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일상(4)

에디스가 비테와 아모르에게 허락을 구할 때, 알렌도 그의 아버지인 녹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에디스와 모양은 같지만 색깔은 다른 영상석이 공중으로 띄워졌다.
에디스의 보석은 분홍색, 알렌의 보석은 검은색이었다.
얼마 뒤 영상에서 녹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니, 아가."

녹스는 알렌을 "아가"라고 불렀다.
15세가 알렌에게는 다소 부끄러운 호칭이었지만 이미 그 호칭에 익숙해진 알렌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바쁘십니까?"
"아니. 내 아들 이야기는 들어줄 정도의 시간은 있다."

알렌은 별 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용건으로 넘어갔다.

"...친구가 생겼어요."

녹스의 두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며들었다.
그 뒤 녹스는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듯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어떤 아이니?"
"차기 행복의 여신입니다. 이름은 에디스이고요."

행복이라......, 작게 중얼거린 녹스는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는 건가? 행복이라는 단어를 듣거나 말할 때면 아버지는 종종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으니......

그런 이야기 덕분에 알렌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어머니의 얼굴은 녹스가 가지고 있는 목걸이의 작은 사진밖에 본 적이 없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진심으로 행복했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알렌도 그리운 미소를 짓는 녹스를 보며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에겐 스텔라에 대한 기억이 없으니 녹스가 저럴 때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랐다.
다행스러운 건 녹스가 금방 사념에서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미안하구나. 잠시 딴 생각을 했네. 그래서 내게 하고싶은 말이 있지 않니?"

그래. 녹스는 항상 알렌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그랬기에 어머니란 존재가 없어도 알렌을 엇나가지 않게 키운 것이리라.

"에디스가 방학 때, 우리 신궁에 놀러오고 싶대요."
"뭐?"

녹스는 진심으로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녹스의 이런 반응은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다.
어둠의 신, 녹스의 신궁은 어둠에 걸맞게 어두운 색을 띠고 있었다.
그랬기에 신들과 천사들 사이에서도 ''암흑의 성''이라 불리고 있었다.
그 누구도 함부로 접근하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 스텔라를 제외하곤.

"아버지...에디스를 데리고 와도 괜찮을까요?"
"네가 원한다면 데리고 오너라. 대신 그 아이의 안전은 네가 책임줘야 한다. 아직 그 아이는 힘을 개화하지 못했으니까."

마치 적군을 눈 앞에 둔 장수처럼 비장한 얼굴로 알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녹스가 그리 말 안 해도 지킬 생각이었다.
처음 가는 곳에서 에디스를 혼자 둘만큼 그는 안일하지 않았다.
알렌의 모습을 본 녹스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아가. 좋은 꿈 꾸거라."
"네. 아버지도요."

영상 석을 통한 부자의 대화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알렌은 내일 에디스에게 이 사실을 빨리 말해주고 싶어 잔뜩 들떴다.
하지만 금방 불안감이 싹 띄었다.
에디스의 부모가 그녀가 녹스의 신궁에 가는 걸 허락할까, 하는 걱정......

"괜찮아...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내가 강요할 게 아니야."

조그마한 목소리로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알렌은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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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13 20:05 | 조회 : 961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일주일만 쉰다고 했는데 2주일이나 쉬었네요ㅠㅠ 제가 19학번으로 새내기가 되었습니다. 왕복 4시간 30분...적응하기가 많이 힘들었어요ㅠㅠ 사실 지금도 힘든데, 지금 안 올리면 계속 기다리시게 만들 것 같아 하나 올립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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