 천천히 선명해졌다.

'앞이 안보여…엄마, 아빠…어딨어..?'

소년이 소리쳤다. 그러다가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소년의 머리는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금색의 눈동자였다. 차마 아이를 죽이지 못한 부모는 아이를 숲에다 내다 버렸다. 그런 아이는 숲에 살던 노인에게 주워졌고, 아이를 다 키운 후 노인이 병들어서야 노인은 금색의 눈을 가진 아이가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노인은 그저 담담히 마지막을 바라보며, 아이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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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7 21:43 | 조회 : 2,950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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