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담당 의사

10. 담당 의사

이하준씨가 진료실을 나가자 김간호사는 내가 무시한지 확인하기 위해 진료실에 들어왔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진짜 무서운 남자 두 명이 진료실 문을 지키고 제일 덩치 큰 남자가 진료실에 들어가더니 30분 동안 나오지 않고..많이 걱정했어요..!"
"괜찮습니다. 내 걱정해줘서 고맙습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조항이 생기고 이틀이 지난 오늘,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 온 환자가 깨어났다. 난 이 환자의 차트를 들고 병실로 향했다.

"뭡니까."
"보시다피 의사입니다만."

병실 문 앞에는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지키고 있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인데.. 아, 이하준씨 회사 처음 갔을 때도 쫓겨났었지 아마. 남자 한 명이 병실 문을 열어 나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의사선생님이신가요."

수술한 그 날, 정신없이 수술해서 제대로 못 봤지만, 환자분 잘생겼다. 이하준씨보단 아니었지만. 잠깐, 방금 어째서 이하준씨가 떠올랐지??

"선생님?"
"아, 네. 김하온 환자분의 당담의사, 강은우라 합니다."

환자에게 다가가 몇가지의 간단한 진찰을 했다.

"괜찮네요. 재활 치료를 잘 받으시면 금방 퇴원하시겠어요."

금방 퇴원할 수 있다는 내 말에 환자분은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다. 그 말에 뿌듯해진 나도 환하게 웃어줬다. 환자분은 내 웃음을 본 뒤로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것도 잠시도 아니고 3일 내내. 결국 진찰하는 데 방해가 된 나는 직설적으로 환자에게 말해버렸다.

"환자분, 절 보셔야 진찰 가능합니다."
"선생님."

환자분은 진지하게 날 부르더니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너무 진지하게 불러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런 내 모습을 본 환자분은 귀엽다는 듯 웃고는 아무것도 아니니 신경쓰지 말라고 답했다. 사람 긴장하게 만들어놓곤 아무것도 아니라니.. 괜히 긴장했잖아.

"장난치지 마시고. 환자분, 오늘 아침에도 약을.."
"임하온. 내 이름 임하온이니까 하온이라고 불러주세요."
"...하온씨? 불러드렸으니까 약 제대로 드세요."
"계속 불러주시면 먹을게요!"

환자가 약을 먹는게 당연한데 지금 뭘 해달라는 거지? 나랑 장난치자는 건가.

"환자가 약 먹는게 당.."
"제 이름 불러주셨으니까, 아침 약은 먹을 거지만 점심 약은 안 먹을래요."
"이보세요."
"아아, 너무해."

난 환자가 보지 않도록 책상 아래에 꽉 쥐고 있는 주먹을 숨겼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이름을 불러주자 환자는 어린아이마냥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름 불러줘서 고마워요! 오늘 먹어야 할 약 꼭 먹을게요!"
"아니 내일도 먹으셔.."
"또 이름 불러주시면 먹을 겁니다!"

환자, 아니 이하온씨는 진료실을 나가자마자 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힘들어질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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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03 20:14 | 조회 : 2,516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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