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중앙 아카데미(6)

교실의 문을 열고들어가자 여덟명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역시 아직 시선들은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따가웠다.

그래도 무시하며 맨뒤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오늘도 창밖을 바라보며 시간을 때워야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때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지금까지 눈에 안뛴게 신기할 정도로 수려하고 화려한 외모의 소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책상을 사이에 두고 소년과 눈을 마주쳤다.

"난 코렌이라고해.너는 사율이지?특이한 이름이네."

여기오면서 많은 미인들을 봤지만 코렌 또한 다른 종류의 미인이어서 적응하기 어려웠다.저렇게 빛나는 얼굴을 들이 밀면서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면 안되는데.

난 정에도 약하지만 미인에도 약하단 말이다!

"굉장히 어려보이는데 몇살이야?난 올해로 217살이야."

이 질문에 답하면 굉장히 곤란해질것 같은데.근데 대답안하기에는 저 반짝이는 붉은 눈동자때문에 대답하지 않고 무시할수가 없었다.

"...17살."

그리고 흐르는 이 정적의 시간!그래,예상은 했지만 그렇게까지 놀랄 필요는 없잖아.나는 너희들과 다르게 평균수명이 백살인 인간이라고.

물론 난 그것보다는 오래 살겠지만.

"...완전 애잖아."

그리고 누군가가 내뱉은 한마디에 반에 있던 아이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루시퍼님이 날보는 듯한 눈으로 모두 날 바라보았다.

아니야,아니라고!인간나이로는 청소년이라니까?난 애가 아니라고 그런 눈으로 보지말란말이야.

"혹시 궁금한게 있다면 내가 알려줄게,아가야."

코렌이 내 어깨를 토닥이며 애틋한 눈으로 날보고 미소지었고 내 동공은 진도9.0의 지진이 난것처럼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가?아아아가?장난하냐!내가 어딜 어떻게 봐서 애냐고!이걸 소리지를 수도 없고!

[율,포기해.마족들이 어린아이에게 애틋한건 어쩔수 없는 일이야.]

[그건 알고 있지만 난 어린애가 아니라고요!]

[그건 네 기준이고 마족들에게 있어서 애잖아.]

[이씨.]

마족들은 십년에 한번 번식기가 찾아오는데 마족들의 알은 모두 마왕성으로 모여 엄중한 관리를 받는다.왜냐면 마족의 알에서 마족들이 태어날 확률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거기다 정령도 없어서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는 마계에서 어린마족들이 살아남기는 힘겨웠기에 이곳에서는 아이는 귀한 존재였다.

이곳에서 이블랑이 사랑받는 가장 큰이유는 왕족이기도 했지만 어린 마족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이블랑과 같은 애취급이라니.난 이미 부모로 독립할 시기에 청소년이라고 절대 애가 아니란 말이야.

"저,나는 레아 라고해.어제 많이 다친것 같은데 괜찮니?"

조심스럽게 다가온 예쁘장한 외모의 여학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여학생은 어린아이를 걱정하는 눈으로 날 보았다.

"....괜찮아,어제 신관님이 치료해주셨어."

"그래도 다시보는게 좋을것같아."

갑자기 내옆으로 다가온 코렌이 상처가 났던 팔의 소매를 걷어올렸다.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딱히 괴롭히는 것도 아니라서 가만히 있었다.

손목의 상처는 들키면 곤란해질것 같았지만 아페가 잘 가려줄것이라고 생각했다.

".....작아."

"애라서 저렇게 얇은 건가?"

"어리잖아."

이제는 내팔을 보더니 작다더니 얇다더니 저들끼리 이야기하며 수근거렸다.내가 뼈대가 얇은 편이기는 했지만 이곳 사람들이 지구의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키도 크고 뼈대가 굵었다.

덜컥!

갑자기 교실의 문이 열리고 교사와 레이즈가 들어왔다.여러명에게 둘러쌓인 나를 보더니 레이즈가 한쪽 미간을 좁히며 저벅저벅 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소매를 올려 다보이고 있는 내 손목을 보고는 완전히 미간을 좁히고는 손을 뻗어서 소매를 손목까지 완전히 내렸다.

왜 저러는거지?

의아한 눈으로 레이즈를 올려다 보자 레이즈는 내시선을 피하면서 내 옆자리에 앉았다.

"거기 모여서 뭐하나,어서 자리에 앉아 각자의 시간표를 나누어 줄것이다."

시간표라는 교사의 말에 다들 아무말없이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중앙 아카데미는 반이 총3개로 나누어져 있지만 학년도 없었고 수업도 맞춤수업이라 거이다 이동수업뿐이었다.

교사가 한명씩 호명하자 다들 자신에게 맞게 짜여진 시간표를 꼼꼼하게 읽으며 몇몇은 기대감에 얼굴을 붉히었다.

