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화. 걱정과 위로

- 05. 걱정과 위로

막상 나오니 원래 살던 세계의 겨울보다 덜 춥다는 걸 느꼈다. 뭐야 목도리 안 해도 되겠네. 하여간 셀라는 걱정이 많다니까. 아, 셀라는 내 전속 시녀 아니, 미숙한 날 도와주는 여자다. 나보다 2살 어린 17살의 소녀지만, 나보다 어른스럽다. 셀라는 사벨라 제국에서 보기 힘든 보라색의 머리를 하고 있으며 눈동자의 색깔은 예쁜 푸른색을 가지고 있다. 셀라는 자신이 모시게 된 주인이 내가 첫 번째라며, 황자들처럼 아니!! 황자보다 더 심한 걱정을 한다. 춥지도 않는데 털로 된 목도리를 내 목에 칭칭 감아 겨우 날 밖으로 보내줬다. 그런 목도리를 벗어 의자에 걸어뒀다.

"준. 셀이 걱정할거야. 자 목도리."

"셀라는 나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아. 안 추운데."

"감기 걸려! 아, 준!"

"괜찮아! 아, 루크 또 나무에 먼저 올라갔어!"

"흥, 나도 몰라! 감기 걸리든 말든!

아.. 그냥 아리아 말 들을걸 그랬나. 삐친 거 같은데. 뭐 이따가 셀라 말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마카롱 하나만 달라고 부탁해서 아리아에게 주면 풀리니까 괜찮아.

"아, 올라가는건 안돼! 준아!"

"쉿. 어차피 팔찌도 있잖아~"

"팔찌? 팔찌가 어디 있어! 그거 빼고 나왔잖아..!"

엩.. 그랬었나? 어쩐지 손목이 너무 허전한다고 느꼈다. 이제 어떡하지. 너무 올라와서 내려갈 힘도 없는데. 어차피 올라간 거 루크 타고 내려 오는게 더 빠르겠는걸.

"루크 나 다 올라갔으니까 악!"

"준!!!!"

내 기억은 여기가 마지막이다. 신발 벗고 올라가는 게 덜 미끄러워서 신발만 벗고 양말을 신고 있는 채 올라가다가 삐쭉 나온 나무껍질을 밞고 아픈 나머지 떨어졌다.

"준! 하아... 다행이다."

"으.. 준아아아! 흐어어엉 죽지마아아!"

"유진형님, 살고 있는 사람을 멋대로 죽이지 마세요."

"노아.. 유진.. 윌 나 안 죽었어요..?"

안 죽었다며, 다신 그런 말 하지 말라며 눈이 빨개지는 노아를 보며 괜히 미안해졌다. 다친 건 내 쪽인데, 왜 황자들이 나보다 더 아프다는 표정을 짓는 건지.. 미안하면서도 황자들이 귀엽게 보인다. 잠시 뒤 주치의가 들어와 하는 말이.

"준님은 마력이 없어 회복 마법를 사용 못합니다. 몸이 감당을 못하죠. 그래서 한동안 누워 계셔야할 거 같습니다."

안돼. 이제 겨우 돌아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주치의님! 안돼요!

"ㅇ..에취!! 킁.."

"감기도 걸리신 거 같군요."

"봐! 셀이 해준 목도리 하라고 그랬잖아. 바보 준!"

"....미안, 아리아."

다신 사벨라의 겨울 추위를 무시하지 않을게요. 감기도 난 걸릴게요! 그러니까 누군가 황자님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치워줘요!

"..목도리 할게요..! 팔찌도 할게요! 죄송해요!!"

"하, 다들 나가."

"노아 형님! 아무리 화나셨다고 준이를!"

"나가랬다."

노아 단단히 화났나봐. 어쩌지. 아리아까지 눈치 보잖아..! 아리아랑 루크는 화가 난 노아가 무서운지 다른 사람들과 따라서 나갔다. 그리고 단 한사람만이 옆에 서있다.

"윌 넌 왜 여기 있는 거지?"

"노아 형님이랑 단둘이 같이 있겠다는 말 이해가 안 됩니다."

"윌 언제부터 내 말이 우스꽝스러워졌지?"

"저기.. 윌? 노아 화난 거 안 보여요? 그러다가.."

이러다가 정말 윌이 노아한테 맞을 거 같은데. 윌! 갑자기 왜 그래요! 저 둘 사이에 낀 나는 눈치만 보느라 바쁘다. 눈치를 보고 있는 날 발견한 건지 윌은 나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 뒤, 빨리 낫고 산책하자는 말을 남긴 후 노아를 째려보고 나갔다.

"...저게 진짜."

"노아 화났어요? 아픈 건 난데 왜 당신이 화를 내요.."

"내가 화난건 자기 몸을 생각하지 않는 너 때문에 화난거야. 왜 자꾸 너의 몸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거지?"

화난 이유가 그런 이유라는 거야? 기분 이상해. 날 걱정 해주는 사람은 없었는데, 이 세계에 와서 많아졌어.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들도 너무 많아져서 이런 호의 같은 거 익숙하지 않는데. 익숙해지는 거 무서운데.

"나..걱정 해주는 사람.."

"어?"

"없었어요.. 단 한명도, 그 흔한 가족들도 내 걱정 안 해줬어요.. 나에게 잘해주는 거요. 그거 여기 와서 처음 받아 봐요..흐으.. 그래서 저는 두려워요.. 언제 사라질 모르는 호의. 또 다시 혼자가 될까, 무서워요.."

다른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한 건 노아가 처음이다. 말하면서 그동안 쌓인 외로움과 혼자가 될까 두려움이 합쳐져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다. 아무리 힘들어도, 울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약해 진거야. 강준.

"왜 혼자가 됐다는 생각을 하는 거야. 준아,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정말 미안해."

그날 내 울음이 그칠 때까지 노아는 날 따뜻하게 안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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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23 23:09 | 조회 : 2,29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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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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