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외전 1. 리아가 태어나기 전

[ 선택하는 날 이후로 약 3년 후. ]

창을 통해 아침 햇살이 들어왔다. 햇살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자 누군가 자신의 손으로 햇살을 막아준다. 난 막아준 사람이 누군지 알기에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일어났어?"

노아의 목소리에 나는 익숙하게 그의 품으로 들어가 안았다.

"왜 어리광일까?"
"으응..그냥.. 나.. 조금만 더 잘래요.."
"그래. 일어나고 싶을때 일어나."

노아는 내 등을 토닥이며 날 다시 재운다. 난 그의 손길에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내가 다시 눈을 뜬 건 옆에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였다. 난 일어나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방 안쪽에 있는 욕실에 들어가 샤워하고 나왔다.

"일어나셨어요?"
"응. 셀라, 지금 몇 시야."
"점심시간 막 지났어요. 폐하께선 집무실에 계세요."

셀라가 준비해둔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집무실로 향했다. 노크 두 번을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노아는 이안과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듯, 내가 들어오는 소리를 못 들었다. 나의 부름에 그제야 문 쪽으로 바라보는 이안과 노아였다.

"이제 일어나셨습니까. 준 황비님."
"이안, 언제 국경에서 돌아왔어요?"
"아침에 왔습니다.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이안이 집무실을 나서자 노아는 의자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와 입술에 짧은 키스를 남긴 후 걱정스럽게 날 바라본다.

"요즘 계속 자는 거 같아. 어디 아픈 건 아니지?"

노아 말대로 요즘 들어 자도 자도 계속 피곤했다. 아침 시간이 훌쩍 지난 2~3시에 눈을 뜨고 간단한 점심을 먹고 나니 다시 졸려 눈을 감고 뜨면 저녁 시간이다. 노아와 저녁을 먹고 난 다시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한다. 다시 눈을 뜨면 다음 날, 2~3시다.

"그냥 계속 피곤해요. 사실 지금도 졸려요."
"여기서 자. 저녁 시간에 깨워줄게."

집무실 한쪽에 놓인 소파에 누워 의자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 노아를 바라봤다.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웃으며 서류가 아닌 나에게 시선을 옮겼다.

"왜?"
"그냥.. 피곤한데 잠이 안 오고 추워요."

내 말에 노아는 서류를 잠시 접어두고 내 옆에 누웠다. 다행히 소파는 성인 남자 2명이 누워도 충분히 넓은 소파였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내 옆에 누운 노아의 품 안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다.

"다음부턴 담요를 둬야겠어."
"난 담요보단 노아가 좋은데."
"푸흐.. 나도 담요보단 널 안는게 더 좋아."

창 밖으로 조금씩 들려오는 성 안 사람들의 목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다시 잠을 청했다.

"잘자."

준이는 눈을 감자마자 잠들었다. 노아는 준이가 깊게 잠들었는지 확인하고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집무실을 나와 윌에게 주치의를 데려오라고 시켰다.

"폐하, 부르셨습니까?"
"준이가 요즘 들어 계속 잠만 자더군. 한번 봐줬음 하는데."
"폐하께 죄송하지만, 황비님께서 마력이 없어 진찰하기 어렵습니다."
"...이럴땐 마력이 원망스럽군."

그렇다고 계속 잠만 자 점점 말라가는 준이를 볼 수 없는 노아는 요리사에게 찾아가 준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전부 준비하라는 명을 내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 준이가 깼을까, 걱정되 급하게 집무실로 돌아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준이는 아직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노아는 서류로 가득한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던 중 소파에서 뒤척거리는 준이를 보고는 자신이 검토 중이었던 서류를 내려놓고 준이 옆에 누워 그를 안는다.

"으응.. 노아.."
"옆에 있어."

잠시 눈을 깬 준이는 옆에 내가 있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잠들었다. 잠든 준이의 머리를 넘겨줬다. 시간이 좀 흐르자 윌이 노크를 하며 들어와 저녁식사가 차려졌다는 말과 함께 집무실을 나갔다.

"준아."
"...응..."
"밥 먹자. 일어나, 점심도 많이 안 먹었잖아."
"으..흐..조금만..더.."
"씁. 이따가 더 자자. 응?"

