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 13



아련히 함성이 들려온다.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르는 눈앞의 평야에는 저 멀리 지평선까지 닿을 수십억의 군대가 도열하고 있다.

차원전쟁을 앞두고 모여있는 군대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이번 차원전쟁은 우주의 6개 차원이 세 번째로 둘로 나뉘어 직접적으로 맞붙게 되는 사건이다.

그, [incomprehensiblis - 은하] 가 자신이 앉아있던 옥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른손에 잡혀있는 흑색의 긴 창을 들어 바닥을 찍는다.

쿵-

그러자 수십억의 군대가 동시에 창을 내려 찍었다.

쿵-

싸아아아-

모두가 고요이 도열한 가운데 바람소리만 크게 들려왔다.

그의 눈에서 금빛이 새어나오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백색의 태양이 하늘을 달구고 있다.

그는 입을 열었다.

가슴 깊은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나지막하니 말한다.

"wjsrns. wlsrurgkfk.(전군. 진격하라)"










새벽의 고속도로.
휴가를 보낸 세 명의 가족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라디오에서는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승용차 운전석에 앉은 엄마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시속 100km로 운전중이었다. 조수석이 젖어있는 관계로 아빠는 뒷좌석에 잠든 아이와 함께 앉아 있었다.

"여보, 피곤하지 않아? 나랑 바꾸지?"
"괜찮아, 괜찮아. 자기야말로 아까 하루종일 애랑 물놀이하면서 힘들었을 텐데, 좀 쉬어"
"그래. 이따가 힘들면 말..."

아이가 잠이 깼는지 뒤척이다 눈을 살며시 떴다.

"아빠..?"

그때였다.
키잉-
세상이 반전했다.
콰앙-
승용차의 앞부분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앞유리가 수많은 조각으로 변해 비산했다.
엄마는 비명을 질렀고 자동차는 공중으로 치솟으며 상하가 반전되었다.
"은하야..!"
아빠는 아이를 껴안았다.

그르르륵-
틱.

주위의 소리가 사라지고 모든 빛이 네거티브로 뒤바뀐 세상에서 뒤집혀 날아가던 차는 공중에 정지했다.

앞유리의 흩날리는 유리조각은 차량의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자동차의 에어백이 튀어나오던 중이다.

운전석의 핸들을 붙잡은 엄마는 강한 충격에 정신을 잃은 듯 했다.

뒷좌석에서 아빠는 아이를 껴안은 채로 눈을 질끈 감고 있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을 껴안은 아빠의 어깨 너머로 터져나간 앞유리 너머를 보고 있었다.

아이의 눈동자에는, '그' 가 비쳐지고 있었다.

승용차보다 몇 배는 거대한.

아이의 눈과 '그'의 눈이 마주친다.

아이는 '그'의 금빛 눈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황금같기도 하고.

호박같기도 했다.

틱. 티딕.
그르르륵-

시간이 다시 서서히 흘러가기 시작한다.

오색으로 빛나는 '그'의 피가 앞유리의 유리조각과 뒤섞여 아이의 오른쪽 눈으로 파고들었다.

시간은 점점 가속했고 차는 계속해서 날아 전복됐다.

'그'는 자신에게 부딫히고 튕겨난 어떤 '물건'을 바라보았다.

몇몇 이곳의 지성체가 그 안에 있는 듯 했으나 곧 생명활동을 정지할 듯 했기에 그는 상처입은 자신의 몸의 회복에 집중하기로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







삐 --------^--

삐 --------^--

삐 --------^--

삐 --------^--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기계음에 나는 서서히 정신이 들었다.
의식은 깨어났지만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눈꺼풀이 떠지지 않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들 정도.
온 몸의 신경을 집중해 어깨에서 팔로 손목에서 손끝으로 서서히 의식을 뻗어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손끝이 미세하게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손끝에 한번 닿은 내 의식은 뜨겁게 달아오르며 다시끔 심장으로 되돌아왔다.
심장으로 돌아온 내 의식은 심장에서 강렬한 황금빛 에너지와 만나 뇌로 옮겨갔다.

순간 온몸의 통제권을 되찾으며 지금까지 느낀 적 없던 힘이 온몸을 휘돌았다.



***


-김지한

은하가 검사 중 쓰러져 연구시설 내 병원에 입원한지 15일째다.
지금 은하는 수많은 전극패드와 바늘이 팔다리에 주렁주렁 연결되어 있다.
팔에는 수많은 약품의 주사로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그동안 은하가 오른쪽 눈의 문제로 잘 알 수없는 연구시설에 다닌지 1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검사에서 은하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고 한다.
은하의 유일한 보호자로써, 형으로써, 가족으로써 가슴이 몹시 괴롭다.
혹시 내가 은하가 아픈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일까.
기관에서는 검사 중 갑작스런 쇼크로 정신을 잃었다는 말 외에는 별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애가 이 지경인데 기밀 운운하다니.

16일째.
은하 학교는 병결처리 해 놓았다.
도데체 어디가 얼마나 안좋길래, 아직도 못 일어나는거니, 은하야.

17일째.
...
벌써 고아원에 못 돌아간지 17일째다.
하영이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은...

18일째.
하영이한테는 은하가 연구소에서 검사하며 지내는 것으로 말해 놓았지만, 뭔가 이상함을 느낀 것 같다.
정신차리자 김지한.
이런 때 일수록 내가 더 똑바로 해야 해.

19일째.
은하야...
눈좀 떠 봐라...
산이, 별이 봄이는 지금 유치원 소풍 갔단다.

25일째.
더이상 고아원 일을 놓고 있을 수 없어 연구소쪽에 간병인을 부탁하고 고아원에 나와있다.
내일 은하한테 가 봐야 겠다.

26일째.
오늘은 금요일이다. 평소 은하는 금요일을 가장 좋아했다. 불금이라나..
오늘도 역시 은하는 깨어나지 못한다.
심박을 모니터링하는 기기에서 삐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려올 뿐이다.

27일째.
은하가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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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14 00:24 | 조회 : 1,08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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