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 박사님이 안 선생님이 들고 온 NPP 태블릿과 연구실에 있던 분석 컴퓨터를 연동하는 사이, 안 선생님이 말을 걸었다.
"자 그럼 늦었으니 빨리빨리 시작해볼까요? 은하학생, 체혈하러 갈까요?"
"체혈은 천호 박사님이 이미 해 주셨어요."
"오! 그럼 이쪽으로 와 보세요."
안 선생님이 의자에서 일어나 연구실 중앙 컴퓨터로 걸어갔다.
중앙 컴퓨터에는 거대한 터치스크린이 연걸되어 있었는데 수많은 자료가 화면에 흩어져있었다.
"어디보자....이건 아니고...이건... 아 분석 돌려야 하네... 음..."
안 선생님은 화면에 떠 있는 수많은 자료들을 쓱쓱 치우며 중얼거렸다.
보기에는 뭔가를 찾는 거 같은데...
한참 화면을 휘젓던 안 선생님은 아 하는 탄성과 함께 파일 하나를 확대했다.
"... 이게 뭐죠?"
뭔가 이해할 수 없는 과학 용어들이 화면에 가득했다.
"이게 뭐냐면...아! 저번에 박 박사ㅡ"
"천호 박사!"
저쪽에서 한참 커퓨터를 만지작 거리던 천호박사님이 소리쳤다.
"ㅡ천호 박사님이 살짝 얘기해 주셨다고 들었어요."
"뭘요?"
"은하학생의 신체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서 시도한 검사인데... 간단히 말해서 차원붕괴자원을 연구할 때 사용한 방법으로 은하학생의 신체를 연구한거죠."
"아 그거요."
"네. 이 파일은 그 결과에 대해서 적어논 거라 생소한 용어가 많을거에요. 그래서! 제가! 은하학생이 보기 쉽게! 간단히 정리해서! 이렇게 적어놨죠!"
안 선생님은 마치 연극을 하듯 과장된 팔동작으로 손을 뻗어 구석에 있는 문서를 하나 터치했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이상한 데서 오버스러움이 드러나는 분이다.
잠깐의 로딩 후 켜진 문서의 내용은 이랬다.
엥. 다른 건 다 알겠는데, 강도 7?
그 정도면 나 죽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거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응? 뭐가요?"
"이 부분이요."
나는 4번 항목을 가리켰다.
내가 지난 1년동안 연구소에 다니며 익힌 상식 중에는 차원붕괴와 소붕괴의 규모에 대한 지식도 포함되어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소붕괴의 가장 높은 강도인6을 넘어서 강도 7, 8의 차원붕괴로 넘어가는 순간, 그 파괴력과 위험도는 상상 그 이상이라 한다. 또한 강도 7, 8 의 차이는 단순히 범위차이로 상대적으로 범위가 좁은 7단계가 오히려 더 농밀한 에너지로 더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차원붕괴가 일어난 지점은 수많은 생명이 증발하거나 변이하고 무생물들이 다양한 차원붕괴자원으로 변모한다. 거대한 지형변화는 반드시 일어난다.
근데 내가 그 정도의 차원에너지를 품고 있다니?
말이 안된다.
"아 그 부분... 응... 그래서 오늘은 이쪽 검사를 주로 하게 될 거 같네요. 하지만 몇 번을 검사해도 같은 결과라... 뭐 자료가 많을수록 더 섬세한 연구가 가능하니까요. 자, 그럼. 이제 우리 은하 학생의 신체에 대해 좀더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 볼까요?"
손가락을 문어다리처럼 꾸물거리면서 다가오는 안 선생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