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익숙함

하루가 빠르게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 큰형도 언제 퇴근했는데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털털 털며 티비를 보고이었다.

“다녀왔습니다..”

“...”

들려오지 않는 대답에 익숙한 나는 이층에 있는 내 방으로 금새 올라갔다.

나는 괴롭히는 둘째형과 쌍둥이 동생과는 다르게 나를 철저히 무시하는 큰형이 왠지모르게 가장 어렵고 무서웠다. 가끔 화가나 반들거리는 큰형님의 눈빛은 너무나도 살의적이여서 쳐다보기조차 힘들었다.

적당히 씻고 저녁 준비를 위해 내려오자 언제 왔는지 둘째 형과 동생도 거실에 앉아있었다.

최대한 소리가 안나게 살금살금 부엌쪽으로 다가가는 나의 큰 덩치를 발견한 둘째형님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하... 시발... 저 새끼도 집에 있었어? 그냥 친구들이랑 밖에서 밥 먹을껄;;”

후회하듯 말하는 둘째 형님을 보며 같이 눈쌀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듣고 있는 한진우가 생각 났다는듯 말을 꺼냈다.

“ 아, 맞다! 둘째 형 ㅠㅠ 나 은우랑 같은 반이 됐어...”

“ 뭐? 형이 학교에 전화해서 뭐라고 해?!”

“ 아이참.. 들어봐!!! 같은반 돼도 딱히 상관없는데... 오늘 자리를 바꿨던 말이지? 근데 은우 자리가 내가 앉고 싶었던 자리인거야ㅠㅠㅠㅠㅠ”

한껏 애교를 부리며 말하는 한진우를 사랑스럽다는듯 쳐다보다가 나를 보고는 정색을 하는 둘째형을 보며 나는 씁쓸한 웃음을 삼켰다.

“그래서 나랑 내 친구중에 임해진이라는 애랑 은우한테 가서 자리를 바뀌달라고 부탁했는데, 글쎄 은우랑 재 짝이 짜증을 내면서 뭐라고 하는거앞”

약간 바뀐 내용을 들으며 살짝 한숨을 쉰 나는 저녁 준비에 들어갔다, 마치 아무것도 듣지 않고 처음부터 그랬다는것 처럼. 그 이유는 곧 알게 될것이다.

“뭐? 한은우, 너 이새끼가 미쳤지?”

이야기를 듣고 흥분하며 주방으로 들어온 둘째형이 다짜고짜 뺨을 때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폭력에 익숙해졌던 고통 위에 새로운 고통이 칠해지듯 퍼져왔다.

“.......”

거실에 앉아있던 큰형은 눈을 찌푸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게 신호라도 되는듯 작은 형은 아무곳이나 때리기 시작했다.

“읏....”

약간의 신음소리가 내 입에서 터져나왔지만 그거뿐이다. 때리는 소리와 작은형님의 신음소리만 채워진 부엌 뒤쪽에서 살살 웃는 진우를 쳐다보며 어서 이 시간이 끝나기를 기도했다.

한 한시간정도 지났을까, 작은형은 나가고 한진우가 다가왔다.

“야, 너 친구 생겼다고 나대지마. 어차피 그 애도 니 곁을 떠날꺼니깐 ㅋㅋㅋ”

평소와는 다르게 사악하게 웃는 이쁜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말 없이 두눈을 천천히 깜박이자 한진우가 갑자기 짜증을 냈다.

“존나 음침한 새끼.... 소름끼쳐....”

이말을 하고는 계단을 쿵쿵거리며 올라간 한진우를 잠시 쳐다보다가 바닥과 한 몸이였던 몸을 일으켜 냉장고로 다가갔다.

분명 자신때문에 밥을 먹지 못한 큰형님을 위해 간단한 야식거리를 만들었다.

이쁜색의 접시에 고이 올려진 맛탕과 약간의 과일들을 가지고 큰형의 서재 문을 두들겼다.

똑똑....-

“들어와”

천천히 문을 열고 방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이때의 나의 심정은 돌아올수 없는 방을 연 느낌이었다.

20
이번 화 신고 2019-01-20 06:31 | 조회 : 2,298 목록
작가의 말
양파팝콘

관계를 어떻게 할까 아직 못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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