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선택하는 날 (完)

- 61. 선택하는 날 (完)

드디어 날이 밝아왔다. 이른 아침부터 성 밖은 선택하는 날을 축하하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난 평소보다 밝고 화려한 장신구를 한 채 민중들 앞으로 걸어간다. 천천히 걸어가 민중들과 날 막고 있던 문이 열리고 민중들은 날 발견하곤 나를 반겨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민중들의 축하를 받으며 앞으로 걸어가자 진지한 표정으로 황자들은 서 있었다. 그들은 평소 자주 쓰던 장신구들을 하지 않은 채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중에 셀라를 통해 들은 이야기로 선택하는 날은 '선택하는 자'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선택하는 자'보다 화려하면 안 되며, '선택하는 자'가 입고 있는 옷의 색 계열을 입어도 안 된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며칠 전부터 민중들과 귀족들에게 미리 선택하는 자가 입을 옷의 색을 알린다고 한다.

"선택하는 자, 이쪽으로."

성스럽게 생긴 할아버지는 날 황자들 앞으로 불렀다. 그러자 황자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할 때 날 부른 할아버지가 검을 들고 내 옆에 섰다.

"선택받는 자에게 이 검을 건네주시면 됩니다."
"......"

나에게 건넨 검을 받자 어젯밤 황자들이 나에게 했던 말들이 생각나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검을 든 채 가만히 서 있자, 그런 내가 걱정되는지 멀리서 셀라가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하아."

난 한번 황자들을 보고 그의 앞에 다가가 그에게 검을 건네주자 검으로부터 밝은 빛이 나왔다. 검을 받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어깨를 감싸고 민중들 앞으로 걸어가 많은 사람 앞에 섰다.

"[ ] 황제 폐하 만세!!!"



.
.
.



선택하는 자가 아닌 그의 황비가 된 지 9년이 지났다. 그와 나 사이에 한 명의 귀여운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그의 금빛 눈동자와 내 갈색 머리색을 가지고 태어난 사랑스러운 아이, '라이트 워커 리아'.

"리아."
"엄마!!"

리아는 내 부름에 아장아장 뛰어온다. 나에게 뛰어오는 리아를 익숙하게 안아 들었다.

"윌, 리아가 힘들게 하지 않았죠?"
"리아 공주님이 오히려 놀아주셨습니다."

윌은 자신이 이끌었던 기사단 대장을 그만하고 나와 리아의 수호 기사로 우릴 지켜준다.

"엄마, 엄마, 아빠는요??"
"아빠는 회의 중이야. 끝나는 대로 모임에 오실 거야."

한 달에 한 번, 성 정원에서 윌, 유진, 이안, 노아 모두가 모여 모임을 갖는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말하며 시간을 보낸다.

저 멀리 금발의 여자와 분홍 머리를 한 남자, 그리고 그들 가운데 분홍머리를 한 남자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일, 잘 지냈어?"
"네. 고모도 잘 지내셨나요?"
"오셨습니까. 황비님."
"우리끼리 있을땐 예전처럼 대해주시죠. 유진?"

유진은 선택하는 날로부터 몇개월 후, 자신의 약혼녀이었던 로웰과 결혼해 유진의 분홍머리와 로웰의 주항색 눈동장을 닮은 남자아이 라이트 워커 카일을 가졌다. 리아보다 2살 많아 리아는 카일을 자신의 친 오빠처럼 따른다. 그런 리아가 귀여운지 카일 또한 친동생처럼 대해준다.

"유진삼촌!"

내 손을 잡고 있던 리아는 내 손을 놓고 유진에게 안긴다. 유진은 가볍게 리아를 안고 귀여워한다.

"뭐야, 다들 와있었잖아."

뒤에서 들여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이안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안은 유진 품에 있는 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리아는 손을 뻗어 그의 뺨에 댄다.

"이안 삼촌!"
"잘 지냈냐."
"응! 삼촌 어디 안 다쳤지?"
"삼촌이 다친거 봤어?"
"아니!!"

이안은 선택하는 날 이후 윌이 이끌었던 기사단의 대장으로 주로 국경에서 지내며 모임과 장기적으로 있는 귀족 회의가 있을 때만 성으로 돌아와 가장 보기 힘들다.

"아빠다!!"

리아는 유진의 품에서 내려 노아에게 달려가 안겼다. 그런 그는 리아를 안아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노아는 리아를 안고 나에게 다가와 내 입술에 짧은 키스를 남긴다.

노아까지 모두가 모여 자리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던 중 리아가 내 바지를 잡아당긴다.

"엄마엄마! 카일 오라버니랑 저기서 놀아두 되요??"
"그래. 대신 엄마가 볼 수 있는 곳까지만이야."
"네!!"

리아가 카일의 손을 잡고 꽃이 가득한 곳으로 걸어가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야기는 노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그만 돌아가자는 로웰이 부름에 카일이 장미꽃을 든 리아를 데리고 돌아왔다. 리아는 나에게 와 장미꽃을 주고 자신의 삼촌들에게 인사하러 간다. 난 리아가 준 장미를 보다 문득 루나와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만약, 그때 돌아간다고 선택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준아, 무슨 생각해."
"음.. 딱히 무슨 생각 안했어요."
"그래? 고민 있던가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모든지 해."
"그러면.. 노아 말하고 싶은게 있는데 ."
"응. 말해."
"사랑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나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준아, 사랑해."

갑작스러운 내 고백에도 노아는 능청스럽게 받아낸다.

"나두!! 나두 엄마랑 아빠 사랑하는데?!"

언제 돌아왔는지 어느새 우리 곁에 와서 사랑한다고 가장 예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당연히 리아가 아빨 사랑하는거 알지. 아빠도 사랑하고."
"엄마는요?"
"엄만.. 당연히 리아랑 아빠 둘 다 너무 사랑하지."
"나두 엄마랑 아빠 너무 사랑해요!"

나와 노아는 작게 웃으며 리아의 양쪽 뺨에 짧은 키스를 남긴 후, 성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 루나가 다시 돌아갈 기회를 줘도 난 똑같은 선택을 할거야.

예전에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이곳에 있으니까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곳에 있기 때문에, 지금 너무 행복해서 예전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며 거절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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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03 17:16 | 조회 : 1,977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본편은 61화가 마지막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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