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 4


"응!"

달리는 차 안에서 형이 오늘은 뭘 했냐고 물었다.

"아 뭐, 그냥 눈에 관해서 검사했어."
"아직도 뭐가 잘 안돼?"
"아니. 이번엔 뭔가 될 듯해. 다음번에 갈 때면 고칠수도?"

이번일은 국가 기밀이기에 형에게조차 말할 수 없다.

"그래? 잘됐네."
"더 묻지 않는구나..."
"너가 그렇다면 그런거지."
"고마워..형."

역시 형은 날 항상 이해해준다.
언젠가 말해 줄 수 있기를..

"짜식이, 오글거리게 왜 그러냐. 다 왔다."

조수석 창밖으로 우리고아원이 보였다.
그렇게 크지 않은 인영이 고아원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았었다.
그 인영은 차 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들었다. 차에서 내린 나와 눈이 마주치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기세로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우왓 깜짝이야!"
"은~하~야~!!"

흡사 오랬동안 헤어졌던 가족을 만나듯, 눈물을 흩뿌리며 내게 돌진한 그녀를 본 순간, 나를 둘러싼 세상이 느려졌다. 또한 마치 나에게서 몇 발짝 떨어져 스스로를 관조하는 듯 한 기모한 느낌에 휩싸였다.

'현재 내게 달려오는 속도는 약 19km/h.
내가 바라보는 방향을 12시라 볼 때 그녀의 진행방향은 5시 방향.
이대로 있을 경우 부딫힐 확률....89%.
감속 가능성...0%
왼쪽으로 회피. 그녀의 현재 속도에서 방향 전환 가능성 계산....20%.
회피 확률....11%.
안전을 위해 7시 방향으로 회피방향 수정. 회피 확률 87%로 상승.
피한다!'

이 모든 사고를 0.5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해낸 뒤, 내 몸은 그대로 움직였다.

휙!

피했다!

다다다다다! - 쾅!

내가 회피하자 그녀는 자동차 문에 세게 충돌했다.

"이게 무슨....! 아! 하영이......"

지한이 형이 깜짝 놀라 운전석에서 내려 달려왔다.

"하영아.. 괜찮니?"
"아야야...원장님... 안녕하세요.."
"야...서하영... 괜찮냐?"

하영이의 눈이 빠르게 주위를 훑다가 나를 발견했다.
번뜩!
오싹!

"왜...왜?"
"너..! 왜이렇게 늦었어!"
"아니 이것저것 하다 보니 늦을 수도 있지..."
"우우우우!"

하영이의 볼이 곧 터질듯이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하하하하..하영아 일단 들어갈까?"

지한이 형이 상황을 수습하고 우리는 고아원 안으로 들어갔다..
고아원 안은 거실을 제외하고 모두 불이 꺼져있었다.
그 사이에 하영이는 내 손을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이래저래 달래고 지한이형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하영이를 떼어낸 후 난 내 방으로 갔다.

"잘 자고. 내일은 학교가는 날이니까 일찍 일어나야 한다! 딴짓하지 말고 어서 자!"
"네~네~."

저만치서 하영이를 달래어 방에 밀어넣는 형의 목소리와 하영이의 대답소리가 들려왔다.

후...내일이 벌써 월요일인건가..?
갑자기 몸이 피곤해진다. 안대를 벗고 옷을 갈아입고 불을 끈 뒤 침대에 누워 내 NPP를 켰다.
NPP[NewPraum Player]는차원붕괴자원의 대외적인 이름인 뉴프라움[NewPraum]에서 딴 휴대용 스마트 기기다.
2019년 첫 차원붕괴 이후 6년 간 차원붕괴자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2025년 2차 차원붕괴가 일어난 해에 차원붕괴자원은 뉴프라움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뉴프라움의 무한한 가능성은 순식간에 수많은 기업과 과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이는 새로운 개발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뉴프라움을 사용한 많은 제품들이 만들어졌으며, 현대 과학은 200년 정도가 앞당겨졌다. 한 예로 2018년에 3비트 정도밖에 개발되지 않았던 양자컴퓨터는 뉴 프라움을 사용하기 시작한 후 수많은 개량을 거치며 현재는 한손에 들어올 크기까지 가능해졌다. 이것이 바로 휴대용 스마트기기 NPP이다.
NPP로 오전 7시 알람을 설정한 후 방 안의 조도를 5%로 낮추었다. 이제 잘까...

똑 똑.

달칵. 불이 켜졌다.

"은하야, 자니?"

형이다.

"아니. 아직..."
"아 그래... 잘 자라. 이말을 하려고 왔지. 아, 그리고 은하야... 이정도면 하영이 마음을.....아니다. 잘 자라."

하영이? 뭔 소리지?
내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형은 말하다가 말고는 잘 자라며 불을 껐다.

"형도 잘자."

형은 손을 흔들며 방에서 나갔다.

"하영아....저건 가망이 없다...힘내라.."

형이 무언가 포기한듯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난 내 고민이 떠올라 잘 듣지 못했다.

아까....분명히 하영이가 달려올 때 평소같으면 하지 못할 속도로 생각을 했었다. 몸이 두개가 된 듯 했으며, 상황에 대해 정확히 수치로 계산을 해서 대입한다? 병렬사고..? NP양자컴퓨터 급이잖아... 이것도 내 눈에 관련이 있는건가..?
그러고 보니 아까 연구원이 한 말이 생각나 안대를 벗었다. 천천히 눈을 뜨자 내 눈앞의 세계에 또 다른 세계가 겹쳐졌다.

......오른쪽 눈으로 보이는 세계는 사실 아름답다면 아름다웠다. 대부분이 부정형의 빛의 덩어리들로 다양한 색을 내뿜으며 또 다른 세계를 가득히 채우고 있었다. 일상생활이 좀 힘들어서 그렇지..

쓰읍.....후....

호흠을 들이쉬고 내쉰 뒤, 난 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먼저, 차원 너머를 보는 내 능력을 명명하기로 했다. 음... 뭐가 좋을까.....
.........
.....
..
.
아악!! 모르겠다!
뭐로하지?
눈..눈? 이세계를 보는 눈? 비욘드 아이? 차원의 눈? 눈? 눈누난나? 눈....? 아 폭설내리던데, 내일 아침에 괜찮을까...
아니 이게 아니지.
눈.....아 그래. 내가 사고났을 때 처음 본 A급 디멘셔너라고 했지. 그 때문에 내 눈이 이렇게 된 것일 수 있고.. '귀' 라고도 불린다니까...그래. 그럼......그 귀를 보는 거니까..


'귀안' 으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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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9-10 16:49 | 조회 : 1,29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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