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중앙 아카데미(5)

꿈을 꾸었다.아주 지독하게 잔혹하고도 슬픈꿈을.

꿈속에서 나는 [그]를 정말 미친듯이 증오하며 증오하고 또 증오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하나.영원한 안식이야.]

[그]는 너무나도 지쳤기에 모든것을 빼앗아가 부서버렸다.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숨쉬는 듯이 쉬운 일이 었기에 [그]는 죄책감 따위는 가지지도 않은채 손쉽게 내게서 모든것을 앗아가버렸다.

[내가 잃어버릴것 같아?!당신이 앗아가버려도 지워버려도 지울수없는게있어.당신이 그것에 깨달을 일따위는 영원히 없을거야.왜냐면 당신은 그 기회조차 잡으려 하지 않으니까!]

내 목소리는 처절한 울부짖음 같으면서도 분노가담긴 외침같기도 했다.내가 이렇게 이성을 잃어가면서 분노하고 있다니.도대체 누굴까.

[맞아,난 네가 어떤짓을 해도 난 변하지 않아.나는 죽음이자 안식이자 그 어떤것도 비추지 않는 무(無)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그것은 물보다 투명하며 심연보다 깊은 것이었다.

[다시 만날 때에는 기억해서 반드시 당신을...겠어!]

아,내가 저런 살벌한 목소리도 낼수 있는 것구나.그런데 [그]는 도대체 누구지?누구길래 내가 이렇게 까지 증오하며 분노하고 있는 걸까.

나는 무엇을 빼앗겼더라.기억이 나지 않는다.그저 이제는 정체되어 움직이지 않는 감정이라는 걸알수있을뿐.그 이상의 느낌은 들지 않았다.

"더 이상 보는 것은 사율님의 정신을 망가트릴수도 있으니 이정도만 보도록 하죠."

어린 소녀의 여린 목소리.

"진혼의 여신."

어떻게 영혼의 회랑에 있어야할 소녀가 이곳에 있는거지.이곳의 내 꿈속이 아니었던가.

"후후.오랜만에 뵙지만 여유롭게 대화를 나눌시간이 없네요.이것만은 기억해주세요.사율님이 무엇을 하든 영혼의회랑은 사율님의 편이라는 것을요."

"무슨 소리야?"

소녀는 더이상 아무 말로 하지 않은채 고개를 저으며 잔잔한 미소를 지을 뿐이 었다.

"사자(使者)가 근처에 있으니 당분간은 안전하겠지만..부디 조심하세요.[그]가 근처에 있답니다."

무슨소리야 [그]가 근처에 있다니 묻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쌓여 가고 있었지만 수면 밖으로 끌어당기는 감각 때문에 나는 묻지 못하고 잠에서 튕겨져 나갈수 밖에 없었다.

"정신이 들었나요?"

낮고 듣기 좋은 상냥한 목소리가 귓가를 감겨왔다.정말 듣기 좋은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음,지금 해가졌는데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곤란하시지 않을까요."

세상에 해가 졌다는 말에 나는 두눈을 번쩍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해..해가 졌다고요?"

"네."

아슬아슬 하게 어깨까지 닿는 단발의 붉은 머리카락이 끄덕이는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찰랑거렸다.

와,대박 머리결 진짜좋으시다.만져보고 싶어라.

하지만 시간이 없으므로 아레히스 신관님의 머리카락은 나중에 만져보는걸로 하고.나는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와 인사를 하고 기숙사로 달렸다.

"자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곤란해 하시는 어쩔수 없네요."

사율이 사라진 침대를 보며 아레히스는 입맛을 다셨다.정말 안타깝다는 듯이.

큰일이다,큰일.기숙사에 늦게 들어가면 벌점인데 입학 첫날부터 벌점이라니 나의 자존심에 금이 간단 말이다.

서둘러 달리는데 시간이 늦어져서 그런가 지나가는 곳마다 아무도 없었다.아무도 없는 학교에 설마 나 혼자인건가.아니야 아레히스 신관님이 계셨으니까 적어도 혼자는 아닐거야.

[아페!]

