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직장에 찾아온 환자.

02. 직장에 찾아온 환자.

오후에 출근하자마자 난 바로 수술실로 들어가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난 수술 차트와 그동안 환자가 복용한 약품을 보곤 김간호사에게 말했다.

"TID 복용하면 됩니다."
"네. 강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 TID. 하루에 세 번

개인 진료실에서 환자들의 차트를 읽던 중, 누군가 노크도 없이 들어왔다. 제일 먼저 들어온 사람은 처음 본 사람이라 어느 환자분의 보호자라 생각했지만, 그 뒤로 들어오는 금발남자와 선글라스 남자를 보고 그들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그나마 친화력이 좋은 금발남자는 나에게 다가와 내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강은우씨 덕분에 살았습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아, 아뇨."
"제 이름은 신기현이라 합니다! 잘 지내보자고요!"
"....하?? 잘 지내보자는 무슨 말이에요."

새벽에 수술했던 남자는 내 앞에 있는 의자에 앉곤 선글라스 남자를 향해 손짓하자 선글라스 남자는 봉투 하나를 들고 나에게 준다.

"이게 무슨.."
"계약서. 제 담당 의사하시면 됩니다. 제가 부르면 와서 진찰하면 될 겁니다. 연 5000 어떻습니까."

연 5000이면 웬만한 의사 연봉이다. 지금 내 연봉이 3000인데, 그것에 약 두 배를 준다니, 대체 이 남자는..

"5000이면 정말 큰 돈인데. 왜 부족합니까?"
"정체 뭡니까. 연 5000도 큰 돈인데 부족하다고 물어보는 당신의 정체가 대체 뭡니까."
"알면 다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할겁니까, 말겁니까."

난 거절했다. 내 연봉으로도 먹고살기 충분한데 더 큰 돈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큰돈을 준다는 건 분명 진찰말고도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제가 알기로는 당신, 동생이 불치병으로 미국에서 치료받고 있는 걸로 아는데."
"당신들 내 이야기를 어떻게 안거야. 아무도 얘기 안했.."

앉아 있던 남자는 일어나 내 입술에 자신의 두 번째 손가락을 깆다댄다. 그렇곤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방법이 다 있죠. 마지막으로 물어보는 겁니다. 합니까, 안합니까."

여기서 수락하면 안 되는 건데. 내 의지와는 다르게 고개가 끄덕였다. 내 대답을 보곤 남자는 씩- 웃고선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이하준."
"전 안도윤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자주 봅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남자들은 갑작스럽게 계약을 하자며 찾아왔고, 갑작스럽게 진료실을 나간다. 휑한 진료실에 앉아 봉투에 있는 계약서를 꺼내 읽어보았다. 전체적으로 줄인다면 아래와 같다.

1. ''을''은 ''갑''의 연락이면 무조건 와야 한다.
2. ''을''은 ''갑''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다.
3. ''갑''은 12월 31일에 ''을''의 통장에 연봉을 준다.
4. 윗 내용은 ''갑''과 ''을'' 모두가 지켜야할 것.

앞으로 피곤해질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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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18 09:50 | 조회 : 3,666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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