"아,사율 너는 따로 나좀보고.나머지는 전부 지정된 교실로 이동하거라."

뭐지,나는 아직 시간표를 받지 못했다.그런데 따로 보자니 설마 그 구슬 깨뜨려서 혼날려나.

교사에 말에 따라 학생들은 빠르게 교실을 빠져나가 각자 시간표에 적혀져 있는 곳으로 가고 남은 것은 나와 교사뿐이었다.

"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신관님께서 직접 지도하고 싶다는 요청이 와서 따로 시간표가 정해져 있지않으니 신관님께 가보도록."

교사는 말을 다하고는 귀찮다는 듯이 출석부를 어깨에 대고는 교실문밖으로 나갔다.아직 이름도 안가르쳐준 저 교사는 정말 마이페이스한 교사였다.

그나저나 신관이라면 아레히스 신관님이잖아.왜 신관님이 직접 지도 해주시다니 수상한데 설마 내 몸속에 마신석이 있다는걸 눈치채셨나?

불안한 마음으로 양호실로 발걸음을 옮기며 아페에게 말을 걸었다.

[아페,혹시 제가 양호실에서 자고 있을때 무슨일 있었어요?]

[별일없었으니까 불안해 하지 않아도 괜찮아.말했잖아 네가 그들은 결코 널 배척할수 없다고.]

[그건 알고있지만 왠지 마족들의 보물을 빼앗은 기분이라 좋은 기분은 아니라서요.]

[마신석은 선택은 마신의 선택과 같다고 했잖아.결국 마신석은 널 선택한거니까 그 누구도 불만을 말할수없어.]

[그렇겠죠.고마워요 아페는 언제나 불안해하는 날 잡아주네요.]

진정된 마음으로 양호실의 문을 열고 그안으로 한걸음 발걸음을 드렸다.

[괜찮아,신관은 널 해하지않아]

아페의 말은 나에게 안정과 용기를 준다.나를 받쳐주는 나의 하나밖에 없는 지기.나의 친우.

"어서와요.사율 학생."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거리던 아레히스 신관님이 나를 보고는 환하게 웃으셨다.마족들은 다 미형이라서 정말 힘들다.

"어?그 얼굴은 왜그래요?"

자세히 보니 아레히스 신관님의 뺨에 무언가에 긁힌 듯한 상처가 있었다.거이다 나아서 자세히 보면 눈치채지 못할정도 였지만.

"아,이거요."

아레히스 신관님은 상처가 난 뺨을 손으로 쓸며 씁쓸한 미소를 지으셨다.

"질투가 심하신 분에게 분풀이 당했어요."

"맞으셨어요?!"

누가 감히 마신의 신관을 때릴수 있다는 말이야?

당황한 내가 아레히스님께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뭐,제가 조금 약올리고 놀리긴 했지만요."

"예?"

"놀리는게 워낙 재밌어서 말이야죠.맞을 각오하고 약올리는 것도 상당히 재밌답니다."

아레히스 신관님은 무척이나 해맑게 웃으며 말하셨다.정말 재밌었다는 듯이.누군지 모르겠지만 놀리셨다는 상대방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저만 따로 지도하고 싶으시다고 하신이유가 뭐에요?"

내 질문에 아레히스 신관님은 잠시 고개를 살짝 기울고는 갸우뚱하시더니 이내 입을 여셨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할까요."

아레히스 신관님은 다짜고짜 내 손을 잡아 침대쪽으로 이끌고는 날 침대에 앉혔다.그리고 의자를 끌고 와서는 앉아 나와 마주봤다.눈이 마주치자 그는 입고리를 올리고 환하게 웃었다.

빛이 나올것같은 미소였다.역시 난 미인에게 약하다.그것도 매우 많이.

"제가 왜 사율 학생을 개인 지도하고 싶다고 했는지가 알고싶으신거죠?"

"네."

"그건 말이죠.신마석의 사용법을 알고 계셔하지 여차할때 사용할수 있지 않겠어요?다칠일도 없을거고."

아레히스 신관님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신관님을 바라보았다.아니야,괜찮아 아페가 나에게 해가되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잖아.

"제가 신마석을 흡수했다는걸 알고계셨어요?"

"그럼요.저는 그날 모두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요.아,말하니까 그날의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오르네요.처음 당신을 보았을때 얼마나 기뻣는지.귓가에서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리는듯 했어요.보는 것도 좋지만 실제로 만났을때는 얼마나 셀레고 좋았는지 말로 다 설명할수 없을정도 였어요."

아레히스는 붉은 두눈을 빛내며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마치 광신도같은 그 모습에 사율은 저도 모르게 침대 위로 살짝 더 올라갔다.

아페의 말이 떠올랐다.날 해하지 않는다는 말이 하지만 어디까지나 육체적인 의미이고 정신적으로는 포함되지 않는다.벌써부터 정신이 피곤해지는 느낌이 드는데 착각일까.

