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중앙 아카데미(2)(삽화)

그 후로 많은 일이 있었다.너무 많은 일들이 한번에 일어나서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껴질정도였다.

나는 공식적으로 이블랑 티스 칼리브리헤 왕자전하를 구한 인간으로 그 공을 마왕 폐하께 치하받아 나는 마계에서 사는 유일한 인간이 되었다.

그렇다고 하는 일이 있는것도 아니다.내가 배정받은 방에 놀러오는 이블랑과 놀아주는것 정도가 나의 일정의 전부였다.

그런데 루시퍼 마왕폐하께서 친히 나에게 여러명의 교사를 붙여주셨다.중앙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마계에 학문을 배워야 한다는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소용없는 짓이 었다.2년동안 매일 매일 이세계의 일을 보았다.내 머리속에는 마계의 모든역사와 지식이 다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교사들을 가르쳐야 하는 판국이라니니까.

"사율님!부디 저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교사들은 처음 나를 가르칠때에는 못마땅한 표정이 었지만 나는 씨익 웃으며 가르침은 필요없다고 말하고 마계의 역사학을 줄줄 말했다.그러자 그들은 경악하면서 지금처럼 며칠째 매달이고 있는 것이다.

"이건 무슨 재밌는 상황일까."

내 방문에서 팔짱끼고 문을 기댄채 루시퍼님이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계셨다.

"마왕 폐하!"

교사들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예를 취하고서는 서둘러 고개를 들고 함께 입을 열었다.

"마왕 폐하,사율님은 마계학에 떠오르는 별이십니다.저런 분은 저희 학계로 오셔서 마계에 역사학에 대해 탐구하실 필요가 있습니다.부디 중앙 아카데미가 아닌 저희 북쪽의 아카데미로 보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아닙니다.사율님 같은 분은 서희 서쪽 아카데미로 오셔야 합니다!"

교사들은 서로서로 날 데려가기 위해서 서로를 노려봤지만 난 어떻게 되든 중앙 아카데미로 가야했다.

"사율은 중앙 아카데미로 간다.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물러나라."

역시 마왕폐하.교사들을 가볍게 보내 버리고서는 나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너는 마족을 홀리는 것에 무엇가가 있는 건가?"

"아뇨,제가 그냥 매력이 넘치고 유능할 뿐이 랍니다."

씨익 웃으며 당당히 말하자 루시퍼님은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날 보자.난 당당히 의자에 앉아서 루시퍼님을 올려다 보았다.

"넌 인사를 하지 않나?"

두 교사는 루시퍼를 보자마자 허리를 숙이고 예를 갖추었지만 사율은 처음처럼 완벽하게 인사하지 않았다.

"마계의 지배자이신 마왕 폐하를 뵙습니다.됐죠?"

"하아,말을 말지."

능글 맞은 사율의 태도에는 이미 질릴대로 질린 루시퍼였기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거기다 아직 루시퍼와 이블랑밖에 모르지만 사율은 정령왕의 계약자다.사실상 지위는 루시퍼와비슷했다.

"내일 너는 중앙 아카데미에 가게될것이다.내 추천장을 받아서 말이야."

"드디어 내일 가는 거네요."

어서 빨리 나의 신님을 보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지만말이다.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이는 사율을 루시퍼는 눈을 좁히며 묘하게 바라봤다.

보통의 인간은 마왕의 이름만 들어도 기절할정도로 두려워하며 마왕의 넘쳐나는 마기때문에 겁을 먹기 마련인데 눈앞에 사율은 자연스럽게 루시퍼를 대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곳은 인간들이 가장오고 싶지 않아하는 마계인데 사율은 주눅드는 기색없었다.오히려 즐거워 보이는 얼굴이 었다.

"넌 정말 이상한 인간이군."

"칭찬 고맙습니다."

"...칭찬이 아니다."

"그렇습니까?"

내가 저 이상한 인간을 어떻게 이겨.

연신 방글방글 웃으며 대답하는 사율을 보며 루시퍼는 짧게 한숨을 쉬고는 뒤돌아서 사율의 방을 나갔다.

"[사율,넌 어떻게 가면 갈수록 당당해지는 걸까.]"

루시퍼님이 나가자 마자 자연체에서 다시 돌아온 아페가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바로 앞에서 신기한 생물을 보는듯한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다들 왜 이렇게 날 신기한 생물을 보는 듯이 보는 걸까.

"아페,왜 다들 절 신기한 사람보는 듯이 보는 걸까요?"

"[넌 지금까지의 아크페라츠들의 역사에도 없는 별종중의 별종이랄까.]"

"제가 그렇게 특이해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율을 아페는 정말 질렸다는 듯한 눈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걸 모르니까 별종이라는 거지.]"

"뭘 모르는데요?"

"[네가 별종이라는거.]"

"....."

내가 그렇게나 이상한 인간인가.

하긴 이세계관에서 인간은 그저 수만 많을 뿐인 종족이었다.딱히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없고 이종족을 배척하기만 하는 종족이 었으니 마족을 목숨걸고 돕고 심지에 마계까지 와서 마족의 왕족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차체가 특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행동은 지극히 특별할것 없는 행동이었다.편견을 가지지 않고 대할뿐이지.나도 딱히 사람이 싫고 마족만 좋다는 것은 아니었다.그저 나는 마족이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랬다.모든것이 같을수는 없는 것처럼.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고 좋은 마족이 있으면 나쁜 마족도 있을수 있다는 것을.

