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흔들리는(4)

"으-"

머리 아파..

"우욱!"

얼마나 잤는지, 어떻게 집에 들어온것인지 전날의 일이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찌르듯 아픈 머리와 메슥하니 뒤집힌 속이 정도를 넘어까지 과음을 했음을 말해주고있었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뱃속은 태풍에 출렁이는 파도같이 요동쳤고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하, 미쳤지.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속이 이렇게 뒤집어졌냐."

냉장고를 열어 찬물을 들이켰다. 그러나 울렁거리는 뱃속은 그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듯이 진정되지않았다.

"해장은 라면이지."

퉁퉁 부어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겨우 떠 냄비에 물을 받았다.

촤아악-

"응? 뭐지.. 나 어제 씻고잤나?"

물소리와 함께 불현듯 샤워기에서 물이 떨어지는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그러고보니 이 옷.. 작업복이 아니네?

흘러넘치는 물의 수도꼭지를 잠그고 냄비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두었지만 불을 켜지는 않은 채 제 몸을 더듬거렸다.

"어제 분명 작업복입고 민호 선배랑 술 마셨는데.. 그리고 옷 갈아입은 기억은 없는데?"

그런데 지금 입고있는 옷은 흰색 바탕에 커다란 캐릭터가 그려진 자신의 반팔 티셔츠와 편하게 즐겨입는 검은 반바지였다.

"술김에 옷을 갈아입었나?"

그럴리가.. 여태 취해서 옷 갈아입고 잔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잠깐 잠잠해졌던 속이 다시 요동치려했다.

<회상>

"지호야 가만히 좀 있어봐."

"으응, 선배~"

민호 선배는 술에 절어 인사불성이된 나의 작업복을 벗기고있었다. 나는 그런 민호 선배어게 메달려 혀짧은 소리를 그의 귓가에서 내며 칭얼거리고있었다.

"미쳤다! 미쳤어! 방금 떠오른거 도대체 뭐야!?"

머리 속은 무방비한 상태에서 떠오른 흑역사의 기억에 속절없이 폭행을 당한듯 괴로웠다.

"야, 이지호! 어제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선배한테 메달려서 추태를 부린것이냐! 걱정되서 밥 사준다고 만난 선배한테 무슨 꼴을 보인거야!"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단편적으로나마 떠오른 기억은 뒤늦게 얼굴을 들수없을정도로 창피함을 몰고왔다.

"월요일에 선배를 어떻게 보냐고! ... 혹시 설마 이게 끝인게 아니라던가.. 그렇진 않겠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잊고싶은 그날의 기억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은채 시간이 흘렀다.

*

건물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빼꼼히 좌우를 살폈다. 이른 시간이기때문인지 다행스럽게도 사람이 적었다. 조심스럽지만 빠르게 발을 움직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직원 탈의실이 있는 3층을 눌렀다.

"후-"

문이 닫히자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세어나왔다.

일찍와서 민호 선배를 안 만나긴했는데 어차피 9시 직원 회의때는 볼텐데 그땐 어쩌지?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척,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그냥 넘어갈까?

엘리베이터 내부에 표시된 액정에 2 라는 빨간 숫자가 막 3으로 바뀌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그냥 넘어갈까하는 생각에 저절로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아니야. 아무리그래도 기억하는 부분까지는 사과하고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겠지? 그 추태를 보였는데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넘어가.. 그냥 넘어갈까? 너무 민망한데!

깨끗하게 청소된 복도를 걸어가자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햇빛이 피부에 닿았다. 빠르게 움직이던 발이 점점 느려지더니 복도 한 가운데 우뚝 멈췄다.

"날씨 좋다."

창밖으로 보이는 쾌청한 하늘과 붉은 태양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것이 선우시우의 집을 일하게 되면서 온통 머리 속은 여장과 들키지 않기위해 바둥거림 밖에 없었고 퇴근 후면 녹초가되어 만원 전철에 겨우 끼여 집에 돌아갔다. 그러니 하늘이나 보며 '날이 좋네~'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오랜만에 본 밝은 하늘로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다.

"지호야."

누군가 부른 이름에 온 몸이 움찔거렸다.

"야, 너 뭐 잘못했어? 왜 그렇게 놀라?"

뒤에서 다가온 사람은 사장님이었다.

"딴 생각 좀 하느라요."

하.. 깜짝이야! 간 떨어지는줄 알았네! 흑, 선배인줄 알았네. 으악, 어쩌냐고!

어색하게 웃으며 사장님에게 인사를 건내고 그와 나란히 걸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 그러고보니 너 선우 그룹 외동아들네 일 잘 하고있나보더라?"

"예?"

갑자기 그 이야기가 왜 나와?

뜬금없이 튀어나온 이야기에 눈만 뜨고 가만히 있자 사장이 뒷말을 이었다.

"본래 계약한게 한달이었는데 연장하겠다고 어제 연락왔어. 너 몰랐어?"

"네.. 몰랐어요."

연장? 연장이라고?! 선우시우 이 자식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윤여사한테 말해서 곧 그만 두게 해준다더니 어떻게 연장이 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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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24 20:50 | 조회 : 1,473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폭스툰 오류에 대해 암말도 없이 넘어가나요? 너무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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