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그의 정체

07. 그의 정체

7시에 출발해 9시가 넘어서 도착한 이사장님의 친척분 집.

- 띵동

이사장님께 연락을 받은 모양인지 현관문은 빠르게 열렸다. 나는 곧장 친척분이 계시는 방에 들어왔다. 간단한 진찰을 통해 친척분의 질병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방에서 나와 병원 측에 질병을 알려준 뒤,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보호자에게 내일 오전 중, 병원 사람을 통해 약을 드린다고 말씀드렸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보호자는 현관까지 배웅을 해주셨고 내 손에 박카스 한 병을 쥐여주시고 들어가셨다. 난 차가운 박카스를 들고 차에 올라타 운전석에서 박카스를 마셨다.

"하아, 피곤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고속도로를 탔다. 밤이라 고속도로에는 나만 달리고 있었다. 살짝 오싹함에 잘 듣지도 않는 최신가요를 틀어 오싹함을 지우려는 순간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려왔다. 난 본능적으로 차를 우측 졸림 쉼터에 주차하고 허리를 숙여 숨었다.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아 창문을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이미 깜깜한 밤은 앞을 볼 수 없었다.

그래.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총소리라니,

내가 잘 못 들었다.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출발하려는 그때, 다시 한번 더 총소리가 들려왔다.

"....."

머리는 위험하니까 가지 말아라 말하고 있는데 몸은 총소리가 나던 곳으로 걸어가고 있다. 총소리가 났다는 건 부상자가 나왔을 테니까..

"..창고?"

액션 영화 속에서만 보았던 커다란 창고. 혹시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며 문을 열려는 순간, 창고 안에서 누군가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뭐야. 너 누구야."

안에서 문을 열었던 남자가 입고 있는 흰 셔츠에 피가 묻어 있었다. 남자 뒤에는 붉은 피가 모여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았던 장면을 실제로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나는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무서워서 그 자리에서 굳었다. 남자는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난 본능적으로 그가 날 죽이려고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거기, 뭐 하고 있는 거지?"
"도윤간부님, 목격자가 있어서 처리하려고 했습니다."
"이 새벽에 목격자? ....강은우씨?"
"아는 사람입니까?"

남자를 부른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안도윤씨였다. 만났을 때마다 입은 검은 정장엔 남자와 똑같이 피가 묻어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안도윤씨는 잠시 당황하더니, 어디론가 가버렸다. 또 다시 죽이려고 했던 남자와 단둘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이곳에 있으니까.

안도윤은 떨고 있는 강은우씨를 뒤로 두고 빠른 걸음으로 검은 차에 도착했다. 차의 창문을 툭툭 건들더니 창문이 아래로 내려왔다.

"보스, 나오셔야 될거 같습니다."
"이젠 현장 청소도 못하는거냐."
"다른 문제입니다."

보스라 불리는 남자는 짜증를 내며 차에서 내려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피 냄새가 지독한 창고였지만 보스와 그 뒤를 쫒는 안도윤, 신기현은 익숙한 듯 평온하게 바닥에 고인 피를 밞으며 앞으로 걸어간다. 그들이 앞으로 갈수록 바닥에는 피가 묻은 신발 자국이 남았다.

"......."

앞에서 작게 떨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 보스는 자리에서 멈췄다. 그 탓에 아무런 생각없이 따라오고 있던 신기현은 보스와 부딪혀 아픈 코를 문지르며 보스가 보고 있던 방향을 바라봤다. 신기현은 반가운지 손을 크게 흔들었다.

"강은우씨!!"
"...신기현씨?"

멀리서 손을 흔들며 날 부르는 신기현씨 옆에는 무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이하준씨가 서있었다. 이하준씨는 나에게 천천히 걸어오던 중, 죽었을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그의 바지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 탕

그러자 그는 품 안에 있던 권총을 꺼내 자신의 바지를 잡은 사람의 머리를 향해 망설임도 없이 쐈다. 나는 이하준씨가 쏜 권총을 잡고 그에게 소리쳤다. 방금 총알을 쏜 권총은 너무나도 뜨거웠다.

"방금 살릴 수 있었잖아요!! 주변 병원에 가서 수술.."
"내가 살려줘야하는 이유는?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 인간은 이 창고에 들어온 순간 자기 목숨을 잃을거라 다짐하고 온겁니다."

그의 말에 사고가 정지되었다. 전쟁에 나가는 군인도 아닌데 왜 목숨을 잃을거라 다짐을 하는걸까.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이하준씨는 대체 누구일까.

"....당신 정체가 뭐예요?"
"조직 보스."

나는 잡고 있던 뜨거운 권총을 놓고 그에게서 한발짝 뒤로 갔다. 아니 도망쳤다는 표현이 맞는 말이다. 내가 뒤로 도망칠거라고 예상을 한 듯 이하준씨는 아무 말 없이 권총을 다시 자신의 품 안으로 넣었다.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믿는 사람이 왜 도망칩니까? 그리고 사람을 망설임 없이 죽이는 모습도 봤는데 못 믿겠어요?"

사람을 망설임없이 죽이는데, 믿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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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27 20:42 | 조회 : 2,882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7화도 재밌게 보셨나요? 오늘도 글 보러 와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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