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화. 연회

- 07. 연회

사벨라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한건 3일째다. 단 한 번도 쉬지도 않고 3일 동안 계속 눈이 내린다.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 점심을 먹고 나면 항상 밖으로 나와 몇 분이라도 눈이 내리는 걸 구경하고는 한다. 아리아랑 루크는 춥다고 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아 나만 이렇게 혼자 나와 구경하지만, 나름대로 좋다.

“준. 여기서 뭐하십니까?”

“윌? 윌은 여기서 뭐해요?”

“눈이 내리기에 잠시 보러 왔습니다.”

“저랑 같네요!”

이 성에서 지낸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황자들만 보이고 황제를 본적이 한번도 없다. 이따가 노아한테 가서 물어볼까. 아니다. 옆에 답 해줄 사람이 있는데 구지 노아에게 가서 물어볼 필요는 없지.

“윌 있잖아요. 이 성은 황자들만 쓰는 거예요? 황제는 안 써요? 난 왜 한번도 황제를 못 봤지..”

"아뇨. 씁니다. 다만 황제폐하는 돌아가셨기 때문에 이 성에는 없습니다. 궁금증 풀리셨습니까?"

"..어 네.. 죄송해요."

"아닙니다. 이제 슬슬 들어가죠.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윌이랑 단 둘이 걷는건 처음이네. 내 방까지 걸어가다가 무심코 옆에 있는 윌을 쳐다봤다. 노아랑 키가 비슷한가? 아니 더 큰가?

"윌. 노아랑 윌 둘 중에 누가 더 커요?"

"노아형님보다 제가 훨씬 큽니다."

"그래요? 키 커서 좋겠다. 아, 도착했다. 고마워요!"

"네. 내일 봐요."

생각해보면 윌이 가장 다정한 거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져 방문을 열자 셀라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아주 초롱한 눈으로. 저런 눈동자 처음 보는데.. 뭔가 불안하다..

"준님! 내일 연회 있다니까 옷 골라봐요!!"

"연회? 무슨 연회?"

"당연히 널 축하는 연회지. 아까 윌이랑 오던데 친해졌어?"

"노아 언제 들어왔어요? 아, 네. 윌이랑 많이 친해졌어요."

잠깐동안 표정이 안 좋아 보였는데. 단순한 착각이겠지?

"맞다. 노아 아까 윌한테 들었는데.. 황제.. 돌아가셨더고.."

"궁금했어? 나한테 물어보지. 응 몇 년전에."

"그러면 황제를 빨리 골라야 하는 거 아니예요?"

"별로? 황제가 해야 하는 일은 내가 잘하고 있고 그일은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그래도 황제가 없으면 안 좋은 거 아닌가. 신경 쓰지 말라는 노아의 말을 들어도 계속 신경이 쓰인다. 황제와 선택하는 자를 생각 할 시간도 없이 셀라는 당장 내일 입을 옷을 골라야 한다며 나를 재촉한다.

"어때요 노아황자님!! 준님 너무 예쁘시죠!"

"응. 준아 정말 예뻐."

"남,남자한테 예쁘다뇨!! 셀라 너도야! 내가 뭐가 예뻐..!"

"네? 하지만 진심인걸요.. 왠만한 여자들보다 준님이 예쁘세요! 드레스 입히고 싶지만..."

"드레스 입으라고 주면 셀라 용서 안 할거야."

노아와 셀라가 선택한 옷은 화려하지 않은 정장처럼 보이는 남색의 옷을 골랐다. 다음날 아침 연회로 성안은 분주해졌다. 밤이 되자 밖에선 하나 둘 성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뒤, 윌이 내 방문을 두드리자 이제 나가야 하는구나를 느꼈다.

"준, 손이 차갑습니다."

"긴장..되서 그래요.. 윌은 긴장 안되나봐요?"

"그야 경험이 많으니까. 걱정마세요."

"준아! 이번엔 내가 안내해줄 차례야! 손!"

윌이 내 방문부터 연회장 문이 열릴때까지 내 손을 잡고 안내해줬다. 대기하고 있던 유진은 윌으로부터 날 데려가 연회장 가운데로 향했다. 점점 연회장 중심으로 가자 그곳엔 노아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노아는 나에게 손을 뻗자 유진은 잡고 있던 내 손을 노아의 손 위에 올렸다.

"다들 선택하는 자를 보러 와줘서 기쁘군. 다들 즐기고 돌아갔으면 좋겠어. 그럼 연회를 시작하지."

"저분이... 드디어 황제폐하를 볼 수 있는건가."

"애송이로 보이는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군.."

노아의 손을 잡고 의자에 앉았다. 차례대로 "윌 - 나 - 노아 - 유진" 순으로 앉았다. 몇십분이 지나도 앉아있다. 그저 앉아 있기만 할거면 여기 왜 있는거지. 내가 온걸 축하하는 연회라며, 왜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데. 연회라는거 따분해. 드라마나 영화 같은 곳에선 다들 즐거워 보였는데.

"노아."

"응? 왜?"

"재미없어요. 나 방에 돌아가면 안되요?"

"지금은 무린데.. 준아, 조금만 참아줄래?"

지금은 무리라며 곤란한 표정을 짓은 노아를 보며 괜히 내가 더 미안해졌다. 그냥 조용히 있을걸. 노아에게 알았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들이 놀고 있는걸 구경했다. 그리고 다시는 연회 같은 거 열지 말라고 노아에게 말해둬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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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23 23:16 | 조회 : 2,13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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