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교통사고와 쥐새X

08. 교통사고와 쥐새끼

이하준씨의 정체를 알게 된 그 날 이후, 묘하게 연락이 끊겼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가 연락을 피했다. 이제 이하준씨에 대해서 잊으면 되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잊으려고 할 때면 생각나고.. 또 생각나기 일쑤였다.

어디 다친게 아닐까, 조직 보슨데 또 다쳤으면 어떡하지, 연락을 피한 사이에 총이나 칼에 맞으면 어떡하지. 조직 보스니까 다쳐도 병원에 못 올 텐데, 첫 만남 때처럼 위험한 상태이면.. 하루 종일 이하준씨가 걱정됐다.

"강선생님, 어디 가세요?"
"급하게 어디 좀.."
"오늘 수술 없으니까 천천히 오셔도 돼요."
"...고마워요."

결국 난 차키를 들고 그가 있을 회사로 갔다. 앞을 지키던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날 들여보내줬고, 난 엘리베이터를 불렀다. 10층에 멈췄던 엘리베이터는 점점 1층으로 내려오고 있다. 층수가 바뀔 때마다 심장이 떨려온다.

-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들어가 층수를 보고 그제야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하준씨가 어디 층에 있는지 알고 간다는 건가.

".....12층부터 내려갈까."

제일 위층에 도착하자 1층과는 다른 분위기에 움츠려졌다. 단순히 분위기만으로 움츠려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12층의 긴 복도를 돌아다니며 이하준씨를 찾던 중, 누군가 뒤에서 내 머리에 총을 겨눴다.

"누구야."

신기현씨나 안도윤씨도 아니었다. 처음 듣는 목소리에 아, 이제 난 죽는구나.하고 체념하고 말았다. 괜히 왔어. 그냥 병원에나 있을걸.

"....."
"누구냐고 물었다. 대답 없는 걸 봐선 죽고 싶나 봐."

머리 뒤에서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고 어느새 내 머리에 총을 겨누던 사람이 없어졌다.

"...살았나.."

살았다는 안도감과 저 멀리서 사람들이 오는 걸 본 나는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남자 한명이 나를 의사님이 칭하며 일으켜줬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 "강선생님!! 응급환자요! 교통사곤데, 지금 수술해주실 의사선생님이 안 계신다고 연락왔어요!" )
"지금 갈게요. 얼마 안 걸리니까 수술 바로 준비해요."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찾으면 이하준씨를 만날 거 같았지만, 사람알 살리는 직업을 가진 나는 이하준씨를 뒤로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슬아슬하게 수술을 마친 나와 나를 도와준 사람들은 기진맥진이다. 모두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쉬고 있을 때 나는 수술실 밖으로 나와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알렸다. 환자는 1인실로 옮겨졌다.

"김간호사, 환자 계속 체크해야합니다."
"네. 강선생님 . 급하게 오셨을텐데 휴게실에서 쉬시는게.."
"괜찮습니다."

나는 진료실에 앉아 핸드폰 전원을 켰다. 역시나 이하준이라고 저장된 번호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하준씨가 날 잊었을까.

은우는 자신을 잊었을까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하준은 바빠서 연락을 못하고 있었다. 하준은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안도윤을 바라봤다.

"그걸 놓쳐?"
"누군가 중간에서 교통사고를 내는 바람에.."
"어느 병원으로 실려갔는지 찾아내."
"네."

하준의 명(?)을 받은 도윤이 방을 나서자 벽에 기대고 있던 기현이 웃으며 하준 앞으로 다가온다. 하준은 다가오는 기현에게 나가라고 말하지만, 기현은 무시하고 그 앞에 왔다.

"보스, 의사가 찾아왔었습니다."
"...강은우씨가?"
"네. CCTV에 찍혔습니다. 그 동시에 저희가 찾는 쥐새끼와 함께."

기현은 하준의 노트북에 USB를 꽂고 한 영상을 틀어준다. 영상 속에는 은우의 머리에 총을 겨눈 남자의 모습이었다. 영상을 본 하준은 책상 아래에서 주먹을 쥐고 있었다.

"쥐새끼가 의사를 봤습니다."
"강은우씨 만나러 간다. 은우씨 얼굴 봤으니 위험해질거야."
"저희랑 상관없는 의사 아니였나요?"
"그렇게 생각한 놈이 CCTV 영상을 왜 보여줬는데."

기현은 노트북을 덮고 재밌다는 표정으로 하준을 쳐다봤다. 하준은 그런 기현이 마음이 안드는 모양인지 기현의 머리를 한대 치고 말한다.

"그렇게 웃지말라고 몇번 말하냐. 뭔데 계속 재밌다는 표정인데. 기분 더럽게."
"글쎄요? 얼른 의사 만나러 가죠."
"짜증나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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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28 19:27 | 조회 : 2,599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큰 제목에 욕설 쓰면 안될거 같아서 삐- 처리로 한 점 이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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