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마지막밤

- 60. 마지막 밤

윌은 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곤 나갔다. 대체 왜 나에게 감사 인사를 한 걸까. 검을 받아드려서? 하지만.. 윌은 뒤에서 짝사랑을 해야 한다는 뜻이잖아.. 정말 괜찮을까.

윌이 가지고 온 과자 하나를 먹던 중 또 한 번 노크 소리가 들려오면서 들어온 사람은 유진이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유진을 봤다. 유진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윌 갔다가 왔지?"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배다른 형제지만.. 형제이긴 하잖아? 그냥 척! 하고 안거지. 준아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찾아온 건데."

유진은 문에 기대서 조용히 말을 꺼냈다.

"아직 누굴 선택할지 감이 안 오지?"
"사실.. 네. 잘 모르겠어요."
"그럼 편하게 해줄까?"

편하게 해준다고? 유진이 그런 말을 하니까 불안하다. 불안해서 거절했다.

"왜. 편하게 선택하면 너도 좋잖아."
"아뇨. 그냥 불편하게 선.."
"준아, 날 제외하고 선택해."
"...대체 둘 다 왜 그래요. 왜 자신들을.."
"둘 다 느낀게 있기 때문에 제외 해달라는게 아닐까."

느낀게 있다고? 뭘 느꼈는데. 그게 뭔데 왜..

"내가 느낀 건.. 난 황제가 될 자격이 없다는 거야. 황제의 자격도 없는 내가 널 행복하게 해줄지도 의문이고."
"유진은 황제가 될 자격 충분해요"
"준이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자격 충분한 거 같잖아."
"충분해요! 노아가 그랬어요. 누가 되었든 모두 황제를 잘.."

유진은 내 말을 끊었다. 평소에 내 말이라면 다 들어준 유진이었기 때문에 당황했다.

"내가 황제가 되면 사벨라에 혼란만 줄 거야. 그래서 널 포기하려고 해. 준아, 내가 널 포기하다고해서 떠난다는 소리가 아니야. 난 여전히 너 옆에 있을 거야."

더 혼란스러워졌다. 유진은 문에 기댔던 등을 떼고 문고리를 잡아 문을 열었다. 나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던 유진은 갑자기 멈춰선 날 불렀다.

"좋아했어."
"아.."

유진의 고백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저 힘없이 웃고 있는 유진만 바라볼 뿐이었다. 유진과 눈을 마주칠 때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유진을 붙잡아 입을 열었다.

"유진!! 나는 유진의 고백에 대해 말해줄 순 없지만..! 죽을 때까지 유진이 날 좋아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거예요!"

내 말에 유진은 아무런 말 없이 웃으며 나갔다. 닫힌 문을 멍하니 보던 중 이안이 들어왔다.

"..어디 아프냐?"
"아뇨. 생각..할게 있어서.. 근데 왜 왔어요..?"
"선택하는 날때문에 너 괜찮나보러 온거야."
"선택하는 날이 전쟁 날도 아니고.. 괜찮은지 왜 확인해요~"

윌과 유진의 일로 먹먹해졌던 마음이 이안 때문에 괜찮아졌다.

"그래서 진짜 온 이유가 뭔데요?"
"난 선택하는 자가 아니라서 네가 얼마나 고민하는지 몰라. 그래서 위로 같은건 못해줄거 같아. 근데 이건 확실하게 말해 줄 수 있어."

이안은 나에게 다가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황자들은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린 너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할거야."

이안은 내 머리를 쓰다듬었던 손을 내리곤 내 심장(?)이 있는 위치에 자신의 손을 갖다뒀다.

"그러니까, 지금 끌리는 대로 가. 그런 널 쫒아갈테니까."
"...이안."
"아무런 말 하지마라. 뭔가 되게 불안하거든. 푹 쉬어라."
"...네. 내일.. 봐요. 이안.."
"그래.. 아, 준아."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는 이안에 놀라 그를 쳐다봤다.

"왜, 왜요?"
"내일되면 너 이름 부르지 못 할테니까 불러봤어."

내일.. 되면 난 누군가의 황비가 될거고 그렇다면 선택 받지 못한 황자들은 내 이름을 부르지 못하구나. 앞으로 내 이름은 선택 받은 단 한명만이 부를 수 있구나.

머리도 식힐겸 산책하러 나왔다.

"추워.. 겉옷이라도 가지고 나올걸.."

밤 날씨가 쌀쌀해졌다. 얇은 옷차림으로 나와 쌀쌀한 밤 날씨에 몸은 추위에 떨고 있었다. 하지만 밤 공기는 너무나 상쾌해 혼란만 가득했던 머리속이 조금이나마 정리되는 거 같았다.

"여기서 자면 감기 걸려."

추의를 참아가면서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있던 중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에 두꺼운 겉옷이 걸쳐주곤 내 옆에 앉았다.

"노아."
"추운데 왜 나와있어."
"그러면 노아는 왜 나와있어요?"
"응. 마지막으로 서류 보느라. 내일부턴 다른 사람이 해야하는 일일지도 몰라서 확인하고 정리해주려고."

노아는 차가워진 내 손을 잡아준다. 그런 노아의 손을 쳐다보며 노아에게 말을 걸었다.

"..노아는.. 황제가.. 되고 싶어요?"

내 질문이 웃겼는지 노아는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왜 웃어요..!"
"그냥.. 황제가 되고 싶냐고? 응. 되고 싶어."

예상치 못한 대답이다. 노아가 권력에 대해서 욕심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풉.. 권력에 욕심이 있는건 아니라 황제가 되면 널 내 옆에 둘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건 당연하잖아?."
"...내가 뭐길래요. 난 마력도 없고 그냥 선택하는 잔데.."

내가 뭐길래 왜 다들 날 좋아하는거야. 난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심지어 사랑이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인데.

"너니까. 너니까 좋아하는거야."
"으..난.. 모르겠어요.. 내가 누굴 좋아하고.. 선택해야하고.."
"당연히 모르겠지. 처음 겪는 일잖아. 심지어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었는데 온거고."
"노아.."
"더 있다간 감기 걸려. 들어가자. 몸 차가운거 봐."

노아는 벤치에서 일어나 손을 뻗었다. 난 그런 노아의 손을 잡고 일어나 방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내내 우리 둘 사이에서 아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결국 대화를 나누지 않은 채 방까지 도착했다. 노아에게 감사 인사와 잘자라는 인사를 하고 들어가 문을 닫으려는 순간 노아의 문을 잡았다.

"노아??"
"준아, 고마워."
"뭐가 고마워요? 내가 고마워해야하는 상황인데. 데려다줘서 고마..."
"전부 너 덕이야. 윌은 예전보다 감정표현을 많이 하게 된 것도 유진은 다시 웃게 해준 것도 무엇보다 이안이 다시 돌아오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 이건 진심이야."
"...나도 고마워요.. 낮선 이 세계에서 도와줘서.."

노아는 내 말에 웃어주고 나갔다.

그렇게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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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03 17:14 | 조회 : 1,726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눚어서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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