그리고 아페도 곁에 있고 말이다.

[왜.]

아직도 화가 안풀렸는지 뾰루퉁하게 대답했지만 나는 아페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크게 안심되었다.

[칫,그런 감정을 느끼면 내가 널 지킬수있게 해주면 좋잖아.]

아페는 잔뜩 불만가득한 목소리로 항의 했지만 그속에는 나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차 있기때문에 나는 그저 실실웃으며 기숙사로 달렸다.

다행이 점호를 하기전에 내 방에 도착해서 다행이도 벌점을 면할수 있었다.

"헉..헉!"

거친숨을 고르며 침대에 엎어지는 나를 레이즈가 상당히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살짝 침대에 엎드려 누운채로 레이즈를 올려다봤다.

"...몸은 이제 다나은 건가?"

"그런것 같은데 어지럽지도 않고 상처도 다 나아져있었는데."

살짝 팔을 올려서 보여주자 흉터하나 없이 깨끗한 팔이 드러났다.레이즈는 그팔을 매우 의아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고는 이내 살짝 시선을 피하며 귀를 붉혔다.

"왜 그래?"

갑자기 왜 저런 반응인거지?영문을 모르겠어서 고개를 배게에 파묻었다.지금 다른 생각하기에는 나는 지금 너무 피곤했다.

[눈치없네.]

[아페,무슨 의미지 모르겠으니 그냥 잘겁니다.]

아페가 혀를 쯧쯧차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도록하자.지금은 피를 많이 흘려서 그런가 잠을 자도 피곤했다.

"....옷은 갈아입고 자는 게."

레이즈의 소리도 무시하자.어차피 아페가 관리해줘서 더럽지도 않을 것이다.지금은 잠을 자는게 더 중요했다.

사율이 완전히 잠에들자 레이즈는 사율앞에 서서 상처가 있던 팔을 바라보았다.얇고 맑은 상아빛 피부에는 상처 하나없이 깨끗했다.

단 하나의 흉터를 제외하고는.

"....이건."

레이즈는 잠시 사율의 손목을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소매을 내려 사율의 손목을 가렸다.

그것은 오랜된것처럼 연한 흉터였지만 눈이 좋은 마족에게는 가까이서 보면 보일정도였다.레이즈가 본 사율의 그림자가 없는 사람이 었다.

누구나 하나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데 수여식에서 처음 본 사율에게 그림자는 없었다.사율은 무척이나 밝아 보였고 당당하며 또 아름다웠다.

눈은 항상 총기로 반짝였으며 행동에서 여유가 느껴지는 인간이었다.자신을 해하는 어리석을 짓을 하는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아페 역시 사율의 저 상처를 알고 있었다.되도록이면 가리고 싶었지만 감이 좋아보이는 저 마족 앞어서 힘을 쓰면 정체를 숨겨라 했던 사율의 의지에 반하는 짓이 었기에 할수가 없었다.

저 상처는 사율의 지금은 사라진 사율의 그림자.과거의 아픔이었다.

사율은 아페에게 모든것을 이야기했다.사율의환경은 평검했고 주위이 환경이 나쁜것도 아니었다.

그저 사율 자신이 그곳에서 소속감을 가지지 못하고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었다.그것은 사율의 정신을 갉아먹고 슬픔과 초조함을 만들어냈다.

죽기 위해서 낸 상처가 아닌 돌아가기 위해서 낸 상처였다.비어져 있는 마음을 채우고 싶어서 허탈감과 허무함에 부서져버리기 전에 사율이 사율을 느낄수 있기 위해서.

어쩌면 아페가 사율에게 끌린것은 동질감 때문인걸지도 모른다.외로움에 지쳐가던 아크페라츠와 사율은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었기에 그렇기에 끌렸던것지도 모른다.

아페는 시금은 육체가 없이 자연체 였지만 그래도 고요히 잠든 사율의 이마에 조심스럽게 경건하게 입을 맞추었다.그것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해주는것 마냥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것이 었다.

[잘자,나의 단하나 뿐인 친우.]