"그런데 다치셔서 얼굴까지 창백해져서 오셨을때는 화가 났지만 제가 나서면 혼날것같아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아레히스 신관님을 혼낸다고요?"

아레히스 신관님은 상당히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것 처럼 보이는데 그런분을 혼내실수 있는 더 높은 분이 계시는 건가.

"하여튼 질투가 심하시다니까요.얼마나 뭐라하시는지.정말 시끄러워서 잠을 설쳤다니까요."

"그분이 혹시 중앙 아카데미에 오신적이 있으신가요?"

아레히스 신관님의 말에 따르면 그분이 직접와서 아레히스 신관님을 혼내신것 같은 말투인데.

"아뇨,그분은 나올수 없는 곳에 계셔서 제가 문을 열고 직접 찾아 가야했는데 가자마자 질문 폭탄을 날리시더니 대답해드리니까 절 노려보시는거 있죠.정말 너무하지 않아요?"

아레히스 신관님은 열심히 불만을 말하시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그게 귀엽게 느껴져서 큰일이다.저분은 왜저렇게 미인이셔서 귀여워 보이는 걸까.

"그것보다 저를 그렇게 까지 존대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그냥 아레히스 라고 불러주시면 정말 좋을것 같아요."

"네?하지만 신관님이시고.."

"신관이 뭐 대수인가요.신전에 가면 널리고 널린게 신관인데.거기다 존대했다는걸 그분이 아는 날에는...아니,아니에요.뒷말은 신경쓰지 마세요."

신경쓰지 말라고 하시는것 치고는 표정이 많이 어두워지셨는데,저런걸 보고 어두운 미소라고 하는 거구나.

"...그럼 아레히스?"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입에 담자 그가 어두운 미소를 지우고서는 행복하다는 듯이 눈고리를 곱게 희며 환하게 웃었다.

"그럼 저도 사율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럼요,이왕이면 율이 좋은데 그렇게 불러도 될까요?"

"제 이름 알고 계셨어요?"

내 성과 이름을 알고있는건 나와 아페뿐인줄 알았는데 설마 아레히스까지 알고 있을줄은 몰랐다.어떻게 알고 있는거지?분명 아페를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마계에서 제가 모르는 일은 없어요."

그건 조금 무서운 말인거 같은데요.내가 뭘하든 다 안다는 거잖아요.

아레히스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웃으며 이야기를 늘려놓았다.정말 쉬지 않고 말했다.정말 진심으로 한번도 멈추지 않고 해가 져서 달이 두개가 뜰때까지 말이다.

"아,이런 신마석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게 그만 잡담이 길어져 버렸네요."

아레히스는 고란하다는 듯이 창밖에 보이는 두달을 바라보셨다.내 눈에는 신마석을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이야기를 할수없다는걸 아쉬워하시는 걸로 보이는데 착각일까.

"율과 대화하는게 즐거워서 그만 늦어버렸어요.이렇게 길게 대화해본것도 그분을 제외하면 율이 처음이랍니다."

창밖에 뜬 은색의 두개의 달을 보며 아레히스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아레히스는 감동에 젖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무엇가를 슬퍼하는것처럼 보이기도 했다.어쩌면 둘다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저 달의 색,마치 율의 눈동자 같네요."

아레히스는 창에서 시선을 돌려 나를 보며 나른하게 웃었다.옅은 미소였지만 시선을 돌리기 힘들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마치 잠시 피었다 거센 바람에 흔들려 져버리는 꽃처럼 덧없는 미소.

아레히스는 양손으로 내뺨을 잡고서 얼굴을 살짝 들어 아레히스의 이마와 맞닿게 했다.너무 가까운 거리에 놀라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아레히스의 눈동자를 보았다.

"율의 눈동자는 마치 마계에 공평하게 은은한 빛을 내려주는 달 같아요.지금도 달빛을 받아 빛을 내고있어서 정말 아름다워요."

붉은 머리카락이 작은 바람에 날려 내 뺨을 장난치는 것처럼 간지럽혔다.

그것보다 너무 가깝잖아!

"음,비켜주시지 않으시겠어요?많이 부담스러운데."

저런 미인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 밀면 심장에 않좋다.마족들은 왜 하나같이 다 예쁘고 잘생긴거야.

"싫지만 율이 부담스러워 한다면 어쩔수없죠.율의 눈동자를 가까이서 보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아레히스는 아쉬워 하면서도 순순히 내 얼굴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떨어졌다.

"해가 졌으니 그만 돌아가 보는게 좋을것 같네요.내일부터는 제대로된 수업을 하도록 해볼게요."

"네."

얼떨결에 나는 대답했고 아레히스는 밝게 웃으며 내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그 손길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고 또 애정이 잔뜩 담긴 손길이었다.

"그럼 내일 보도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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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04 20:44 | 조회 : 2,060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두편 풀었으니 답답해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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