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못합니다.

01. 못합니다.

"강은우씨, 사람 좀 살려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사람 좀 살려줘야 할 거 같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의료 기구도 없고, 마취약도, 아무것도 없는 이 상황에서 수술하라는 뜻인가?

"지금 아무것도 없는데 수술을 하라고요?"
"네. 못 합니까?"
"당연한 소리를 하셔야죠! 의사에겐.."
"그럼 이대로 이 남자가 죽게 둡니까?"

죽게 두다니? 의사가 사람을 죽게 두는 거 봤나? 난 절대 사람 죽게 두지 않아. 반드시 살릴 거야. 하지만 의사에게 의료 기구가 없이 수술하라는 건 마치 군인에게 총, 칼 없이 전쟁터에 가라는 말과 똑같다.

"급한 대로 의료용 실과 가위 있습니다."
"지금 장난합니까? 그걸 다 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수술할 때 중요한 건 청결이라고요."
"그래서 하지 못한다는 겁니까."
"네. 지금이라도 구급차 불러도 늦지 않았으니까."

내 말에 선글라스 남자는 주먹을 쥐며 발끈했다. 순간 흠칫한 내 모습을 보고 빠르게 진정을 찾았지만, 주먹은 여전히 쥐고 있었다.

"구급차를 부를 사정이 있었으면 진작에 불렀습니다. 그럴 사정이 안 되니까 직접 의사를 찾아가서 부탁드리는 거 아닙니까? 제발 저 남자 좀 살려주세요."

선글라스 남자는 간절한 듯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그런 모습에 절대 수술하지 않을 거라는 다짐이 약해져 받아드렸다.

"....좋아요. 수술할게요. 근데 뒷감당 안합니다."

피가 나는 곳이 어딘지 찾기 위해 피로 물들어진 셔츠를 찢고 상처난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로 젖은 몸에서 상처를 찾기엔 너무 어려웠다.

"그쪽 환자 어디 다친지 알고 있죠."
"네. 복부 쪽에."

그 말에 배 쪽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마침내 찾은 상처는 칼을 맞은 듯 무언가에 찔린 흔적이 있었다.

"ANE이랑 실이랑 가위 주.."
"ANE이 뭡니까?"
"마취약이요."
"없습니다."
"마취약 없이 하면 환자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는데..!"

결국, 마취약 없이 수술을 시작해야만 했다. 난 잠시 방을 나와 욕실로 향했다. 욕실에 있던 깨끗한 수건 3~4장을 들고 와 한 장은 피를 흘린 남자의 입에 물렸다.

"환자분, 아파도 찾으셔야 합니다."

소독한 가위와 실을 들고 상처난 곳을 봉합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갑작스러운 큰 고통에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악을 썼다. 하지만 미리 수건으로 입을 막아둬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계속되는 고통에 남자는 점점 힘들어질 때쯤 봉합이 마무리되었다.

"하, 끝났어요. 따뜻한 물은?"

난 미리 선글라스남자에게 부탁해둔 따뜻한 물을 받아 수건을 적셔 피가 묻은 남자의 몸을 닦아주고 선글라스 남자와 함께 방에서 나왔다.

"격한 움직임은 절대 금물입니다."
"네. 강은우씨, 감사합니다."

거실에는 아까 금발인 남자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금발 남자는 소파에서 일어나 치킨 봉지를 들고 나에게 건제줬다.

"카드는 봉지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일 감사합니다."
"...됐어요. 사람 한명 살리는게 제 일인데..요.. 뭘."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데려다준다는 금발 남자의 권유를 거절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다행히 검정 옷을 입고 있어서 망정이지, 흰옷이나 밝은 옷을 입은채 수술 했다면 피가 옷에 묻었을거다. 드디어 편안한 내 집에 도착하자마자 피가 묻은 옷을 벗고 샤워하고 나와 Tv를 켜고 차갑게 식은 치킨을 먹기 시작했다. 역시 치킨은 치킨인지 식어도 맛있었다. 다음날 아침, 오후에 출근해야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일어나 씻고 병원에 가져갈 옷들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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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18 09:49 | 조회 : 4,022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의학 용어가 조금씩 아주 조금!! 등장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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