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사람 좀 살려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00. 사람 좀 살려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스툰 병원. 한국에서 의료 시설 제일 크고, 햇병아리 의사라도 다른 병원에선 에이스라 부를 정도의 실력을 갖춘 의사와 간호사들, 최고의 의료 시설, 기술, 모두에게 친절한 서비스까지. 유명인, 정치인, 일반인까지 모두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병원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병원의 흉부외과를 담당하는 의사다.

"강 선생님! 내일 오전까지 수술 없으세요!"
"오랜만에 집에 다녀올까."
"그러세요. 몇 달간 집에 못 들어가셨으니까."

몇 달간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얼마 만에 집에 가는 건지. 내 개인 진료실에 들어가 외투와 가방을 들고나왔다.

"그럼 김 간호사 수고해요."
"네!! 내일 푹 쉬세요~"

의사 가운이 아닌 오랜만에 입은 외투에 괜히 들떴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그사이 그가 있었던 층에서는.

"김 간호사는 좋겠다~"
"저요? 왜요?"
"몰라서 묻는 거 아니지? 강 선생님 담당 간호사잖아. 키도 훤칠하지. 실력도 상당하지. 매너도 너무 좋지. 무엇보다 얼굴이 좋잖아. 나도 매일 강 선생님 보면서 일하고 싶다.."

외투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있던 검은 차키를 꺼내 몇 달 만에 타게 된 차에 꽂아 시동을 켰다. 익숙하게 페달을 밟고 병원 주차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집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니 날 반겨준 건 몇 달간 집을 치우지 못해 계속 쌓인 먼지뿐이었다.

"콜록.. 큽..먼지.."

늦은 저녁 시간이지만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열어 환기를 시켜준 뒤, 빗자루와 물걸레를 들고나와 집을 치우기 시작했다. 분명 9시에 시작했는데 끝나는 건 새벽 1시였다.

"늦었으니까 빨래는 내일 해야 하겠네."

- 꼬르륵

"....배고파."

공복에 배가 울렸다. 새벽 1시에 먹는 건 몸에 안 좋지만, 오랜만이니까 배달음식을 먹기로 정한 나는 익숙하게 치킨집 번호로 전화를 걸어 주문했다. 몇십 분 뒤, 초인종이 울려 지갑을 들고 나가 현관문을 열어줬더니 치킨 배달부가 아닌 건장한 남정네 두명이 서 있었다.

한 명은 금발이오, 다른 한 명은 밤임에도 선글라스를 낀 남자였다. 누가봐도 수상한 남자들에 조심히 현관문을 닫기 시작했다.

"강은우씨 맞으신가요?"

금발을 한 남자가 내 이름을 불렀다. 침착하자, 맞냐고 물어본 건 자기도 모른다는 거야. 아니라고 우기면 된다.

"아닙니다. 착각하셨나 보네요. 그럼."

거의 닫힐뻔한 문을 잡은 사람은 선글라스 남자였다.

"나이 29살. 이름 강은우. 어릴 적 동생이 크게 다친 후로부터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현재 스툰병원 흉부외과 유명한 의사 아닙니까. 저희가 아는 강은우씨는 그쪽인데. 틀렸습니까."

대체 이들의 정체가 뭐야. 어떻게 내 과거까지 알고 있는거지.

"맞으시면 따라와주셔야겠습니다."
"아니.."
"하, 부탁으로 보이십니까."

순간 오싹해졌다. 여기서 더 반항했다간 무슨일이 생긴 거 같았다. 난 다시 문을 열고 어딜 가야하냐고 물었다.

"가깝습니다."
"그럼 치킨 받고 가는.."
"치킨은 제가 받겠습니다~ 카드 주세요."

결국 지금 가야하는건가. 할 수 없이 금발인 남자에게 카드를 건네준 뒤, 선글라스를 낀 남자와 함께 그들이 타고 온 차에 올라탔다. 차로 20분가량 달렸을까, 최고급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제일 꼭대기층에 위치한 집 현관문을 자연스럽게 열고 들어가는 그를 뒤쫓아 안으로 들어왔다.

꽤나 심플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선글라스남자는 방 앞에서 서서 노트 두 번을 한 뒤, 문을 열었다. 침대 위에는 붉은 피를 흘린채 누워 있는 남자였다. 많은 피를 흘린건지 하얀 시트는 붉은색으로 물었고, 피를 흘린 남자는 힘들게 생을 이어가고 있었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피를 많이 흘리는 사람을 본건 처음이라 머리가 하애졌다.

"강은우씨, 사람 좀 살려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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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18 09:48 | 조회 : 4,558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환자는 의사의 말을 들어야죠. 로 돌아온 하얀 손바닥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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