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늑대의 진실(2)

모두 점심을 먹으러 회사를 비운 시간. 지금 나는 두근대며 탈의실에 혼자있다. 심장 뛰는 소리가 시끄러울정도로 크게 들렸다. 이건 좋아서 두근거리는게 아니다. 이건.. 누가 볼까봐! 마주칠까봐! 부끄러워 미치겠어서 두근거리는 것이다.

지이익

사물함에 있던 가방을 꺼내 지퍼를 열자 바로 긴 웨이브 가발이 보였다. 일단 가발을 꺼내두고 그 아래있던 브라를 집어들었다.

"하아.."

오늘로 세번째지만 익숙해지진않네.

점프 슈트를 벗고 부드러운 맨살에 라인이 살아있는 브라를 착용했다. 팔을 집어넣는 것까지는 쉽지만 늘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틱 틱

"..."

틱 틱

"..."



"아! 진짜!"

이 놈의 후크는 입을때나 벗을때나 왜 이렇게 힘들어? 가뜩이나 팔도 돌려야되서 아픈데!

이렇게 힘들게 후크와 싸우다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났다.

지잉

열린 사물함에 놓아둔 휴대폰 액정에 사장의 문자가 도착했다.

"젠장!"

지금 이 시간 사장이 문자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직원들이 밥을 다 먹고 돌아오기때문이다. 마음은 급해져만가고 틱틱 거리며 걸리지않는 후크는 짜증이 났다.

"아! 됐다!"

겨우 후크를 걸고나면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을 해야한다. 바로 정리(?).

대충 입어놓은 것이기에 위치를 가슴에 맞춰 내리고 좌우로 옮기는 작업이 이어진다.

학비를 생각하자. 생활비를 따져봐. 그 돈이면 다음 학기까지도 알바 안 하고 에어컨 펑펑 틀며 지낼 수 있어.

민망함을 감수하고 위치조정작업이 끝나면 다시 슈트를 입고 가발을 쓴다.

이건 누워서 떡 먹기지.

본래 머리가 튀어나와 들통나지않도록 잘 가려 쓴 후 핀으로 고정하고 하나로 묶어주면 끝이었다.

철컹

모든 준비를 끝내고 사물함 문을 닫았다. 탈의실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전신 거울을 통해 제대로 되었나 마지막 확인 후 싸가지의 집으로 향했다.

*

딩~ 동~ 딩~



오늘은 초인종이 다 울리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싸가지, 오늘도 계속 문 안 열어줄지 알았는데 빠르네.

어제 한번 와 봤다고 조금 익숙해진 길을 따라걸으며 오늘은 또 뭘하며 시간을 보내야할지 고민했다.

"안녕하세-"

"안녕."

"아, 안녕."

"그래, 들어와."

인사를 끊겼지만 묘하게 내가 뭘 잘못한듯 어색해.

시우는 오늘도 매우 평범한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저 천 쪼가리도 비싸겠지.

"오늘은 이불이랑 커튼 빨래 좀 해줬으면 하는데 괜찮아?"

뭐 본래는 내가 하는 일이 아니긴 하지만 할일이 없으니까.

"응. 집 전체에 있는걸 다 바꿀거야?"

"어. 뭐 날도 덥고하니까."

"알았어. 참, 네 방에도 있으면 가지고 와."

"기억하고 있구나?"

"기본적인 고객 요청은 기억하는게 당연하잖아."

것보다 어제 일인데 기억 못 하겠니? 날 어떻게 생각하길래 그런걸로 놀라는거야?

이거 생각보다 일이 많다!

난 단순히 혼자 사는 내 방정도 생각했는데 이 집은 규모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싸가지의 이불과 커튼, 손님방 2개의 이불과 커튼, 서재와 주방, 거실의 커튼, 그 외 이름이 뭔지 알 수 없는 몇 몇 방의 커튼들이 줄줄이 세탁실로 모였다.

내가 왜 한다 했지.. 이정도면 내일까지도 다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 아니야! 내일 또 할일이 없어 뭘할까 하는 것보다 나아.

이런 열정과는 별개로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커튼이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이 집이 일반 집보다 크고 높게 만들어지면서 당연히 창도 커졌고 거기에 맞춰 커튼도 당연히 커진것이다. 세탁기는 하나이고 거기에 들어갈 양은 한정되있는데 양은 이리 많으니 세탁기만 믿고있다가는 며칠이 걸릴지 모를 일이었다.

전문가에게.. 맞길까? 우리에겐 세탁소라는게 있잖아? 세탁을 전문으로 해주는 그런 훌륭하고 편리한 곳.

"에잇."

일단 세탁소를 이용하겠다는 생각은 잠시 미루었다. 정 안되겠다 싶을때 쓰기로하고 옆에 굴러다니던 큰 고무 대야에 약간 따뜻한 물을 받았다. 거기에 세제를 넣고 거품이 일자 커튼을 담궜다.

이게 뭔 사서 고생이야.

발벗고 들어가 커튼을 밟는데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대충하려고 해도 행구는 물에 구정물이 나오다보니 대충할수도 없었다.

"죽겠다.."

그렇게 6시까지 작은 환기구 하나가 다인 세탁실에서 빨래를 해서 겨우 반을 빨 수 있었다. 덕분에 몸은 땀 범벅이었고 물이 튄 슈트도 엉망이었다. 하나로 묶었던 머리카락도 이리저리 흔들린탓인지 산발이 되어있었다. 목까지 올려두었던 지퍼는 이미 배까지 내려놓은 상태였다. 열린 지퍼 사이로 어울리지 않는 핑크 레이스의 뽕브라가 거슬리게 보였지만 너무 더웠기에 무시했다.

똑똑

"들어가도돼?"

뭐? 들어온다고? 여기? 지금?

"아, 안돼! 기다려!"

이꼴을 보일 순 없어! 이, 일단 덥다고 내려놓은 지퍼부터 올리고!

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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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11 12:47 | 조회 : 1,503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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