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일상(3)

그 날 밤, 에디스는 비테에게 연락을 취했다.
보석에 불이 들어오자마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신걸까?

너무 금방 받은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에디스는 헤헤, 웃음을 흘렸다.

"꺄아아~우리 딸, 웃으니까 더 예쁘네!"

비테만 있던 자리에 어느 순간 아모르가 끼어들었다.
그 흐름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워 그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에디스는 쑥스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얼굴 붉혀도 귀엽구나!!"

보석 너머로 들려오는 아모르와 비테의 찬양에 에디스는 몸둘 바를 몰라했다.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숨고 싶었고, 없다면 땅을 뚫어서라도 숨고 싶었다.
한바탕 난리를 피우던 아모르와 비테는 에디스의 얼굴에서 점점 경련이 오자 멈췄다.
에디스의 변화에 대해 누구보다도 빨리 알아채는 그들이었으니까.
비테는 가볍게 헛기침을 했고, 아모르는 열심히 손 부채질를 했다.

"아빠, 엄마."

에디스의 부름에 그들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에디스를 바라보았다.

"저 일주일 후면 방학인 거, 기억하시죠?"
"그~럼!"
"물론 기억하고 있지."

아모르와 비테가 차례로 말을 이었다.
그들의 두 눈엔 기대가 서려있었다.
아무래도 에디스가 6개월만에 비테의 신궁으로 돌아오는 거라서 몹시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벌써부터 에디스와 놀러갈 장소, 에디스에게 해줄 말,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에디스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비테가 놓칠 리가 없었다.

"에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니?"
"뭐?! 문제?! 에디, 혹시 누가 괴롭히기라도 하니?!"

문제라는 말에 아모르가 진짜면 자신이 대신 가서 혼쭐을 내주겠다며, 펄쩍펄쩍 뛰었다.

"여보야, 일단 진정하고. 아직 에디의 말을 안 들었잖아."

비테의 말에 아모르는 간신히 진정할 수 있었다.
이재야 조용해진 분위기에 에디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방학하고 나서......"

비테와 아모르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자 에디스는 왠지 모르게 남자친구를 부모 앞에 데리고 와 "나 얘랑 결혼할 거에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긴장되었다.

"그...제가 말했던 '알렌'이란 아이의 집에 놀러가도 될까요?"

비테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에디스의 앞에서 항상 웃던 아모르도 표정을 굳혔다.
에디스는 안 되는 걸까, 낙심하며 책상 밑에 숨겨져 있던 두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알렌...이라면 우리 에디가 말했던 타락천사의 아이?"

아모르의 물음에 에디스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네! 그 애의 아버지가 녹스 님이시래요! 그 분의 신궁에 놀러가도 될까요......?"

힘차게 대답했던 목소리는 생각이 많아보이는 비테의 눈빛에 점점 작아져버렸다.
안 된다면 그냥 포기하자, 라고 생각하며 에디스는 조금 울상을 지었다.
알렌이 처음 사귄 친구가 에디스였던 것처럼 에디스도 처음 사귄 친구가 알렌이었다.
처음 사귄 친구의 집에 가고 싶었던 에디스는 혹여나 비테와 아모르가 반대할까 봐 긴장하고, 또 긴장했다.

"그래. 무조건 막는 건 좋지 않겠지......"

고민에 빠져있던 비테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갔다오렴. 대신......"

허락의 말에 에디스는 터져나오는 탄성을 막지 못하고 기뻐했다.
만약 아카데미에 비테가 있었다면, 에디스는 당장 비테에게 "아빠, 사랑해요!"를 남발하며 뽀뽀 세례를 했을 수도 있었다.
진짜로 그녀의 주위의 분위기가 아침 햇살처럼 따스하면서 밝아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비테의 이어질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아빠도 함께 갈 거야. 알겠지?"

어...음......
'아빠와 가도 상관없다.'고 말해야 하는데 차마 입이 안 떨어졌다.
뭐랄까.
비테가 같이 가면 분위기가 안 좋아지다 못해 가시방석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거절할 명목도 없었고, 비테가 저렇게까지 하는 이유 또한 짐작이 갔기에 에디스는 속으로나마 알렌과 녹스에게 사과 했다.
물론 나중에 직접적으로도 말할 생각이었다.
비테와 아모르와의 전화를 끊고 에디스는 침대에 누워 배개를 끌어 안은 채 이리저리 굴렀다.
속으로 '성공이다!'를 연발하며.
그리고 알렌도 에디스처럼 성공하기를 간잘히 빌었다.
그너의 기도가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해답은 내일이 되어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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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3 11:31 | 조회 : 1,130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오늘부터 일주일간 휴재에 들어갑니다. 출장 중이시던 아빠가 잠시 돌아오셔서(아빠가 소설 쓰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심)....ㅠㅠ 그치만! 시간 나는대로 한 편이라도 올려보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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