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사랑해야 되는 사람은 주인공 뿐이다


반 배정이 끝나고 자리에 앉자, 아이들이 내 주위를 둘러쌌다.

"저기, 네가 하연이야?"
"앞 보여?"
"교장선생님이랑 친해?"
"너 무슨 권능을…."

귀찮아. 사람들한테 둘러싸이는걸 그닥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아, 진짜…예전 생각나게시리.

"….."

나는 그냥 고개를 숙였다. 곧 있어, 조용해졌다.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신, ''소원을 들어준 자'' 가 조금 시무룩해 합니다.]
[신, ''슬픔'' 이 당신의 슬픔을 바라봅니다.]

.….뭘안다고 당신들이 시무룩해하고 내 슬픔을 들여다봐.

[신, ''분노'' 가 당신의 분노를 바라봅니다.]

마음대로 해라, 그래. 내가 니네 진명 밝혀도 그러나 보자.

[신들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래, 당신들한테 뭘바라겠어. 고작해야 방관자의 위치면서. 세계가 멸망할 때까지, 끝까지 방관만 하다 뒈지는, 그런 위치면서.

[신들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담임을 맡게된 시나한입니다! 이 반에 같은 동쪽 사람이 있어서 이 선생님은 기쁘답니다!"

검은 머리의 남자가 내쪽을 바라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보였다. 동쪽이라, 지명이 없었지. 항상 동쪽으로만 불렸으니.

"…."

담임은 기본적인 사항들을 말하곤 기본적인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기숙사로 돌아갑시다. 아, 하연 학생은 남이주세요."

아이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난 그제서야 천천히 걸어가 담임의 앞에 섰다.

"학생회는 강당으로 모이랍니다."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핏빛 눈동자가 신경쓰였지만, 원작에서 핏빛이 한두명이었어야지.

"네."

***

강당에 도착한 하연은 잠시 머뭇거렸다. 강당 문은 평균 사람들의 키에 맞춰 그보다 크게 제작된데다가, 무게가 장난 아니었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하연보다 힘이 세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하연은 강당문을 못연다는 소리였다.

''씨발 진짜 장난하나….뭔 문이 돌덩이도 아니고.''

멍하니 문을 짚고 문을 바라보던 하연은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았다.

"큼, 크흡…풉…"

"….다윈 선배. 웃겨요? 웃기냐고?"

하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다윈이 웃음을 참는듯 킥킥댔다.

"아, 아니 미안…흡..미,푸훕…"

"….선배. 그냥 웃어…"

하연이 한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후배님, 내가..푸흡, 열어줄께…크흑…"

"아진짜, 선배, 너무한거 아냐?"

"반말 되게 빠르다, 후배님?"

"편한대로 하라면서."

"그래, 우리 후배님 귀엽다."

다윈은 하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윈은 손쉽게 문을 열었다. 하연은 자존심이 상한듯 인상을 찌푸렸다. 강당 안에는 이미 모두 모여있었다.

"이제 왔어?"

이알이 손을 흔들었다. 이알의 옆에는 학생회장이 앉아있었다. 하연과 다윈이 자리에 앉았다.

"소개부터 할까?"

이알의 말에 학생회장부터 입을 열었다.

"지나브 하리에드."

푸른색에서 천천히 흰색이 되는 머리카락과, 흰색에서 푸른색이 되는 신비한 눈동자. 학생회장, 지나브 하리에드였다.

"쌍검술을 쓰고, 2학년. 학생회장이니, 잘부탁한다."

무감각한 눈길이 모두를 쓸었다. 이 학생회에서 반말은 문제가 안된다. 이유는, 각 학년 최강자니까.

"이알 차프넨. 검사고, 2학년 대표."

"다윈 이라프. 풍계열 마법사고 3학년 대표야."

하연은 시선이 집중됨을 느꼈다.

"이하연. 두 가지 권능을 가진 1학년 대표."

하연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왜 반말을 한거야?"

"어차피 학생회는 그런 곳이잖아?"

하연은 웃어보였다. 하연은 알고있다. 이 학교에서 학생회만큼 미친곳은 없을것이다. 학생회장이 아닌 각 학생들의 대표는 언제나 바뀐다. 그만큼 강한 놈들만 올라오게 되니, 저절로 또라이들의 집합소가 된다.

학생회장을 투표로 뽑는 이유는 각 학년 대표(이하 또라이들) 들을 어느정도 진정시키기 위함이라는 소문이 있다.

