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 11








여전히 NPP태블릿을 만지작거리는 천호 박사를 놔두고 안 선생님을 따라 간 곳은 콘크리트로 덮여 있는 거대한 반구형 건축물이었다.
여긴 어디지 하고 멍하니 건물을 바라보자 안 선생님이 설명해 주었다.

"여긴 뉴프라움, 그러니까 차원 에너지를 연구하는 연구소에요. 오늘 은하학생의 검사는 여기서 진행하려구요."

그렇군.
차원 에너지를 이용해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연구소 시설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부디 무섭거나 아픈 검사는 아니길 빌며 뉴프라움 연구소로 들어갔다.

연구소 입구는 신분 확인 및 등록, 검역, 간단한 보호구 착용 등 3 단계나 거처 이동하게 되어 있었다.
긴 복도를 지나 도착한 연구소의 복도는 거대한 홀로 되어 있었다.
홀의 중심부에는 수십 개의 유리관이 중앙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었는데, 각각의 유리관은 그 크기가 승용차 정도였다.
유리관의 내부에는 내가 오른쪽 눈으로만 보던 빛무리들이 액체의 상태로 담겨 있었다.

수많은 연구원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는 안 선생님을 따라 가자 다른 연구실에 도착하게 되었다.

[뉴프라움 에너지 검사실]

뉴프라움 에너지 검사실 이라고 쓰여 있는 팻말 밑에는 '피실험자 유은하 검사실' 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안 선생님이 직원증을 인식기에 접촉하자 연구실의 문이 위 아래로 갈라지며 열렸다.

안쪽에는 몇 가지의 기존 의료기기들과 처음 보는 형태의 기기들이 놓여 있었으며 4 명의 연구원이 이를 조작하고 있었다.

"자자! 우리 주인공 오셨다. 그만들 하고 일어나."

안 선생님이 말하자 각자 기기와 모니터랑 씨름하고 있던 연구원들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들었다.

"..."

"어... 안 박사님이다."

"지.. 진짜 안 박사님인가요?"

"끝나는거야? 끝나는거냐고. 이 지옥같은 일이 끝나는거야?"

...
대체 어떻게 굴리면 사람들이 저렇게 될까.
고개를 든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눈 밑에 짙게 다크써클이 자라하고 있었으며 얼굴은 시체마냥 하얬다.
지금 보니 옷에도 라면 국물 같은 게 튄 것이 보인다.

"저... 안녕하세요?"

내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자, 제일 왼쪽에 앉아있던 남자가 울먹이며 입을 틀어 막았다.
그 옆에 있던 다른 여자는 조용히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 역시 사형 선고를 받은 사형수 같았다.
연구실의 가운데 앉아서 꽤 중요해 보이는 기기를 만지고 있던 남자는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주먹을 꽉 쥔 손에서 그 역시 마음속에서 격한 감정이 끓어오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른쪽에 앉아서 컴퓨터를 하고 있던 여자는 "이씨ㅂ....." 하면서 중얼거리는데 그 뒷말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욕인것은 확실했다.

왜 인사 한번 한걸로 이렇게 된거지.

그렇게 10 분 정도가 지나고 이러단 끝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안 선생님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헸다.

그렇게 잠시 소동이 있은 뒤 시간이 많이 지난 관계로 빨리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사람 한 명 누울 수 있을 정도 크기의 캡슐에 들어가자 푸른 빛의 레이저가 내 전신을 스캔했다.
그렇게 몇 번의 스캔을 거친 후 밖으로 나온 나는 체혈, 체모를 해 분석기에 집어넣었다.
이후 다시 캡슐에 들어가 30 분 정도 누워있었다.

캡슐에 누워 있는 동안 투명한 커버 너머로 보이는 연구원들은 다들 나사가 하나씩 빠진 듯 했지만 실력은 확실한 듯 했다.
손가락이 번개같이 움직이며 수많은 정보를 타이핑하는 여자 1(토닥이던 분)과 아까 보았던 소심한 인상과는 다르게 날카로운 눈으로 계속하여 정보가 더해지는 그래프를 분석하는 남자1.
그리고 아까 앉아있던 기계를 조작해 내가 누워있는 캡슐을 조작하는 남자 2와 책상에 펼쳐진 두루마리 디스플레이 위로 떠오른 홀로그램으로 정보를 규합하는 여자 2까지.
이들은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마냥 날카롭게 자신이 맡은 일을 처리했고 이는 거의 전투적으로 보이기 까지 했다.

