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배려

언젠가 책 한권을 읽었다. 그 책의 제목은 생각이 안나지만 시들이 빼곡했고 하나하나가 마음속에 콕 박혔었다.

모든 시들은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하듯 친근했으며 때로는 나를 위로해주는 음악 같았다.

그중 한 시를 읽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 그의 손에는 많은 꽃들이 있지만 그중에 나는 없었다. 나의 손에는 상사화만 남은채, 꽃이 되지못했다.

나도, 꽃이 되고싶어요.’

당시 나에게 그시는 나의 마음을 대신 보여주는 거울같은 존재였다. 짝사랑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었을 시기. 모든게 힘들고 받아들여지지 않은 시기였다.

몸도 마음도 주변인물들로 인해 폐허가 됬을때쯤 만난 그 시가, 왜 생각나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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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그시가 생각났을까...’

눈을 떠보니 새벽인듯 어둡지만 왠지 상쾌한 공기가 주위를 맴돌았다. 축축한 시트때문에 으슬으슬한 몸을 일으키려하자 허리와 어제 처음 써본 그곳이 비명을 질렀다.

“읏...”

어제일을 깨닫고 주위를 둘러보니 정액과 피가 침대 여기저기에 묻어있었다. 옆에 없는 온기가 어제는 ‘그저’ 행위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같았다.

방안에 딸려있는 화장실로 들어가니 장난이니게 부어있는 얼굴에 온몸에 잔뜩 새겨진 키스 마크가 보였다.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고 욕실에 들어가 물을 틀었다. 차가운물이지만 개의치않고 온몸을 빡빡 문질렀다.

움직일때마다 그곳에서 나로는 하얀정액들을 다 빼내고 상처가 생긴곳은 더욱더 물로 닥아내었다.

“흑..흐욱....”

주체없이 쏟아지는 눈물이 샤워물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차가운 물을 계속 맞고있자니 점점 몸이 으슬으슬떨려 씻는걸 멈추고 방밖으로 나왔다.

현관문 쪽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 교복을 입고 도망치듯 집을 나섰다. 불덩이 같은 몸을 이끌고 7시정도가 돼서야 집에 도착할수 있었다.

그때 일어났는지 둘째 형이 욕을 하며 뭐라했지만 뜨거운 머리때문에 바로 쓰러진것 같다.

눈을 떠보니 익숙한 천장이 보이고 옆에는 큰형이 앉아있었다.

“형...?”

“......”

“일안가요...?”

“...ㅜ ..ㄱ야......”

큰형의 중얼거림이 안들렸는지 되 묻는 은우의 손을 꽉잡으며 큰형이 말했다.

“어떤 새끼야 !!!!!”

그제서야 알아들은 은우는 어깨를 떨었다.

“읏..흑..그게... 모르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간 너희 학교 뒤집어 엎을줄 알아”

섬뜩한 눈으로 쳐다보는 형이 무서워 그냥 눈물만 흘리자, 형이 한숨을 쉬며 은우를 안았다.

“휴...미안... 울지마... 한숨 자고, 이따가 다시 이야기 하자.”

화를 참는지 큰형의 불끈진 주먹에는 핏줄이 터질듯 올라와있었다.

울다 지쳐 잠들었는지 눈을 뜨자 어두운 방안이 보였다. 누군가 갈아입힌 잠옷아래에는 약이 발라져 있었고, 그 부분 또한 약 때문에 찝찝했다.

‘설마...형님이...’

당황한 마음에 얼른 이불을 젖히고 문으로 달려가자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지는 소리가 크게 났는지 금방 누군가가 방문을 덜컥 열고 들어왔다.

“큰 형..”

평소에 올렸던 머리를 내린 형은 더욱더 젊고 더욱더 잘생겨졌다. 형의 외모를 감상하며 멍을 때릴때, 형이 다가와 안아들고는 다시 침대로 갔다.

“무리하지마..”

묵묵히 은우를 내려놓은뒤 이불까지 꼬옥 덮어준 큰형을 은우는 조용히 올려다 보았다.

“정우형... 나..”

“쉿..”

검지를 내입에 살짝된 정우가 은우의 말을 낚아채듯 말했다.

“유학가, 거기서 휴식도 좀 가지고.. 아버지랑 함께 다녀. 그게 너에게 안전할거야.”

뜻밖인 말에 눈을 크게 뜬 은우는 눈물이 흐르는지 모른채 형, 정우의 말을 계속 들었다.

“되도록 돌아오지마, 내가 만나러 갈께.. 아버지께는 말해뒀어, 학교에도”

“하지만...”

“준비기간은 한달정도야. 그동안 쉬면서 짐싸놔 “

이미 준비가 거의 된듯하지만 은우를 위해 한달을 더 준 정우는 가만히 은우를 지켜보다가 곧,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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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6 13:59 | 조회 : 3,369 목록
작가의 말
양파팝콘

큰형님은 착하답니다... 자신의 사람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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