"난 우리 후배님이 얼마나 버틸지가 제일 궁금해."

다윈은 하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한달."

"앗, 그럼 난 두달! 후배님, 두달간 잘버텨?"

이알과 다윈이 내기를 하는 사이 하윤은 그저 학생회를 벗어날 생각을 했다. 대표에 대한 도전은 언제든지 가능하니 기회가 오겠거니, 하고 하연은 생각했다.

"그럼 난 일주일."

하연은 그렇게 말했다.

"후배님, 학생회 싫어?"

다윈의 동그란 눈이 하연을 쳐다보았다.

"또라이들 집합소에 굳이 있어야해, 선배님?"

하연은 의자에 기댔다.

"권한을 정하지."

지나브는 입을 열었다.

"알다시피 권한은 4가지다. 알겠지만 설명을 하도록 하지."

지나브는 잠시 종이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첫번째, 학생관리.
두번째, 학교 보호.
세번째, 서류 및 민원 처리.
네번째, 교장 뒷처리."

"아, 네번째는 1학년 대표 너다."

하윤은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왜?"

"그건 교장한테 직접 물어봐라."

지나브의 말에 하윤은 인상을 찡그린채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내가 서류 및 민원처리를 맡지. 괜찮나?"

다윈과 이알은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끝났으니 가도 되지?"

"교장실에 들렀다 가라."

"씨ㅂ…."

하윤은 밖으로 걸어나갔다.

***

….교장실 앞이다. 문? 당연히 못열고 있다. 교장실이라고 문 더 크게 만들어놨어. 내가 이러니 미쳐, 안미쳐? 장난해? 야이 족같은 새끼들아. 학교 건물 지은 새끼 누구야?

"하아….."

"….하윤, 문을 못열정도로 약했…었나?"

아씨발 깜짝아. 갑자기 뒤에서 오지마.

"….뭐요. 그런 눈빛으로 보지마요. 안불쌍해."

카이가 매우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길래 대답해줬다. 교장새끼가 불러놓고 뭐하는거야. 카이가 문을열고 쇼파에 나를 앉혔다.

"근데 제가 왜 교장선생님 뒤처리를 해야하죠."

"그럼, 내가 사고치는거 보고싶은가?"

사고를 치지 말라고 새끼야 쫌.

"아뇨."

참고로 저새끼 사고치면 대륙 난리난다. 그러니까 교장쌤 관리를 시키는거 아니냐.

"…..왜 계속 보십니까?"

무시할려니 시선이 느껴진다. 내 옆에 와서 앉더니 계속 나를 바라본다. 에메랄드빛 눈동자엔 애정이 넘쳐 흘러 매우 부담스러웠다. 뭐하자는 거야.

[신, ''소원을 들어준 자'' 가 우리 애한테 뭐하냐고 합니다.]

뭔소리야. 그때, 카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어지간히도 신한테 사랑받는 모양이군."

카이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개새끼야, 계속 쓰다듬게.

"왜부른 겁니까."

"눈 볼려고."

카이가 내 턱을 짚고 위로 올렸다. 카이의 손이 천에 닿았다. 드래곤한텐 들켜도 상관없나.

[신, ''소원을 들어준 자'' 가 안된다며 손을 흔듭니다.]

안된데.

"신께서 안된다네요."

손을 뿌리치고 쇼파에서 일어났다.

"아쉽군."

카이는 선선히 포기하곤 나를 끌어안았다. 이사람이 진짜….

"왜이러십니까."

"난 안고있을 거라네. 늙었으니 봐주게나."

"드래곤이면서."

"한번만 봐줬으면 좋겠군."

카이는 내 목에 얼굴을 묻고는 부볐다.

"….수업은 듣지 말고 나랑 같이 사는건 어떤가."

안될말을. 난 주인공 꼬셔셔 먹고살꺼야. 고개를 젖자, 카이가 나를 더 꼭 껴안았다.

"왜지?"

"사랑해야 되는 사람이 있어서요."

주인공 안꼬시면 이 세계 반쯤 날아갈때 어떡게 버티리고.

"신탁도 아니고, 웃기는군."

"그렇죠?"

내가 생각해도 웃긴 말이긴 하다. 사랑해야 된다,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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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10 20:53 | 조회 : 3,168 목록
작가의 말
11月

폭스툰 미운데에...그런데에..(떠날수 없는 너란녀석...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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