사율은 아페의 따스한 온기속에서 고요하고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잠들어 있었지만 아페와 연결된 계약으로 인해 아페의 감정을 모두 느끼고 있었기에 사율은 편안히 잠들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이 떠진 사율은 하품을 하며 욕실로 들어갔다 욕조에는 역시 내가 좋아하는 온도의 물이 가득차있었다.

[고마워요.]

[이정도 가지고 뭘.]

사실 씻을 필요는 없지만 물에 들어가는 걸좋아하기도 하고 안씻으면 더럽게 보일수도 있어서 어쩔수없었다.

찰랑.

온을 벗고 욕조에 몸을 담구자 청량한 물소리가 귓가를 울렸다.역시 물소리는 귀에 잘감겨서 듣기 좋았다.

[아페,어제 만난 신관님 뭔가 묘한 느낌이들었는데 착각일까요?]

[묘한 느낌?]

[네,뭐라고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낯익게 느껴져서요.친숙하게 느껴진달까.]

아페는 자연체에서 모습을 드러내 욕조에 몸에 푹담구고 있는 사율을 눈앞에서 사율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익숙할수 밖에 네 심장에 있는 마신석에 가장 가까운 자가 그 신관일테니.아마 최소 대신관이거나 고위신관에 가까울거야.]

[고위신관이요?]

대신관까지는 노력하면 어떻게든 올라갈수 있지만 고위신관은 마신님의 선택이 있어야 올라갈수 있는 신관중에서 가장 높은 자리였다.

그런 고위신관이 중앙 아카데미에 왜 있는거지?설마 내 심장에 마신석이 있다는 걸 눈치채서?

[설마 제 심장에 흡수되었다는 마신석 때문에 중앙 아카데미에 오신걸까요?]

[설령 그것 때문에 온거라도 해도 마신석의 선택은 마신의 선택과도 같기 때문에 어쩌할 도리가 없어.마신석은 이미 네 심장의 중심부에 흡수되서 분리할수도 없고 말이지.]

[그렇겠죠?]

[거기다 마족들 중에서도 신마력을 받을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어 그걸 인간이 받아드렸는데 배척할려고 하지는 못할꺼야.]

그건 그렇다.신마력을 부여받을때 있던 백명중 통과한것은 고작 삼십명 정도였다.마족도 받을까 말까한다 내가 받았으니 싫어도 내쫒지는 못할것이다.

[거기다가 마왕도 널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는것 같으니까.]

[그런가요?]

[네가 예의없이 굴어도 허탈한 표정만 짓잖아.거기다 계속해서 도움도 주고 있고.]

[그건 제가 이블랑 전하를 도와줬으니까.그 대가로..]

[율,너무 그렇게 부정하지마.그들은 널 좋아해주고 있어,이블랑만 봐도 알잖아.네가 밀어내면 여기서도 넌 어디에도 속할수 없게되버려.]

알고 있다.아페는 틀린말을 하고 있는건 아니라는 것을.나에게 남은 것은 아페와 마계뿐이라서 잃어버릴까 혹시 마음을 주고 버려지는건 아닐까 계속걱정하게 되버려서 이런 나자신이 싫어져서 그게 걱정이었다.

[걱정하지마.나는 어디까지 너와 함께할거고 마계가 너를 배척할려고 한다면 나는 전력으로 마계를 부숴버리고 말거니까.]

마계를 건든다는 것은 마신의 권능에 도전하는행위였지만 아페는 나를 위해서 기꺼히 그렇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지마세요.마계에서 있을수 없어져도 나에게는 아페가 있잖아요.아페는 계속 내 곁에 있을거잖아요.]

[맞아,나는 너에게 영원을 계약했어.그러니까 나는 절대적인 너의 편이니까.]

[그걸로 충분하고도 남아요.그걸로 나는 충분히 나를 있을수 있어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이렇게나 안도된다.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기에 서로의 잘 알고있기에 나는 이곳에 있다고 생각할수 있었다.

지금의 내 감정도 마음도 전부 아페에게 닿았을거니까.더 이상 닿지 못한 감정이 마음이 흩어져버리는 일은 없을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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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28 11:51 | 조회 : 1,817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으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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