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화. 시장

- 09. 시장

연회장에서 나도 모르게 술을 마시고 취한 뒤로, 노아뿐만 아니라 성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술을 건네주지 않는다. 그때 마신 포도주스 아니 와인이 맛있어서 한번 달라고 했는데, 바로 거절 당했다. 그 뒤로 난 입에 술을 대본 적이 없다. 항상 똑같은 바깥 배경. 처음엔 신기할 뿐이었는데 이젠 너무 지겹다.

"아리아. 심심하지 않아?"

"응. 그치만 밖에 나가기 싫어. 춥단 말야."

심심해. 심심하다. 전에 살던 세계에선 놀아본 적이 없으니까 뭘 하면서 놀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유진은 아카데미 그러니까, 이 세계의 학교에 가서 소환마법을 가르치러 갔고.. 윌은 잠시 국경 정찰하러 가버렸고.. 결국 날 놀아줄 사람은 셀라랑 노아뿐이라는 뜻인데.. 셀라는 새로 온 시녀에게 일을 가르쳐줘야해서 바쁘고, 노아는 항상 바빠서 밤에만 잠깐 내 방에 와서 나와 놀아준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성 밖에 가보고 싶은데. 노아한테 가서 부탁해볼까."

"하지만 들어줄까? 노아황잔데?"

"걱정마. 아리아. 그냥 가서 부딪혀 보는거야..! 가자!"

이젠 안내해줄 사람 없이도 노아 집무실에 잘 갈 수 있다. 한 두번 간게 아니라 여러번 갔으니까. 익숙하게 노크를 한 뒤 문을 열자 마치 내가 왔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들어와 앉으라고 권한다.

"성에만 있으니까 답답해요. 밖에 나가고 싶어요!"

"정원 같은 곳 가면 되잖아?"

"정원이랑 성 밖이랑 같나..에휴.. 답답하다아.."

"하, 정말 준이를 이길 수 없다니까. 그래 내일 가자."

노아에게 허락 받고 방으로 돌아가 다음날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나의 첫 외출. 그것도 다른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안 간다. 다음날 아침, 셀라가 깨워주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그러자 셀라는 평소에도 일찍 일어나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가시가 담은 칭찬을 해줬다.

"노아! 아직도 옷 입고 있네요?"

"하하, 일찍 준비했네."

"그냥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어요."

기다려도 안 오는 노아를 찾아 노아 방에 왔다. 노아는 아직도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우리 둘 다 귀족처럼(?) 보일 수 있게 간단한 옷으로 입고 성 뒷문을 통해 나왔다.

"준아 천천히 가. 아직 시간 많잖아."

"그래도.."

"시장에 가볼까."

노아를 따라서 시장에 도착했다. 시장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처음 본다.

"자자! 한번씩 구경 해보고 가세요!!"

"싱싱한 과일들 팝니다 팔아요!"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싼 가격으로 값 비싼 옷감을 사세요!!"

사람구경하기도 바쁜 이런 나를 잃어버릴까 노아는 내 손을 잡고 다녔다. 그리고 노아의 손을 놓친 건 한순간에 일어나 일이었다.

"노아...!! 잠시만요. 노아! 기다려요!"

"갓 나온 빵 팔아요!! 아주 맛았습니다!"

노아는 내 목소리를 못 들었는지, 멀리 가버려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나는 그대로 굳어져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는 성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모르고, 돈도 없는 빈털털인데 누가 날 도와주겠나. 난 여기에 가만히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사람이 많아 이리 차이고 저리 차여서 사람이 없는 곳으로 걸어갔다.

"울고싶다.. 왜 노아 손을 놓쳐서 가지고..."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걸어가다 분수대 하나가 나왔다. 계속 걸어다녀 다리가 아픈 나는 분수대에 걸쳐 앉았다. 분수대는 겨울이라 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 어쩌지..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혼자 됐다. 혼자 있는건 익숙한데, 왜 울고 싶을까. 울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주변을 살피자 커다란 성이 보였다.

"성은 보이니까.. 성으로 가자... 그럼 다 잘 될거야."

나는 분수대에서 일어나 성으로 걸어갔다. 분명 나는 성으로 걸어가고 있는 거 같은데 왜 도착하지 못하는걸까. 성이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고 계속 제자리 걸음이다. 분명 성은 보이는데, 가질 못한다.

"귀족 나으리. 제발 한 푼만 주시고 가줍쇼..."

난 귀족이 아니고 돈도 없다. 죄송하지만 앞만 보고 가자. 애써 그들을 무시하며 앞으로 걸어가자 그들 중 한명이 내 팔을 잡아 땡겼다.

"금화도.. 은화도 아닙니다. 고작 1 동화를 원하는"

"저, 저 돈 없어요..!!!"

"없다고?"

돈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자 눈빛이 변하면서 거짓말 하지말라며 내 팔을 세게 잡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점점 나에게 다가와 내 몸을 구속(?) 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몸을 뒤지기 시작한다. 하지말라는 소리치는 내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동은 끝나지 않는다. 결국 무서워진 나는 노아의 이름만 불러댔다.

"준님 찾았습니다!!!"

"당장 여기 있던 자들을 모두 잡아."

"...노아?"

"노아 형님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윌..."

"늦어서 죄송합니다. 자 돌아갑시다. 내 손 잡으세요."

국경 정찰으로 성에 없던 윌이 나타나 날 구해줬다. 윌은 많이 놀랬을 나를 위해 윌의 망토로 보이는 외투를 나에게 건네준다. 그 곳을 벗어나 윌이 타고 왔던 말에 올라탔고 윌은 말의 목줄, 즉 고삐를 잡고 걸어서 성에 도착했다. 성에 도착하자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날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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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23 23:28 | 조회 : 2,06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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