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약과 음식

04. 약과 음식

난 의료기기를 정리한 뒤,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는 갑자기 사라진 나를 찾느라 소란스러웠다.

"급한 일이 생겨서 얘기 못 하고 사라져서 미안합니다."
"강선생님!! 시간에 늦지 않아 다행이에요!"
"환자 상태는 확인했습니까."
"네! 지금 바로 수술실 가시면 될 거 같아요."

난 자연스럽게 초로색 수술복을 입고 수술실로 들어가 수술을 마쳤다. 동료 의사들은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나에게 다가와 늦었으면 어쩔뻔했냐는 마음에 없는 걱정을 한다. 난 그저 작은 미소를 띠며 진료실에 들어왔다. 김간호사는 따뜻한 커피를 내와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나갔다. 드디어 진료실에 혼자 남은 나는 의자에 기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하, 계약 괜히 승낙한 거 같아. 생각보다 힘들어."

2시간 동안에 두개의 수술을 마친 나는 밀려오는 피로에 옆에 있단 소파에 누워 잠을 청하려고 눈을 다시 남았다. 그러다 문득 이하준씨의 몸 상태가 떠올랐다.

"...약 안 먹으면 회복 늦을 텐데."

계약관계이긴 하지만 나는 이하준씨의 담당 의사였기에 소파에서 일어나 우리 병원 1층에 있는 약국에 왔다.

"어, 뭐야. 약국까지 무슨 일이냐."
"김준우, 오랜만이네. 그냥, 혹시 약 좀 줄 수 있나 해서."
"약?ㅁ 무슨 약 찾는데."

김준우. 대학교 동기이자 우리 병원 약사다. 약국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상치 못한 사람이 온 것처럼 전우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반겼다.

"복부에 깊게 칼을 맞은 것처럼 부상 입은 환자가 먹어야 하는 약이 있으면 줄 수 있어?"
"줄 수 있다만, 칼에 맞았다고? 묻지마 살인의 피해자야?"
"어.. 몰라? 그냥 길 가다가 그런 환자를 만났어."
"그러니까 그런 환자를 왜 ...알았다. 더 묻지 않을게. 잠깐 기다려."

준우는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약을 가지고 나왔다.

"하루에 두 번씩, 식후 30분. 알았지?"

약을 봉지에 넣고 하루에 두 번, 식후 30분이라는 글씨를 적으며 한 번 더 나에게 알려줬다. 난 준우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병원 옆에 있는 도서관에 왔다. 난 너무나 익숙하게 의학 관련된 책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몸에 좋은 음식들.."

의대생 시절 매일 들려서 책 한 권씩 읽었는데, 병원 인턴이 되자마자 발걸음을 끊었는데, 이렇게 다시 올 줄을 몰랐다. 그것도 이하준씨 때문에.

"현미랑 버섯.."

회복에 좋은 음식들이 많았지만 내 눈에 뜨거운 현미와 버섯 두 재료였다. 난 곧바로 도서관에서 몸에 좋은 책을 빌리고 마트로 향했다. 물론 약봉지를 잊지 않은 채.

"아주머니, 버섯 중에 그나마 요리 하기 쉬운게.."
"뭐 해주게?"
"...어..볶음?"
"그럼 표고랑 느타리가 제일 간편할텐데."
"둘 다 주세요."

현미 1kg와 표고, 느타리버섯을 사고 병원 직원 식당에 들고 가 직원 식당 아주머니께 부탁드렸다.

"강선생 부탁이면 들어주지~"
"정말요? 감사합니다!"
"저번에 우리 아들 진찰해준 보답이여. 어여 줘.

현미와 버섯들이 들어있는 봉지를 아주머니께 드리고 부엌에서 나와 직원 식당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잠시후 맛있는 냄새가 나더니 아주머니께서 반찬통을 들고 나오셨다.

"아 그냥 봉지에.."
"봉지에 넣으면 맛이 없어~ 자 가져가."
"...진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조심히 가."

차를 타고 아까 왔었던 건물에 도착했다. 아까 덩치 큰 남자는 차에서 내리는 날 발견하곤 문을 직접 열어줬다. 나는 아직 식지 않는 음식들을 들고 이하준씨의 상처를 수술한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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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21 19:57 | 조회 : 3,099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제가 시험기간에 들어가서 독자님들의 소중한 댓글 하나하나 답변을 못해드려서 죄송해요..!!하지만 전부 읽고 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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