억지로 깨워 마음이 아프지만 저녁은 꼭 먹어야하기 때문에 준이를 데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준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가득 찬 상을 보더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요리사분들께 감사하다고 인사 드려야겠다.."
"그래. 자 어서 앉으시죠?"
"네."

나는 준이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를 잘라 그의 입에 넣어줬다. 처음엔 맛있다는 표정을 짓더니 씹을 수록 준이의 얼굴을 찡그린다.

"준아, 왜 그래. 맛없어?"
"으응. 맛있.."
"뺃어도 되. 뺃어."

결국 준이는 뺃고선 변명이라도 하는 듯, 나에게 횡설수설을 한다

"맛있는데.. 근데.. 속이 막 울렁거려서 못 먹겠어요.."
"못 먹겠으면 안 먹어도 되."

고기 뿐만이 아니었다. 준이는 모든 음식에 손을 대지 못했다. 분명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준아, 디저트라도 먹을까?"
"...네.."

요리사는 준이거 달달한 음식을 싫어하는걸 잘 알고 있기에 녹차를 뿌린 티라미슈를 준이 앞에 두고 나간다. 평소, 아니 예전의 준이였다면 벌써 포크를 들고 먹어야 했지만 지금은 앞에 놓인 녹차 티라미슈를 빤히 보기만 했다.

"..노아, 나 이것도 못 먹겠는데.."
"그래? 그럼 그냥 방에 들어가서 잘까?"
"응. 차라리 잘래요."

결국 준이는 음식엔 손도 대지 않고 방으로 돌아와 바로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 난 바로 잠든 준이를 보고 방을 나와 윌에게 서신 하나를 건넸다.

"이게 무엇입니까."
"신시아 황제에게 줄 서신이다. 지금 당장 주고 와라."
"...알았습니다."

윌은 노아로부터 받은 서신을 옷 안쪽에 았는 주머니에 넣고 마구간으로 향했다. 노아는 말을 타고 출발하는 윌의 모습을 확인하고 낮에 미처 처리 못한 서류를 처리하기 위해 집무실로 향한다.

준이가 눈을 뜬 건 다음날 오후였다. 눈을 뜨자 걱정스럽게 날 바라보고 있는 노아가 가장 먼저 보였다. 그 뒤로 보이는 건 라이(첼)가 있었다.

"라이..?"
"오랜만이야."
"여긴.. 어떻게..."
"황제로부터 온 서신."

라이는 서신 하나를 준이에게 건넨다. 준이는 봉투를 열어 서신을 읽어 내려가다 노아를 바라봤다. 여전히 노아는 날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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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아 황제, 아베크 에반 라이첼

갑작스럽게 서신을 보내 놀랄거라 생각됩니다.
사과는 나중에 만났을때 하겠습니다.
연락을 드린 이유는 준이 때문입니다.
요즘 들어 잠만 자더니 이젠 밥도 먹지 않습니다.
자신의 말로는 맛 없어 안 먹었다는데 '안'이 아닌 '못'이라 생각됩니다.
사벨라 주치의를 불러 준이를 진찰하려 했으나 마력이 없어 힘들거라고 하더군요.
결국 마력이 없는 사람들을 진찰한다는 신시아의 주치의가 준이를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 서신을 보냅니다.

사벨라 황제, 라이트 워커 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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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을 다 읽고 라이에게 다시 건네주니 신시아 주치의가 다가와 내 손목에 손가락을 올리고 눈을 감았다. 다른 진찰때보다 묘하게 긴장이 되어 몸이 굳었다. 시간이 흐르자 주치의는 확신을 찬듯 내 손목을 놓고 진지하게 노아를 불렀다.

"...어디 안 좋은가."

노아는 긴장을 한 듯 손에 식은땀으로 젖었다.

"축하드립니다. 황비님께서 아이를 가졌습니다. 아마 황비님께선 마력이 없어 다른 마력이 있는 임산부와 다르게 피곤하고 입덧도 하실겁니다."
"입덧이라니?"
"쉽게 말해 음식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겁니다. 폐하, 임신 초기에 마력 없는 임산부에게 일어하는 흔한 일입니다.
"그럼 뭘 먹여야한다는 말이냐."
"거부감이 안 드는 음식이 있을겁니다."

