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용과 호랑이

11. 용과 호랑이

오늘도 병원에서 눈을 떴다. 나는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했다. 혹시 밤새 이하준씨가 다쳐서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다행인지 '이하준씨' 이름으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스탠드형 옷걸이에 걸어뒀던 내 이름이 적혀 있는 하얀 의사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와 환자들 상태를 확인했다.

"선생님! 좋은 아침이 아니라 좋은 오후이네요."
"네. 약은 드셨어요?"

약은 먹었냐는 내 말에 임하온씨는 내 눈을 피하며 엉뚱한 말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런 임하온씨의 행동에 약을 먹지 않았음을 짐작한 나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 누워있는 임하온씨를 바라봤다.

"이렇게 안 드시면 제가 이름을 부를 이유가 없어집니다."

난 김간호사가 들고 있던 약과 물을 임하온씨에게 건네주곤 병실에서 나와 임하온씨 상태를 기록한 차트를 데스크에 앉아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주고 진료실로 들어와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 화면을 켜 연락을 확인했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 010 - ×××× - ×××× ) - 10분 전
- 안도윤입니다. 갑작스럽게 연락드려 죄송하지만, 지금 보스께서 병원으로 가시고 있습니다.

문자를 읽고 답장을 주려는 순간 진료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이하준씨와 그를 말리는 김간호사가 진료실에 들어왔다. 난 급하게 일어나 말리는 김간호사에게 말했다.

"김간호사, 미처 내가 말을 못 했습니다. 저분은 제가 개인적으로 만나는 환자입니다."

김간호사는 이하준씨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후, 진료실을 나섰다. 이하준씨는 지금을 포함해서 3번밖에 오지 않았던 진료실을 익숙하게 들어왔다.

"커피 마셔도 됩니까?"
"제가 해드릴게요."
"저도 모신 사용할 줄 압니다. 은우씨도 커피 드릴까요?"
"아, 그럼 부탁드릴게요."

내가 사용하는 커피머신을 마치 자신의 커피머신처럼 사용해 커피 두 잔을 만들고 푸른 커피잔을 나에게 건네준다. 이하준씨는 소파에 앉아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보며 커피를 마신다. 부담스러운 나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왜 오셨어요? 어디 다친 곳이라도.."
"걱정되서 왔습니다."
"...네?"
"저번에 회사에 오실 때 다른 조직이.."

이하준씨는 말을 하다 말았다. 뒷말이 궁금한 난 언제 뒷말을 해줄지 기다리며 커피를 마셨다. 하지만 이하준씨는 말을 딴 곳으로 돌렸다. 말하기 싫은 건가. 할 수 없이 난 이하준씨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야만 했다.

- 똑똑

갑작스러운 노크소리에 놀라 작게 움찔한 날 봤는지 이하준씨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민망해진 나는 말을 더듬거리며 들어오라고 말했다. 김간호사가 아닌 임하온씨가 들어왔다. 예상외의 사람이라 임하온씨를 내 앞에 앉혔다. 어디 아픈가.

"임하온씨, 어디 아프세요?"
"아, 아뇨."

임하온씨의 시선은 바로 자신 앞에 있는 내가 아닌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이하준씨에게 향하고 있었다. 계속 느껴지는 시선 때문인지 이하준씨는 커피를 마시다 말고 우리쪽을 바라본다. 아니 정확히 임하온씨를 본다.

"뭡니까. 뭐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딱히."

임하온씨의 대답이 이하준씨에겐 성의 없게 들렸는지 눈썹 한쪽이 올라간다. 의미심상한 표정으로 이하준씨를 바라봤던 임하온씨는 다시 평소대로 환하게 웃는다.

"선생님, 저 오늘 퇴원 가능할까요?"
"아, 원하시면 가능해요. 하지만 퇴원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완벽히 회복하신것도 아니고.."
"괜찮습니다~ 그럼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임하온씨는 의자에서 일어나 들어왔던 길을 다시 돌아간다. 그러다 문득 이하준씨 앞에 멈췄다가 이하준씨를 내려다본다. 이하준씨는 임하온씨보다 더 낮은 소파에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하준씨가 임하온씨를 내려다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임하온씨가 이하준씨에게 밀리는 느낌도 아니었다.

마치 용과 호랑이를 만난 느낌이었다.

서로 아무런 말 없이 쳐다보다가 끝내 임하온씨가 먼저 진료실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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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05 21:57 | 조회 : 2,431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사실 오늘 많이 우울해서 아무런 말 없이 오늘 하루만 잠수 타려고 했었는데..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제 글을 기다려주실 독자님들이 생각나더라구요.. 진짜 늦어서 너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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