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계약 첫 번째 조항

03. 계약 첫 번째 조항

계약을 한 뒤로 일주일이 지났지만, 연락 한통도 오지 않아 계약에 대해 잊고 있을 때쯤, 발신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어왔다. 난 휴대폰에 발신 제한이 떴을 때부터 이미 알아차렸다.

"여보세요."
( "주소 보낼 테니까 거기로 와주십시오." )
"죄송하지만, 저 업무시간이라 나중에 가.."
( "계약 첫 번째 조항. 잊었습니까?" )

'을'은 '갑'의 연락이면 무조건 와야 한다. 나는 머릿속에 지나간 조항에 망했다고 생각했다. 2시간 뒤면 수술 들어가야 하는데 왜 하필 지금 호출인 것인가. 남자는 자기 할 말만 하고선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주소 하나가 문자로 왔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에 가운을 벗지 않은 채 차키만 들고나왔다. 차로 10분간 달려가 도착한 곳은 한 건물. 대략 12층으로 꽤 높은 건물이었다. 건물로 들어가려는 순간 덩치 큰 남자가 날 막았다.

"누구십니까."
"그.. 이하준씨 만나러 왔는데요."

그의 이름을 말하자 덩치 큰 남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남자는 뒤로 돌아 귀에 꽂혀 있는 무선 인이어에 무언가 말했더니 건물 안에서 덩치 큰 남자들이 세 명이 나왔다.

"저기, 저는 이하준씨 연락에.."
"그분 성함을 함부로 말하지 마시죠. 끌어내."

남자 두 명이 내 양쪽 팔을 잡는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기현씨?"
"제 이름을 기억하시네요? 아, 이게 아니지. 그 손 놓지?"

금발 머리, 아니 신기현씨의 말에 남자들은 급하게 손을 놓고 나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한다. 방금전까진 날 쫓아내려고 했는데, 신기현씨가 나타나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신기현씨는 웃으며 따라오라고 한다. 난 그를 쫓아 건물 6층에 도착했다.

"저방에 이하준씨 있는 건가요."
"네. 들어시면 됩니다."

차가운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이하준씨는 간이침대에 간신히 기대 저번에 급하게 수술한 복부를 잡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정 티를 입고 있어 몰랐는데, 그에게 가까이 갈수록 복부를 잡고 있는 이하준씨 손에는 적은 피가 묻어 있는걸 발견했다.

"상처가 벌어졌습니다."
"내가 격한 움직임은 사양하라고..!"
"뒤에 의료기기 많으니까 상처 좀 어떻게 해봐요."

난 급하게 뒤에 있는 작은 서랍을 열어 필요한 약품들과 의료기기를 챙겨 그에게 다가가 검정 티를 찢었다. 난 주사기에 마취약을 집어넣어 상처가 벌어진 그의 상처 복부에 마취약을 투입했다. 벌어진 상처를 다시 꿰맸다.

"한 번 더 말하는 겁니다. 격한 움직임은 절대 금물입니다."

내 말에 듣는 척도 하지 않는 이하준씨의 상처 부분을 살짝 눌렀다. 때마침 마취도 풀렸는지 고통스러운 신음을 뺃는다. 그는 무슨 짓이냐며 화를 냈다.

"환자는 의사의 말을 들어야죠. 안 들어서 상처가 벌.."
"우리가 환자와 의사 관계였나.."

그의 말에 그게 무슨 말이냐 물을려고할때 문이 열리며 선글라스를 낀 안도윤씨가 들어왔다. 안도윤씨 손에는 신기현씨의 귀가 잡혀 잡혀있었다. 안도윤씨는 이하준씨에레 잔소리를 한다.

"제가 말씀 드렸을텐데. 격한 움직임은 금물이라고."
"신기현이 훈련 해도 된다고 그랬어."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아니야. 답답하니까 훈련한다고 보내달라고 그러셨어! 진짜 이러기 있습니까?!"

저 셋은 무슨 사인가. 이하준씨가 저 둘의 상사인건 확실한데, 묘하게 보통 직장상사가 아닌거 같다. 나는 작은 서랍에서 꺼내 사용하지 않은 의료기기와 약품들을 다시 서랍에 넣고 있던 중 안도윤씨가 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계약서 때문에 온거뿐이예요."

안도윤씨는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다시 이하준씨 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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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19 18:42 | 조회 : 3,33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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