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일상(2)

어느덧 아카데미에서 보낸 시간이 1년이 지나 무더운 여름 날이 되었다.
에디스는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여름방학을 생각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미래의 행복의 여신답달까.
에디스의 흥얼거림이 이어질수록 살인적인 더위를 뿜던 태양이 조금 식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무 위에 둥지를 튼 채 앉은 새들이 함께 노래를 불렀다.
마치 동화 속 공주들처럼 새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알렌, 많이 덥지?"

이제 15세가 된 알렌은 키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작년에는 또래에 비해 작은 키였지만 올해 보니, 또래와 얼추 비슷한 것 같았다.

''''키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더니만. 키가 커서 다행이네.''''

그리고 작년에 나와 거의 비슷했던 눈높이는 이젠 내가 그를 조금 올려다 보아야 할 정도가 되었다.
에디스는 약간 우울해졌다.
키는 그녀도 크고 있고, 또래와 비슷했다.
하지만 나이 차 때문인지 알렌과 에디스의 키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에디스는 빨리 키 크고 싶다고 생각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그 옆에서 알렌이 의아한 듯 물어보았다.

"에디스? 왜 그래?"
"나도 키 크고 싶어!"

에디스의 말에 알렌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나이 차이가 고작 2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도 에디스가 왜 이리 귀여운지 모르겠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면 많이 클 거야."

알렌의 말에 에디스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다.

"뭐야...알렌, 우리 엄마 같아."

키에 대해서 아모르에게 이야기 하니까 알렌과 유사한 답을 들려주었다.
누가 그걸 모른단 말인가!
에디스는 아모르가 그녀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답답했다.
그런데 알렌도 똑같은 소리를 한 것이었다.
의도치 않게 에디스의 심기를 건드린 알렌은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 거렸다.
그러다가 그의 뒷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아니...그...나도 아버지께 들은 말이라."

아버지란 말에 에디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다행히도 알렌은 고개를 아래로 하고 있어서 에디스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에디스는 빠르게 표정을 정리한 다음, 순수하게 감탄했다.

"녹스 님은 다정하시구나."

알렌이 흠칫, 토끼 눈을 했다.
그의 아버지인 녹스는 신계에서 무서운 존재로 통했다.
그의 어머니인 스텔라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했지만 그건 스텔라가 특이한 것이었다.
다정하다니, 누가 들었다면 미쳤다고 말할 것이었다.

에디스도 어머니와 같은 유형인건가?

알렌이 그의 부모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에디스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일주일 후에 방학이잖아?"
"응. 그렇지."

왜 갑자기 방학에 대해 얘기하는 걸까?

"나...놀러가도 돼?"
"...으응?"

알렌의 눈동자가 거센 풍랑을 만난 배처럼 흔들렸다.
에디스는 그런 그의 눈빛을 애써 모르는 척하며 미소를 유지했다.

웃...웃는 얼굴엔 침 안 뱉는다잖아? 화 내진 않겠지...?

화를 낼 거란 걱정이 무색하게도 알렌은 그저 당황스러워 버일 뿐, 그 외 어떤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에디스는 그가 마음을 진정시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너무 오래 걸리면 어쩌지, 란 걱정과는 달리 알렌의 입술이 금방 떨어졌다.
다만 그 뒤에 말은 긍정이 아니라 부정에 가까운 말이었다.

"비테 님과 아모르 님께서 허락을 안 해주실 거야. 애초에 내가 너와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안 되는 일이니까."

에디스는 진심으로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녹스와 스텔라의 사랑 이야기는 어떠한 반대와 시련에도 극복해 나가 결국에는 사랑의 결실인 알렌까지 탄생시켰다.
에디스는 다른 건 몰라도 그 누구도 꺾을 수 없었던 사랑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졌었다.

"혹시 녹스 님께서...허락 안 하실까?"
"글쎄...그런 건 물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

애초에 친구라는 존재를 사귄 것도 에디스가 처음이었다.
그러니 녹스에게 친구가 집에 놀러와도 되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의 대답에 에디스는 고민하듯 끙끙,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녀는 고민 끝에 이렇게 하기로 결졍했다.

"그럼 우리 둘 다 부모님께 여쭤보고 얘기해 봐야겠네. 오늘 물어보고 내일 알려주기야!"

에디스가 알렌에게 새끼 손가락을 내 보였다.
알렌은 그 의미를 몰라 멀뚱멀뚱 그녀의 손가락을 쳐다보았다.
에디스는 그가 이 손가락의 의미를 모른다는 것에 충격 받았다.
하지만 티는 내지 않고, 짧게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알렌도 새끼 손가락 줘 봐."

알렌이 아직도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에디스의 말을 순순히 따랐다.
그의 손가락과 에디스의 손가락이 나팔 꽃이 주위 구조물에 얽히듯 엉켰다.

"자, 약속!"
"약...속?"
"응! 약속이야!"

약속, 이란 말을 중얼거리며 알렌은 그이 새끼 손가락을 내려다 보았다.
그날 밤, 알렌과 에디스는 각자의 방에서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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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1 18:58 | 조회 : 1,08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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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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