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화로운 일상(1)

알렌의 부모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분명 질색할 거라고 여겼던 것과 달리 에디스의 반응은 "멋지다!"였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알렌은 조금 더 에디스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녀의 앞에서 더 잘 웃고, 잘 떠들고, 그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 것이었다.
에디스는 그런 그의 변화를 눈치채진 못했지만 알렌이 더 자주 웃자 에디스 본인 또한 웃는 일이 많아진 것은 확실했다.

"에디스! 또 낮잠 자는 거야?"

에디스는 날씨가 좋을 때면 이렇게 나무 그늘 밑에서 잠을 청했다.
저렇게 볼 때마다 자는 데 낮잠으로 수업을 빠진 적이 없다는 게 참 신기한 일이었다.
그녀를 부른 목소리에 에디스는 눈을 떴고, 상대를 확인한 에디스는 반갑게 미소 지었다.

"좋은 아침, 알렌!"

에디스의 말에 알렌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에 앉아 나무에 기댔다.
에디스도 알렌을 따라 자세를 바로 했다.

"진짜 에디스는 자는 걸 너무 좋아한다니까. 전생에 잠 못 자는 공주님이었나?"

알렌의 농담에 에디스는 그럴리가 있나며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별로 재미없는 농담에도 저렇게 과한 반응을 해주니, 알렌은 본인의 농담이 먹혔다는 뿌듯함과 과한 반응에 민망함이 함께 찾아왔다.
부끄러움에 알렌의 귀가 붉어졌다.

"그런데 에디스."
"응?"
"넌 내가...싫지 않아? 내 부모님에 대해 들었잖아."

아까 농담에 의해 즐거웠던 분위기가 단숨에 어두워졌다.
에디스의 흔들림 없는 푸른 눈동자가 알렌의 금빛 눈동자 속에 비췄다.
알렌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면 너는 내가 왜 너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싫다, 싫지 않다.
이렇게 단답을 예상했던 알렌은 역으로 에디스가 물어보자 말문이 막혀버렸다.
조금의 침묵이 흐른 후, 알렌은 애써 입 고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그거야 난 태어나서는 안 될 존재니까......"

그의 입 고리는 경련이 일듯 부들부들 떨렸다.
그걸 본 에디스는 왠지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를 안아주었다.
또래보다 작았던 알렌과 또래보다 작았던 에디스.
둘 다 아직 어린 아이였기에 그들의 모습은 연인들의 애뜻한 모습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냥 아이들의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알렌이 좋아. 그리고 난 말이야, 친구를 사귈 때, 배경을 보는 건 진짜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해. 안 그래?"

알렌은 에디스의 목소리가 천사의 노랫소리처럼 아름답게 느껴졌다.
알렌은 대답하는 것도 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에디스의 품에 안겨서.

"난 알렌을 만나게 한 이 운명에 감사하고 있어. 그러니까 내가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에디스가 알렌의 등을 두어 번 토닥거렸고, 그 뒤 그에게서 떨어졌다.
알렌은 다행히 진정된 것 같았다.

"고마워...그렇게 말해줘서."

알렌이 에디스의 앞에서 망가진 모습을 보인 것이 창피했는지 그의 귀가 다시 붉어졌다.
에디스는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미소를 띠웠다.
그도 잠시 에디스는 짓궂게 웃으며 알엔을 바라보았다.

"고맙긴. 나는 사실을 말한 건데. 그렇게 기뻐하면 내가 민망해지잖아~."

에디스기 장난스럽게 말 고리를 길게 늘어트리자 귀만 붉었던 것이 얼굴까지 확대되었다.
잘 익은 토마토같은 얼굴이 되어버리자 에디스는 풉, 박장대소했다.
그녀가 땅을 두드리며 웃자 알렌은 당황한듯 얼굴이 더 붉어졌다.
알렌의 얼굴이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에디스의 웃음 또한 끊이지 않았다.
한참을 웃다가 에디스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헉헉 거렸다.

"아...진짜.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나...나 하나도 안 귀여워!"
"안 귀엽긴~. 이렇게 귀여운데!"

이 모습이 귀엽지 않은 거라면 이 세상엔 귀여움이란 단어따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한 에디스는 혼자서 "응응!" 거리고 고개를 끄덕였고, 알렌은 그 모습을 보며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후후. 너도 나 싫어하면 안 돼. 알겠지?"
"안 그래!"

알렌이 큰 소리를 질렀다.
원래라면 큰 소리에 에디스가 놀랐어야 했지만 오히려 놀란 사람은 알렌, 본인이었다.
알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분명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냐고 화낼 것이다.
알렌은 두려움에 찬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모습에 당황스러웠던 건 에디스였다.

'왜 저러는 건지? 내가 뭘 잘못한 건가!'

"알렌, 괜찮은 거야?"
"...응?"

알렌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혼란스러워 보였다.

"놀랐잖아. 화 안 내?"
"그야 당연하지. 별로 놀라지도 않았는 걸."

알렌은 괜스레 머쓱해져서 웃었고, 그 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달려갔다.
에디스는 "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에디스를 피해 달려간 알렌은 벽 뒤에서 주저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으아아. 쪽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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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6 16:58 | 조회 : 986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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