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누군가의 소행

- 58. 누군가의 소행

윌이 회복할 때까지, 약 2주 동안 신시아에서 지냈다.

"가는 거야? 아쉽네. 저금 더 있다가 가면 좋을 텐데."
"아쉽지만, 지금은 가야지. 다음엔 정말 여행으로 놀러 올게. 그리고 라이, 이번 일은 정말 고마웠어."
"준, 이제 출발해야 합니다. ..황태자, 고마웠습니다."
"딱히 황자에게 고맙다고 듣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고마우면 다음에 준이 놀려 보내주던가?"

우린 라이가 준비해준 미차에 올라타 사벨라로 돌아왔다. 우리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는지 성안 고용인들과 황자들이 마중하러 성문 앞에 서 있었다.

"준이가 정말 윌을 데리고 왔네."
"매번 사람 놀라게 한다니까."
"준아! 윌! 어서 와!"

윌은 황자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4명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모인 그들을 보자 눈물이 나왔다. 내 옆에 있던 아담은 울고 있는 내 모습에 당황하며 황자들을 부른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들을 부르는 아담에 뒤를 돌아보니 울고 있는 준이를 봤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준이에게 달려가 그를 달래주기 바빴다. 준이는 달래주는 황자들 덕에 조금씩 진정할 수 있었다. 노아는 울음을 그친 준이를 방으로 데려다주고 형제들을 데리고 귀족들이 모여 있는 회의장으로 향했다.

회의장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공작이 아닌 우리인 것을 본 몇 명의 귀족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드러났다.

준이가 우리를 찾아준 뒤로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곤 우리가 성에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왜. 우리가 살아서 돌아오니 당혹스럽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정말 기쁩니다!!"
"그래. 그래야지. 기뻐하지 않는다면 의심을 받을 테니까. 안 그런가?"

차가운 나의 음성이 회의장을 채웠다.

"몇 주간 많은 일이 있었다. 나와 이안은 폭발. 그로 인해 유진은 건물붕괴. 그리고 윌그레이스는 알 수 없는 도적단의 습격. 그런데 참 이상해. 어때서 동시에 모두가 위험한 일에 빠질까. 난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대들의 생각은 어떤가. 나와 같은 생각인가."
"누군가의 소행이라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황자님들을 건들 수 있는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한순간의 소란스러워진 회의장에 머리가 울렸다. 자기들 할 말만 하는 한심한 귀족들을 보며 언제 끝날지 보던 중 리암이 내 뒤로 와 조용히 귀속말을 했다.

"로히트공작님께서 의심가는 자를 찾으셨답니다."
"지금 당장 간다고 전해."

귀족 회의장은 형제들에게 맡기고 난 리암과 함께 공작이 있을 지하감옥으로 향했다. 성 아래 깊숙히 위치한 지하감옥, 나에겐 좋지 않은 기억을 심어준 곳. 공작에게 가던 중 하나의 감옥 방에서 걸음을 멈췄다.

"노아 황자님? 무슨 일 생기셨습니까."
"...아니. 잠시 어머니가 생각나서. 아, 이럴때가 아니지."

어머니가 갇혀 있던 감옥 방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공작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의심 가는 자를 찾았다고."
"네. 윌 황자님을 덮친 도적단을 고용한 자입니다."
"고용이라.."

눈을 가린채 묶여 갇혀 있는 자를 바라봤다.

- 끼익

소름돋는 낡은 문을 열리고 난 안으로 들어가 남자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그러자 남자는 아픈다는듯 신음소리와 인상을 찌푸린다.

"도적단은 고용한 이유는. 아니, 네 놈 주인은 누구냐."
"내가 주인님의 이름을 밝힐 정도로 충심이 없는 자로 보이냐!"
"그래. 그렇게 나와야 재밌지."

난 남자의 눈을 가린 천을 벗겨 나와 눈을 마주치게 만들었다. 그러자 남잔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재미었진 난 앞에 놓여져 있던 의자에 앉아 그를 내려다 보았다.

"다시 묻겠다. 너의 주인이 누군지 말해."
"차라리 날 죽.."
"아내랑 어린 아들이 있던데 내가 널 죽이고 그들을 만나야하나."
"...그..래도 절데 말 못해. 그분은 생명의 은인이자!!"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가 충신하는 주인이 누구냐."

끝까지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난 다른 방법을 쓰도록 했다.

"너의 그 충심에 대해선 칭찬해주지. 하지만 한심하군. 고작 주인때문에 가족을 버리다니."

난 의자에서 일어나 주먹만한 얼음을 만든 후 그의 어깨를 붙잡고 찔렀다. 깊게 찌를 수록 그의 어깨엔 붉은 피가 흘렀다. 의식을 점점 잃고 있는 그를 확인하곤 리암을 불렀다.

"리암, 아내랑 어린 아들이 사는 집으로..."
"...말..하겠..습니다..그러니..제 아내와..아이는."
"진작에 그래야지."
"베..르그..남작.."

자신이 따르는 주인의 이름을 말하곤 쓰러진 그에게 황실 주치의를 붙여주고 감옥에서 나왔다.

"베르크 남작이라.. 믿었는데. 리암, 그자가 회복하면 이걸 건네주고 집으로 돌려보내."

리암에겐 작지만 비싼 보석을 건네주고 회의장으로 향했다. 아직도 한참 회의 중인 듯 회의장 밖에서도 그들의 토론하는 소리가 들렸다.

- 쾅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귀찮다는 듯 얼굴하고 있는 이안, 졸린다는 얼굴를 하고 있는 유진, 그나마 귀족들이 말하고 있은 걸 듣고 있던 윌.

윌은 내가 나타나자 귀족들을 조용히 시켰다. 난 앉아 있던 귀족들을 둘러보며 그 남자의 주인을 찾았고, 나는 리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들어 베르그 남작의 목을 베었다. 칼이 지나간 곳엔 피가 터져 내 얼굴과 옷에 묻었고 그는 괴롭다는 듯 피나는 목을 붙자고 일어나 나의 옷깃을 잡았다.

"꽤나 당신을 믿었는데, 실망이군. 베르크 남작."
"크..헉..황.."

결국 그가 잡고 있던 옷깃을 놓쳐 바닥에 쓰러질 정도로 피를 많이 흘러 죽어가고 있었다. 난 그런 그를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 그 누구도 죽어가는 귀족을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애써 그를 못 보는 척 시선을 다른 곳을 두며 이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눈치었다. 난 형제들에게 뒤를 부탁하고 준이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노아? 회의 벌써 끝.. 다쳤어요?!"
"내 피 아니야."
"..노아 피가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괜찮아요?"
"...아니. 조금 피곤해."

난 준이에게 다가가 어깨에 내 얼굴을 파묻혔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잠시 놀란듯 보였지만 준이는 괜찮다며 내 머리를 만진다.

"괜찮아요. 수고했어요. 이제 푹 쉬어요."
"..응."

난 준이의 위로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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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0-29 21:51 | 조회 : 2,170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조금 내용 다듬느라 늦었습니다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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