신시아의 주치의, 사람들 그리고 라이까지 모두 돌아가자 성 안은 축제로 변했다. 곧 이 이야기는 성 밖까지 나가 성 밖도 소란해졌다. 나는 그만큼 나와 노아의 아이가 사랑 받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 우리 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는게 너무 기뻤다.

하지만 노아는 내가 아이를 가졌다고 한 뒤로부터 나와 밥을 먹지도 않고 심지어 다가오지도 않았다.

"노아, 왜 안 와요. 나 아이 가졌다고 딴 사람 만나는.."
"그럴리가 없잖아! 그냥.. 마력이 있는 내가 옆에 있으면 아이에게 무리가 갈까봐. 조심..하는거 뿐이야.."
"...풉.. 그럴리가 없잖아요."

노아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바보스럽고 사랑스럽다.

"노아, 그러지말고 이리 와서 배 만져봐요. 뭔가 움직여요."
"내가 만질 자격 있을까?"
"당연하죠. 애아빠니까 자격 있어요."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히 다가와 내 배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린다. 그러자 뱃속에 있는 아이가 지금 자신의 아빠가 만진다는걸 알고 있는 듯, 작게 움직인다. 움직임을 느낀 노아는 웃으며 날 바라봤다.

"준아, 움직였어. 우리 아이가.. 움직였어."
"나도 느꼈어요. 노아는 딸이 좋아요 아님 아들이 좋아요?"
"글쎄, 하지만 무조건 너 닮았으면 좋겠다."
"나는 노아 닮았으면 좋겠는데?"
"그래. 그럼 둘 다 닮은 아이였으면 좋겠다. 그렇지?"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계속 컸다. 몇개월 후, 어느 밤에 일어난 일이다.

"노, 노아.."
"으..음.."
"흐..노아.."

옆에서 잘 자고 있는 노아를 깨웠지만 일어나지 않는 노아 때문에 어두운 방이 무섭게 느껴졌다. 그의 팔을 흔들자 노아는 식은 땀을 흐르는 날 발견하곤 밖에 있던 사람을 불렀다. 아이가 나오려고 하는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성 안 사람들도 전부 일어나 바쁘게 움직였다. 주치의는 노아를 밖으로 쫒아내고 방 안에는 나와 셀라 그리고 주치의 두, 세명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셀라는 불안해하는 내 손을 옆에서 잡아주며 내 곁을 지켜준다.

"죄송해요..끅..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손 밖에 잡아드리.."
"아냐.. 충분해.."

한편 밖으로 쫒겨난 노아는 잠옷 차림으로 방 앞을 서성이며 준이를 기다릴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에선 준이의 고통스러운 소리만 들려왔다. 결국 노아는 자신 옆에 서있던 '주치의'의 멱살을 잡았다.

"아이를 낳을때 안 아프다고 하지 않았나?!"
"그, 그것이.. 아마 황비님끼서 보호마력이 없.."
"제기랄!"

그놈의 마력. 내 마력을 전부 주고 싶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던 중 무심코 창 밖을 보자 달이 아닌 해가 떠있는 상태였다. 기다림 끝에 준이 목소리가 아닌 어린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리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준아!!"
"...노아.."
"응. 나 여기있어. 준아.. 준아.."
"왜.. 애 낳은 나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얼굴이예요.."
"으.."

노아는 힘 없이 누워 있는 준이의 손을 잡고 울거 같은 표정을 지으며 준이의젖은 머리를 치워준다.

"아이.. 봤어요..? 나.. 아직 못 봤는데.."

아이를 받은 셀라가 다가와 준이에게 보여준다.

"정말 예쁜 공주님이십니다."

준이는 일어나 침대에 기댄 후 아이를 조심히 안아 아이를 빤히 쳐다보다가 날 다시 바라본다.

"리아...라고 지었으면 좋겠어요.."
"리아...라.. 예쁜 이름이네."
"응.. 진짜..예쁘다.. 우리 아가."

그 후에 이야기지만, 아파하는 준이를 본 노아는 그 뒤로 둘째를 가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준이가 노아를 유혹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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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05 19:41 | 조회 : 1,827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외전이 남아있는지 몰랐죠?!! 서프라이즈~ 하고 싶어서 조용히 있었댜.. 외전이라 조금 길게 적었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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