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검을 받는다는 건

- 59. 검을 받는다는 건.

공작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황실에 맞서려는 귀족세력들도 없어져 황실과 귀족 사이에 평화가 생겼다고 한다. 정말 평화가 온 건지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평화롭게 지낸 나머지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응? 내일 무슨 날이에요??"
"선택하는 날. 바로 내일이야."
"...하? 노, 노아 지금 거짓말 한 거죠?!"
"하하, 설마~ 나는 사실만 말하고 있는걸?"

선택하는 날이 바로 내일이라니. 그동안 많은 일이 일어난 바람에 시간개념을 잊고 있었다. 사벨라 제국의 황제로 누굴 선택해야 옳은 선택일까. 노아? 이안? 유진? 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노아는 내 이마에 약한 딱밤을 날린다. 약했지만 아팠던 나는 이마를 붙잡으며 노아를 원망하며 쳐다봤다.

"준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해?"
"아파라.. 네? 처음?"
"역시 기억 안 나려나.."
"뭐라 했었어요??"

맞은 이마가 아파서 계속 이마를 만지자 노아는 만지던 내 손을 내려주곤 자신의 손으로 딱밤을 맞은 이마를 만져준다.

"우리 4명의 황자는 누가 황제가 되던 전부 완벽한 황자들이니까. 넌 미래의 남편을 고르면 된다는 거야. 라고 말했는데."

아, 기억났다. 내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가 많은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게 만든 그때를 말하는 걸까.

"기억났어요.."
"그럼 다행이네. 그럼 준아. 저녁 시간에 보자."

- 쪽

노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이마에 키스를 남긴 후 작게 웃으며 내 방에서 나갔다. 이젠 갑작스러운 짧은 키스를 받아도 익숙해진 난 노아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마를 괜히 문지르며 창밖을 봤다.

"선..택하는 날이라.."

나만 몰랐던 걸까. 성안 고용인들은 선택하는 날을 맞이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성안 고용인뿐만이 아니라 성 밖 사람들 모두가 선택하는 날을 맞이하기 위해 축제를 열고 있었다.

"셀라, 황자들 중에 누가 황제가 되었으면 좋겠어?"
"저는 어떤 분이든 상관없어요. 누가 황제폐하가 되었든 그분은 준님께서 선택하신 분이시고 사벨라 제국의 황자이시니까 사벨라를 잘 이끌어주실 거라 믿고 있어요."

셀라 말대로야. 지금까지 내가 본 황자들은 황제가 되어도 훌륭히 잘 할거야. 근데 왜 이렇게 고민하는 거지. 아무나 선택하면 되잖아. 하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사벨라가 힘들어지면 전부 내 탓이야..

"준, 괜찮으십니까."
"리암.. 언제 왔어요?"

리암의 목소리에 정신차리고 창밖을 보자 어느새 하늘엔 해가 아닌 달이 떠있었다.

"방금 왔습니다. ...선택하는 날로 고민 되십니까?"

고개를 조심히 끄덕이자 리암은 웃으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말했다. 걱정마라, 어느 황자님이 황제폐하가 되어도 사벨라를 잘 이끌어줄테니. 도움이 안되는 말이었다.

"준, 머리도 식힐겸 산책이라도 하시는게 어떻습니까?"
"나가고.. 싶지 않은데."
"그럼 차라도 가져오라고 말하겠습니다."

리암이 밖으로 나가자 밝은 달빛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달빛이 너무 밝아 눈을 잠시 감고 다시 뜨자 루나가 부드럽게 웃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아이가 힘들어하기에 잠시 보러왔어요. 준, 내가 해결해줄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당신에게 도움을 줄게요."
"뭘 도와줄 수 있다는.."
"한명씩 속마음을 말할거예요. 속마음을 듣고 선택하세요. 그리고 준, 당신은 나의 아이니 어떠한 선택을 하여도 누구도 당신을 뭐라 할 수 있는 자는 없어요."

또다. 갑자기 나타나선 자기 말만 하곤 사라졌다. 그나저나 한명씩 와서 속마음을 말한다는게 무슨 말이지. 그게 대체 무얼이길래 나한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까.

- 똑똑

"리암?"
"준, 접니다."
"아 들어오세요!"

노크소리의 주인공은 리암이아닌 윌이었다. 윌은 방에 들어오면서 과자와 따뜻한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난 윌의 손에 있는 과자와 차를 받아서 탁자에 올려두고 의자에 앉았다.

"윌, 뭐해요? 서있지말고 앉아요."
"아닙니다. 준에게 할 말이 있어서 온겁니다."

윌은 슬픈 눈으로 날 바라봤다. 너무나 슬픈 눈이라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준, 절 선택 안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합니다."
"잠시만요. 윌, 그런.."
"솔직히 제 자신이 준이를 웃게 해줄 자신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형님들이 준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건 포기를 못하겠습니다. 저는 선택하는 자였던 준을 사랑했고, 황비님이 될 준을 사랑할겁니다."

아까 루나가 속마음을 말한다는게 이런 뜻이었구나..

윌은 갑자기 한쪽 무릎을 끓고 검을 꺼내들었다.

"준, 처음이자 마지막인 제 부탁을 들어주셨음 합니다. 당신의 수호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준 옆에 서는건 무리지만 당신 뒤에 서서 당신과 당신의 아이를 지켜주고 싶습니다. 준, 제 검을 받아주시겠습니까."

윌이 건넨 검을 받으면 윌은 황제도 황자도 아닌 나의 기사가 된다. 그 말은 선택받는 자에서 자신을 제외하라는 뜻과 같아 선뜻 검을 받지 못했다.

"내가.. 이 검을 받으면.. 윌은.. 짝사랑해야한다는 뜻이잖아요. 난.. 그런거 못하겠어요....괴로워할거잖아요.."
"전 괜찮은데 왜 당신이 우는 겁니까."
"모르겠..흐끅.."

윌은 바닥을 짚고 일어나 흐르고 있는 눈물을 닦아준다. 내 눈에 눈물이 흐르지 않자 윌은 웃으며 말했다.

"제 부탁을 들어주시겠습니까?"

마지못해 그의 검(부탁)을 받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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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0-31 20:13 | 조회 : 1,549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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