잘못된 인식과 가르침과 환경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어서 어렵겠지만 나는 언젠가 모든 계의 생물들이 서로 배척하지 않고 흐림없는 눈으로 종족이 아닌 눈앞의 자를 판단하고 생각해주기를 바랬다.

"그 특이한 인간과 계약한 아페도 상당한 별종이랍니다."

놀리는듯한 말투로 손가락으로 아페를 살짝 툭치자 아페가 뾰루퉁한 표정을 짓더니 바람을 일으켜 내 머리카락을 흩트려트렸다.

"그래봤자.짧은 제머리카락은 엉키지 않거든요."

결도 좋은 내머리카락은 잘 엉키지도 않았다.아페는 더 심술난 얼굴로 날 노려봤지만 난 별종인 인간이라서요.노려 봐도 안무서워요.

"[역시 넌 별종이야!]"

하하하하하하.이 맛에 놀리는 거구나.






아무것도 없는 심연의 아주 깊은 어둠속에 어둠조차 빨아들일것처럼 검은 칠흑의 빛의 머카락을 흩날리며 한 남자가 잠들어 있었다.

"야!"

쟂빛머리카락에 피같은 검붉은 눈을 가진 미남자가 어둠속에서 쟂빛 문을 열고 나타났다.

"허,신이 잠을 자다니 별일도 이런 별일이 없다니까."

짧고 곱슬한 쟂빛 머리카락을 엉클어트리며 미남자는 흑발의 남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으려는 순간이었다.

"...데이블."

흑발의 남자가 홍옥색 눈을 빛내며 눈을 떳다.
투명한 홍옥색눈동자가 살짝 의외라는 빛을 내면서 데이블이라고 불린 남자를 노려봤다.

"판테온이 너 불러오라고 했어.마신관을 뽑을 시기잖아."

"....."

데이블의 말에도 꿈적없이 흑발의 남자는 한팔로 눈을 가리고 어둠에 편히 누워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야,무슨일 있냐?이 조용한 신계에서 무슨일이 일어날리가 없지만."

"...꿈을 꾸었어."

"....뭐?"

신의 완전하기에 불안전한 꿈 따위는 꾸지 않는다.신이 꿈을 꾼다는 것은 앞으로의 일의 대한 예고거나 혹은 경고다.

"너는 내가 소멸한다면 슬퍼하며 눈물을 흘릴것 같아?"

"하아?"

뜬금 없는 질문에 데이블이 당황했지만 더없이 진지한 흑발의 남자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잠긴듯 하더니 이내 서스럼없이 대답했다.

"솔직히 조금 슬픈기분은 들겠지만 울것 같지는 않아.우리 신들은 알다시피 감성이 조금 메말랐잖야."

오랜시간을 살아가기 위해 신들의 감정은 최대한 억눌러져있다.정신이 부서지고 영혼이 스스로 소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갑자기 그런건 왜 묻냐?"

데이블이 알던 마신 악타온은 바람과도 같은 신이 었다.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항상 넘겨왔다.그런 악타온이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다니 이상했다.

"꿈에서 나는 소멸하고 있었거든."

"뭐?!"

아직까지 생생했다.육체가 사라지고 영혼이 소멸하는 감각이.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이 상태로 눈을 감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날 위해 울면서 괴로운 표정을 짖고 있는 어떤 아이를 보았는데 뭐랄까.이상한 기분이 었거든."

악타온은 눈을 덮고 있는 팔을 내리고 가슴을 부여잡고서는 혹옥색 눈동자를 빛냈다.데이블이 처음보는 악타온의 생기있는 눈동자였다.

"그 아이의 손가락이 뺨에 닿는 순간 목소리가 들렸어."

무척이나 애절하고 애틋한 여린 목소리가.



[.....주세요.저는...당신의....]

작은 목소리는 이내 허공으로 흩어지듯이 사라져가고 악타온은 허공이라도 잡고서 그 애틋한 목소리를 잡고 싶었다.

"허,운명의 사람이라도 만났냐?"

운명의 사람이라.

악타온은 심장에 대었던 손을 내리고 조심스럽게 검은 옷을 끌며 일어났다.

그 강한 이끌림이 운명이라면 그 아름다운 아이는 나에게 있어서 무엇이라는 거지.

왜 이렇게 가슴 한켠이 저리고 아련하게 느껴질까.

기억에는 없는 아픔이다.이런 아픔은 없었다.그렇지만 확실하게 지금 존재하고 있다.

자신과 같은 흑발의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판테온이 부른다면서 어서 가도록 하자.그 자식은 잔소리가 심해서 시끄럽다고."

"그걸 아는 놈이 퍼질러 자냐!"

데이블은 화를 내며 다시 회색 문을 열었고 악타온은 능글맞게 웃으며 회색문을 통과에 주신 판테온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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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27 08:23 | 조회 : 2,136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삽화추가.내일 못올릴것같아서 오늘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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