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흔들리는(2)

"뭐가?"

돌아선 반대편에 조금은 당황한듯 몸이 굳은 시우가 답했다.

이거 봐. 눈도 못 마주치잖아. 너도 스스로 찔리는 뭔가 있는 거잖아.

나는 더 당당하게 시우를 몰아붙였다.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고 따라다니고 있잖아."

"내가 내 집도 마음대로 못 돌아다녀?"

"누가 돌아다니는게 문제래? 날 감시하듯 쫓아다니니까 그렇지."

화가난 표정을 하고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자 시우는 주츰이며 몸을 뒤로 움직였다.

"이것 봐. 여기. 먼지가 날아다니잖아."

"뭐?"

그는 허공의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혔다. 그러나 먼지 하나. 하나쯤은 어떻게 청소를 해도 날아다니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시우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변명하고있었다.

"아, 그래~ 내 청소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이렇게 쫓아다니셨다? 것 참 죄송하네요!"

일반적인 고용관계에서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반응이 그를 향해 쏱아졌다. 그러나 그는 나의 태도에 관해서나 청소 상태에 관하여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하지않고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내려다볼뿐이었다.

"비켜. 다시 청소할거야."

어이없는 말을 듣고 자존심이 상한 나는 벽같이 앞을 막고 서있는 그를 지나쳐 다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저 자식 뭐냐고. 갑자기 무슨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고 난리야?

혼자 씩씩거리며 삮히지 못한 화를 걸레에게 풀고 있었다. 시우는 잠시 그대로 서있나싶더니 2층의 본인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하여간에 싸가지하고는.

그렇게 6시가 될때까지 분노를 재물삼아 집안의 모든 곳을 쓸고 닦아 스스로가 보기에도 빛이 나는 것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가기 전에 말해야되는데.. 2층에 올라가서 말해야하나. 선배 기다릴텐데.

그래도 나가는데 집주인에게 말은 해야겠기에 2층에 올라가야하나 말아야하나로 고민을 하며 계단을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던 중 위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시우가 문을 열고 나온것이었다.

"나 이만 갈게."

청소를 하면서 내가 너무 심하게 말한것 같았다는 반성하였으나 내뱉어진 말은 그런 기색없이 딱딱할뿐이었다.

현관으로 나가려 향하는 몸은 예상치 못한 방해로 멈춰섰다. 시우가 손목을 잡아 세운것이었다.

어? 뭐야? 왜 사람 손목은 잡고 그래!

당황스러움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으나 그 역시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결국 먼저 몸을 움직인 것은 나였다.

"왜?"

돌아서자 시우에게 잡힌 손목과 나의 손목을 잡고있는 그의 손, 그리고 고개를 푹 숙여 얼굴을 볼 수 없는 그가 보였다. 왜 잡았냐는 나의 질문이 있고서야 그는 고개를 들었다. 강렬한 눈빛이 느껴졌다.

"다음주는 나랑 저녁 먹어."

푸흡

엄청나게 진지하게 느껴졌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깨어지며 실소가 튀어나왔다. 노려보듯 바라보던 눈빛도 실소와 함께 쑥쓰러운듯이 창문을 향하고있었다.

저 낮은 목소리와 강하게 바라보던 눈으로 나한테 한다는 말이 너무 괴리가 커서 웃음이 안 나올수가 없다. 저 녀석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풉, 푸흡, 푸흐흡

참아보려하지만 계속해서 터지는 실소에 하얗던 시우의 뺨이 조금 붉어진듯이 보였다.

"그만 웃어."

그는 반대편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흡, 알았어. 다음주에는 같이 먹자. 큽-"

웃음을 참느라 눈꼬리에는 눈물까지 맺혀있었고 나는 더 크게 웃지않기위해 최선을 다하며 힘든 고비를 지나 겨우 대답할수있었다. 그제야 손목을 잡고있던 시우의 손이 떨어졌다. 둥글게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 현관문을 열었다.

"다음주에 봐."

뒤에서 힘주어 말한듯이 들리 소리에 나는 "그래."라고 답하며 그의 집을 빠져나왔다.

*

아, 망했어! 그 자식이 예상치 못한곳에서 빵터트려서는 선배랑 약속시간에 늦게 생겼잖아.

자신을 위해 오늘 같이 저녁을 먹자 제안해준 약속이었기에 더욱 늦는것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그러나 퇴근시간 지하철은 혼잡했고 또 일정했다. 마음은 급하지만 그렇다고 지하철이 더 빨리가지는 않았다.

선배한테 먼저 들어가있으라고 연락을 해야하나? 죽어라 뛰면 아슬아슬하게 맞출수있을것 같기도한데..

이번역은 AA역, AA역입니다.

고민을 하는 사이 지하철은 약속된 역에 도착했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러면 죽어라 뛰어야지!

"선배~!"

문이 열리는 순간 스프링같이 튀어나가 계단을 두칸씩 건너 오르며 숨이 막힐정도의 속도로 약속 장소를 향해 뛴 결과 딱 약속 시간에 도착할수있었다. 민호 선배는 언제나 그렇듯이 샤워까지 마친 깔끔한 모습으로 식당 앞에 서있었다. 자신을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에 그가 고개를 돌렸고 이내 그는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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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20 21:05 | 조회 : 1,409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나도 밥 먹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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