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 (2)

에디스가 눈을 뜬 날, 비테와 아모르는 에디스를 다른 신들에게 소개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녀가 방금 전까지 인간계에서 살았지만 이제는 여기가 그녀가 살아갈 곳이니까.
에디스는 비테와 아모르의 손을 하나씩 잡고 총총 걸어나갔다.

"어머? 우리 딸은 걷는 것도 귀엽네."

아...또 시작이시네......

저 귀엽다는 소리를 오늘만 몇 번을 들었는 지 모르겠다.
또, 아직 어린 아이였던 에디스의 손은 비테와 아모르보다 훨씬 작았는데...

"어머어머, 이 고사리 같은 손 좀 봐! 툭 하면 부서질 것 같아. 여보, 너무 세게 쥐면 안 돼요. 우리 에디, 부서지면 어떻게요?"

비테는 부서진 내 모습을 상상하는 건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뭔가를 다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에디스는 속으로 헛웃음을 쳤다.

아니...손 좀 세게 잡는다고 뼈가 부서지진 않는데요.....

아플 순 있어도 부서지진 않을 것이다, 에디스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건 신의 힘을 완전히 알지 못했기에 하는 소리였다.
보통 신들은 성별과 담당 분야에 관계없이 전 세계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생명의 신인 비테와 사랑의 여신, 아모르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비테, 아모르, 에디스가 걷자 주위의 천사들이 허리를 숙였다.
그런 그들에게 비테가 말했다.

"지금 당장 케일룸(caelum)에게 에디스의 존재를 알려라. 지금 찾아갈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케일룸, 하늘의 신이었다.
비테가 지상의 모든 만물의 생명을 다스린다면, 케일룸은 신계와 지상 둘 다 다스리는 최고의 신이었다.
그가 관여하지 않는 곳은 오직 명계뿐이었다.
비테는 하늘의 신, 케일룸과 땅의 여신, 테라(terra)의 아들로, 그들이 낳은 총 12명의 형제 중 장남이었다.
한 마디로, 지금 비테에겐 아버지를, 아모르에겐 시아버지를, 에디스에겐 친할아버지를 보러 가는 것이었다.
에디스가 비테를 올려다 보며 물었다.

"케일룸이 누구에요?"
"나의 아버지이자 너의 친할아버지 되시는 분이시지."
"할아버지요?"

에디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아무래도 새로 만날 가족이 무척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아모르와 비테는 에디스를 껴안았다.
아니, 아모르가 먼저 에디스를 안고 그 뒤로 비테가 안았다.
알콩달콩한 가족의 모습에 지나가던 천사들이 눈을 흘깃 됐다.
그러다가 에디스와 눈을 마주칠 때면 해벌쭉, 입을 벌렸다.
하지만 그 천사들은 살기 등등한 비테의 눈총을 받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에디스는 갑자기 36계 줄행량을 치는 천사들이 의아해 했지만 비테와 아모르는 그저 웃기만 했다.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덧 케일룸의 신궁에 도착했다.
문을 지키고 있던 천사들이 허리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비테 님, 아모르 님."

비테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썹을 치켜 올렸다.

"너는 내 딸이 보이지 않나 보군."

천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구세주를 바라는 표정으로 아모르를 바라봤다.
아모르가 화사하게 웃었고, 그녀가 에디스의 양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리 딸이야. 이름은 '에디스'이고, 다음부턴 실수하지 말아 줘."
"예...옙!"

문을 통과한 후 우리는 어느 한 방 앞에 섰다.
문은 거의 성인 남성 100명은 거뜬히 들어갈만큼 매우 컸다.
비테가 문에 손을 대니 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리고 정면에 황금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가 보였다.
그는 즐거운 듯 웃으며 말했다.

"왔느냐."

하늘의 신, 케일룸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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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24 10:32 | 조회 : 921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할아버지 등장!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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