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 유아기 - 환생 해 버렸나 보다.

여기는 어디일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무언가 따뜻한 것에 감싸여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계속 이렇게 있고 싶은 행복한 기분.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은 기분에 취해서 멍하게 있다보니 갑자기 고통이 느껴진다.

이제 아픈건 싫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제는 숨까지 막힌다.

“응애 응애”

무슨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지만 나는 지금 필사적으로 숨을 쉬고있다. 어느새 호흡기 장애까지 생겼는가 보다. 원래 이런 병은 없었는데, 인생의 동반자 같은 오래된 지병이 아닌 방금 새로 생긴 병 따위에 죽으면 억울하잖아! 병도 배신감이 느껴질게 분명하다.

“응애 응애”

겨우 숨이 조금 트이자 이 울음소리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응.. 이거 아무리 생각해봐도..

잠시 숨을 멈추고 가만히 있어본다.

울음소리가 멈춘다.

역시.. 내가 숨이 막혀서 아기처럼 운건가!

빠른 결론에 내린 나의 두뇌를 칭찬하면서 패닉에 빠진다.

''''이게 정말 무슨 일이야.. 난 분명 어제.. 그러고보니 보통때보다 더 아팠던것 같은데, 그리고 그때..''''

생각도 하기 싫은 기억이 떠오르면서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린다. 응, 이건 그만 생각하는게 좋지.

일단 지금 이 상황을 파악하는게 먼저다. 계속 감고 있던 눈을 떠보려는데 잘 떠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상황을 파악할려면 뭐가 보여야 하니까 조금씩 눈에 힘을 준다. 왠지 자연스러워야 하는 이 감각이 익숙하지 않다.

계속된 노력 끝에 조금씩 눈에 빛이 들어온다. 마치 짙은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뿌옇게 보였지만, 계속 집중하고 있자 시력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어느 여인의 얼굴이었다.

눈을 떠봤더니 처음 보는 사람이 바로 앞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으면 놀랍고 무서운게 정상일 텐데, 이 너무나도 행복한 듯한 표정을 보니 대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나?''''

왠지 경계심도 별로 들지 않아서, 나를 보고 마냥 웃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본다.

바다같이 깊은 파란색 눈이 보석같고, 이목구비가 뚜렷한게 참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양인인가?''''

내가 알던 사람들하고 약간 미묘하게 다른게, 사진에서 본 서양인의 모습과 닮아있다. 아니, 동양인과 서양인의 중간쯤이라고 할까.. 사실 실제로 서양인을 만난적이 없으니 잘 모르는데..

그러나 그것보다 눈에 확 띄는게 있었다.

''''머리카락이 초록색이야?''''

정확하게는 연두색, 그중에서도 연한편인 연두색의 긴 생머리가 여인의 뒤로 늘어져 있는게 보인다.

''''초록색 머리는 존재하지 않는걸로 아는데, 염색한건가? 아니면 내가 잘못 알고 있던건가?

하긴 뭐, 잘 어울리면 됐지..''''

그랬다. 나보다 몇살 언니뻘로 돼 보이는 이 여인에 대한 첫인상은 ''''아름답다'''' 였다.



내가 한참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 있자, 같이 마주보고 있던 여인이 갑자기 뭔가 생각난듯한 표정을 짓는다.

“#%$#$%%”

무슨 말을 하는것 같은데 알아들을 수 없다. 한국말은 확실히 아니고, 약간 배운적 있는 영어도 아니다. 내가 모르는 언어는 많으니 그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여인이 가슴의 옷을 풀어헤친다.

''''언니,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뭐하는 거야?''''

내가 당황하는 줄도 모르는 듯, 여인이 내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다가가게 한다. 이때 내가 여인에게 안겨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이 사실을 지금에야 눈치챘다는 것에 놀랄 틈도 없이, 내 시야 가득 들어오는 가슴에 위화감을 느낀다.

''''뭐지, 이거 왜 이렇게 큰거야? 마치 거인인 것처럼... 거인이라고?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 안겨 있는거지? 이 언니 몸집이 그렇게 커 보이진 않는데 어떻게..?''''

당황하면서도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본다.

생각하기도 싫은 두려웠던 어제밤의 기억.

나를 안고 있는 이 여인의 비상식적인 행동.

거인같이 보이는 이 여인의 모습. 그러고 보니 주변의 다른 물건도 커 보인다.

믿기 어렵지만 한가지의 결론이 도출된다.

''''응, 이거 내가 아이가 된 거지?''''

나는 아무래도 기억을 가지고 환생해 버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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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28 07:58 | 조회 : 35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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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있으면 연참해 버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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