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 (1)

에디스는 자신의 몸이 우주 속 무중력 상태처럼 붕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도 잠시, 에디스가 눈을 떴다.
그리고 그녀는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힘껏 기지개를 폈다.
에디스는 처음 보는 낮선 곳을 보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분명 처음 온 곳인데도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느낌에 에디스의 마음이 간질거렸다.
문이 열리고 은색 머리와 피처럼 붉은 눈을 가진 남자와 루비 보석처럼 붉은 머리와 벚꽃처럼 연분홍색 눈을 가진 여자가 나란히 들어왔다.
그 뒤로 여러 사람들이 보였지만 그들은 들어오지 않고 오직 앞에 서 있는 두 남녀만이 들어왔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쳤고, 그와 동시에 여자가 에디스를 껴안았다.
에디스의 몸과 얼굴이 굳어가는 것도 모른 채, 여자는 에디스를 놓아주지 않았다.

"으허허헝~ 우리 딸...!"

여자는 뭐가 그리도 서러운지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마냥 울었다.
그런 그녀를 진정시킨 건 같이 들어온 남자였다.
하지만 그도 눈물을 참고 있는 건지 표정이 약간 일그러져 있었다.

"...저기?"

내가 말을 하자 여자가 놀라며 방방 뛰었다.
아니, 날았다.

"어머어머, 우리 딸이 말했어! 여보, 들었죠? 분명, 저기라고 했죠!"

여보, 라고 하는 걸 보니, 두 분이 부부인가 보다.
그럼 저 분이 내 아빠이고, 이 분이 엄마인 건가?
아...? 뭘 잊어버린 것 같은데...착각인가?

에디스는 차분히 마음을 정리한 후 물었다.

"그...여기는 어디에요? 그리고 엄...엄마, 아빠 맞죠?"

그러자 여자가 다시금 눈물을 터트렸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아무래도 대화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아 에디스의 푸른 눈동자가 이번엔 남자에게로 향했다.
에디스의 시선을 받은 남자는 그제야 정신줄을 잡은 듯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여긴 신계란다. 너는 나와 여기 있는 아모르의 딸이고. 아, 내 이름은 비테 란다."

에디스는 비테와 아모르의 이름을 한 번 더 되새기며 머릿속에 새겼다.
문득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에 에디스는 시선을 돌렸다.
에디스와 눈을 마주친 아모르는 해맑게 웃었다.
신계라고 하니, 신인 것 같은데...역시 신은 늙지도 않는 가 보다.
저 얼굴에...1...아니, 내가 몇 살이더라?

"저...제가 몇 살이에요?"

비테가 그 질문에 답했다.

"12살이지. 뭐 또 궁금한 거 있니?"

궁금한 거......
아직은 생각나지 않기에 에디스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딸은 고개 젓는 것도 예쁘네...목소리도 예쁘고...역시 우리 딸이야. 그쵸, 여보?"

비테는 사뭇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민망해진 건 에디스였다.
잘 기억조차 나지 않는 부모를 만나 기뻤지만 팔불출 어머니인 아모르를 보니, 절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다가오는 미래를 생각하며 에디스는 어색하나마 웃었다.
그 순간, 두 신의 목소리가 뚝, 하고 멈췄다.
그리고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자신을 바라봤다.
애디스는 잠시 주춤했다.

뭐지...? 내가 뭐 잘못했나......?

아모르가 ''''꺄아'''' 비명을 지르며 에디스를 안아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의 두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어머! 우리 딸, 지금 웃은 거지? 그렇지? 이 엄마가 잘못 본 거 아니지?!"
"네...네에......"

에디스는 정신이 없었다.
어지럽지도 않은지 아모르는 계속해서 돌았다.
결국 얼굴이 곧 죽을 사람처럼 파래진 에디스를 본 비테가 아모르와 에디스를 때어놓고 에디스를 진정시켰다.

"에디, 엄마가 미안해. 괜찮니?"

대답할 힘도 없기에 에디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웃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라니, 앞으로의 미래가 심히 걱정된 에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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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22 13:37 | 조회 : 925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소설에서 딸바보 아빠는 많이 봤지만 딸바보 엄마는 드물죠... 아모르는 정말 에디스밖에 모르는 딸바보 엄마랍니다~^^ 비테는 말할 필요도 없죠.ㅋㅋ 그리고 에디스는 현재 유리시아 제국에 대해서 기억을 모두 잃었습니다. 비테가 망각초를 먹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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