그리고 안 선생님은....

"-크어어어어어..."

연구실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폭이 좁은 침대형 소파에 누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저래도 되는건가.

이후로 10분이 더 지나자 캡슐 커버가 열리며 검사가 끝이 났다.

"이쪽으로."

남자 2가 나를 여자 2가 있던 두루마리 디스플레이 쪽으로 데려갔다.

"이게 이번에 검사한 유은하씨의 신체입니다."

소심해 보였던 남자 1이 말했다.
그보다 이 사람, 일을 시작하면 지적으로 캐릭터가 바뀌는 건가.

"그리고 이 분홍빛으로 빛나는 선이 은하 학생의 내부에서의 차원에너지의 흐름입니다."

남자 1이 말하면서 손으로 디스플레이의 몇 가지 버튼을 만지자 그 위에 떠 있던 내 신체의 3D홀로그램에 분홍빛 선이 생겨났다.
내 전신에 촘촘히 퍼져있는 분홍빛 선은 마치 혈관같았다.

"그리고...여기를 보시면..."

스슥
손으로 내 신체 홀로그램을 조작하던 남자 1은 내 머리 부분을 확대하였다.

"유은하씨의 두뇌 시냅스와 차원 에너지가 거의 동일하게 동화된 것을 볼 수 있어요. 현재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뒤쪽 정수리에 있는 후두정엽과의 결합률이 99.2%로 가장 높습니다. 이 부위는 여러 물체를 동시에 인식하고 이 가운데 어떤 물체에 집중하고 있는지 그 정보를 처리하는데요, 아마 그 과정에 차원에너지가 결합되면서 타 차원을 보게 된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내 두뇌쪽에는 다른 곳에 비해 분홍빛 선이 많이 밀집되어 있었다.
그리고 남자 1 이 말한 후두정엽이라는 부위에는 그 밀도가 높아 거의 붉게 보일 정도였다.
지금까지 과묵히 있던 여자 1 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저번에는 이전에 수집했던 자료만을 분석해 추측만 했던 내용을 이번 검사를 통해 거의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유은하 씨."

'예?"

"은하 씨의 타 차원을 보는 눈, 저희는 [디멘션 아이 Dimension Eye] 라고 부르는데요, 아무튼 이 능력을 은하 씨의 의지로 온 오프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초점을 맞추듯이."

아 그거라면.

"그건 이미 하고 있는데요?"

"네?"

"이전에 저를 정문까지 데려다 주신 분이 힌트를 주셔서 따로 시험해 봤죠."

"아... 그러고 보니.. 안대를 안 쓰고 게시는군요."

"네. 아 참. 그리고 전 제 능력을 [귀안] 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어요. 이렇게 명칭을 속으로 확실히 하니까 제어가 가능해지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초점을 맞추는 감각과 비슷하네요."

여자 2가 말을 받았다.

"으음... 하지만 다행이네. 확실함 없이 시도해본 것 치곤 다행이 안정된 것 같아. 가설도 입증됐고. 하지만... 위험할 수 있을 텐데 이거 누가 말해줬냐?"

"박천호 연구원님이요."

그러자 내 대답을 들은 여자 2의 얼굴이 구겨졌다.
지금 보니 나머지 세 사람도 얼굴이 구겨지네.
왜지?

"박천호.... 그 양반..."

까드드드득!

이빨이 다 갈려나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세게 이를 가는 여자 2 였다.

"왜 그러세요?"

"아니야."

얼굴이 아니지 않은데요.

-흐아아아아암

뭔가 상황이 딱딱하게 돌아가기 시작할때 갑자기 맥이 탁 풀리는 하품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으으움! 타하.... 박천호... 그사람 여기 연구소 소장이야. 그리고 그 권한으로 여기저기 수많은 프로젝트를 찔러보고 다니면서 방해 아닌 방해를 하지. 그데 또 그러면서 툭툭 던지는 말들이 워낙 결정적이라 뭐라 하지도 못해요. 그리고 필요할 땐 증발해 버리지."

기지개를 쭉 피며 말을 잇는 안 선생님이었다.

잠시만.
소장?

그사람이?


...






진짜?


3
이번 화 신고 2019-05-14 00:25 | 조회 : 1,139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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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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